캐나다
리처드 포드 지음, 곽영미 옮김 / 학고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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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캐나다>의 작가 리처드 포드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작가라고한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딘가에서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다. 그렇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해봤다.
 리처드 포드는 난독증을 이겨내고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옮긴이의 글에서 보니 오히려 난독증이 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고 쓰여있다.  그는 난독증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책을 천천히 읽게 되면서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이건 <캐나다>의 주인공 델이 자신은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조금씩 노력해 나가는 모습과 닮아있다.
 
 주인공 델은 쌍둥이 누나 버너와 부모님 이렇게 넷이서 미국 몬테나주 그레이트폴스에 살고있다.
 
 지도를 찾아보니 그레이트폴스는 캐나다와 바로 인접해 있다. 주인공 델이 나중에 캐나다로 국경을 넘어가는데 그레이트폴스를  처음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델의 부모가 은행을 털어 감옥에 가는 내용이고 2부는 캐나다로 국경을 넘은 델이 새로운 환경에서 살다가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3부는 이런 자신의 어린시절을 예순이 넘은 델이 회상하고 있다.

  델의 부모가 집에서 경찰에게 연행되고 난 뒤 델과 쌍둥이 누이는 누이의 남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다.  어른들이 없는 집에서 십대의 탈선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날 밤 델과 버너는 함께 잠자리에 든다. 근친상간이다. 나는 뜨악하고 놀랐지만 작가는 이 부분을 그리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들 또한 별일 아닌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한걸음 물러나 생각해보니 부모의 부조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일 수도 있겠다는 작가의 의도로 보여졌다.

 책을 읽으면서 긴박감이나 흥미진진함으로 빠져들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44페이지나 되는 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게 된 것은 첫 문장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캐나다>의 첫문장.

 이렇게 리처드 포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이야기한다. 엄마가 자살한 것, 캐나다에서 만난 미국인 두 명이 살해당한 것까지. 미리 결론을 알고나면  싱거워야하는데 오히려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된다.

 부모가 감옥에 갇히고 델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에서 살게 된다. 힘든 환경임에도 델은 크게 불평없이 묵묵히 잘 견뎌낸다. 그 어디에도 델이 부모를 원망한다는 건 느낄 수 없다. 그것은 부모가 저지른 부조리가 방법은 잘못 되었지만 가족을 위한 일이었다는 데 있지 않을까. 만약 델의 부모가 폭력을 휘두르며 자식에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부모였다면 델은 부모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이 소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델은 캐나다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렘링거에게 맡겨진다. 렘링거는 또다른 부조리의 인간이다. 델의 부모가 부조리로 인해 죄값을 치르고 양심에 자유를 얻었다면  렘링거는 그 자유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을 살인하면서까지 끝까지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않는다. 이러한 어른들의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델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구축한다.

p.267

 살아오는 동안 내  사고 습성은 인간이 개입된 모든 상황은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누군가가 내게 사실이라고 보장하는 모든 것이 반드시 사실은 아닐지 모른다. 세상이 의지하고 있는 모든 믿음의 기둥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것이 지금 모습 그대로 오래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진리를 알았다고 내가 냉소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냉소적이라는 건 선이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나는 선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다만 아무것도 당연시하지 않고 언제 닥칠지 모를 변화를 준비하려는 것뿐이다.

 주인공 델이 힘든 일들을 겪고 캐나다를 떠날 때 챙겨가지 않는 물건이 있다. '양봉의 이해'라는 책이다. 델은 양봉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캐나다를 떠날 때는 이 책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것은 완벽한 사회구성원들과 각자의 책임을 다하며 정직하게만 사는 벌들의 세계가 인간의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작가의 숨겨진 의도가 아닐까.

델은 15살 즉 자신의 삶을 아직 책임 질 수 없는 나이에 많은 일을 겪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환경속에서 견디며 노력한다. 어찌보면 우리도 뜻하지 않은 일들을 겪으며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델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환경이 나이를 고려하지 않듯 세상은 어느 누구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게 서글픈 인간의 삶에서 작가 리처드 포드는 그래도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내가 아는 것은 인생에 더 좋은 - 살아 남을- 기회는 있다는 것이다. 상실을 잘 견디고, 그 모든 상실에도 냉소적인 인간이 되지 않고, 이것을 저것에 종속시키고, 러스킨이 암시했듯이 균형을 유지하고, 인정컨대 선을 찾기가 간단치 않을지라도 동등하지 않은 것들을 선을 지키는 전체에 연결하려 애를 쓴다면 말이다. 누나가 말했듯이 우리는 노력한다. 노력한다. 우리 모두는. 노력한다. p544

나는 이 소설을 재미있다며 추천할 수는 없다. 솔직히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하지만 좋은 문학작품이 그러하듯 사색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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