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2 중국 인문 기행 2
송재소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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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배우며 일부러 중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기울이다 보니 이런 책도 읽게 되었다. 소설이나 에세이만 읽다 이런 있어보이는, 뭔가 공부가 될 것 같은 책을 읽으니 새삼 어린 초등학생 시절 독서하던 기억이...


지난 여름에 산동성에 가서 중국 친구들이 나름 신경을 써준다고 주변의 유적지며 성이며 공자의 묘 같은 곳에 여기저기 데려다 주고 영어 가이드까지 붙여 주었는데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지루하고 지루한 역사 이야기로구나 몇년도에 뭘했고 뭘했고 그렇구나 싶었을 뿐. 딱 한가지 기억하는 건 몇 톤에 달하는 돌조각을 베이징에서 산동성까지 수천킬로 이동시키기 위해 중국 사람들이 겨울이 오면 길에 물을 부어 빙판길을 만들고 그 위에서 돌조각을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야기. 그렇게 3년을 해서 돌조각의 여행은 끝났다 한다. 중국사람 대단하군!


이 책은 은퇴한 노교수가 중국의 특정지방을 여행하며 그 곳의 유적에 대해 설명하고 그 동네 술 이야기 차(茶)이야기도 곁들여 하는, 컨셉으로 따지자면 유유자적 풍광 유람기 정도 되는 그런 책이다. 그런데 읽어보면 그런 여유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데 그건 바로 저자가 너무나도 중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한학자로서 평생 중국을 연구하고 오가며 지냈으니 웬만한 가이드들보다도 더 중국을 잘 알고 발길 닿는 곳곳에 얽힌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들려주고 싶어하신다. 유유자적 여행기가 아니라 열정 여행기! 나 혼자 다녔음 아이고 지루허다 싶었을 동상하나 벽의 그림 하나에도 다 얽힌 사연이 있는 법 (그 역사에 그 인구에 그 땅덩이에 스토리가 없을수가 없다) 그걸 저자가 애정을 담아 꼼꼼히 알려준다. 


학생이라 어린 시절이었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더 열심히 막 중국 사람들 이름도 외우고 연도도 챙겨보고 그랬을텐데 이제 나이가 들어(?) 휘리릭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의 분위기만 즐기겠다는 정도로 가볍게 읽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그동안 한국의 위인들에 대해서만 열심히 배웠었는데 중국에도 정말 인물이 많았구나, 굴곡많은 역사속에 자신만의 뜻을 품고 용맹히 살다 간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아주아주 옛시절에 서른넷이니 서른여덟이니 하는 나이에 급제하여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사람들의 이야기들 또한 인상적이었다. 주변사람들이 손주 볼 나이에 커리어를 시작해도 멋지게 살고 천년뒤에도 이렇게 기억되고 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최근에는 은퇴한 연장자들의 책들이 꽤 많이 출간되고 있다. 나이든 사람은 꼰대라고 편협히 볼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같이 공존하고 서로 존중해야 할 파트너임을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그들의 지식과 지혜는 나눌수록 값진 것이기에. 젊은 사람들의 소프트하고 감성적인 여행기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정제된 문체에 단단한 지식을 베이스로 한 여행기도 좋다 싶다. 다음에 중국으로 여행을 간다면 유적지의 구석구석을 예전처럼 허투루 한숨쉬며 지나치진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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