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여자는 잘 변한다. 가정이라는 냉장고 안에 잘 넣어 둔다고 해도 잘 상하고 잘 변한다.

사실 가정과 육친이란 것 모두 성을 기반으로 성립된 관계인데, 막상 구성이 끝나기만 하면 그 성적인 부분이 완전히 배제돼버린다. 그 점이 참으로 이상하다.

옛날에는 침소사퇴식 같은 게 있지 않았습니까.
네, 알지요, 장군 혹은 영주의 부인은 서른을 넘기면 부군의 침소에 드는 것을 스스로 사퇴하고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간다는 거잖아요.

자신이 사는 집과 자신이 먹은 음식에 대한 뒷마무리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남자아이가 그런 것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나중에 큰일 못해요." 엄마 본인은 이런 불평을 늘어놓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큰일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대학에 들어가 일류 회사에 근무하는 것, 그래서 임원이 되는 것? 가만 보면 남자들이 한다는 그 큰일이라는 건 고작 돈벌이 아니면 전쟁에 우르르 끌려가는 것이다. 대항해시대는 이미 끝났다. 큰일을 여자가 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남자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가정 수업에 대한 구별이 생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갓난아기처럼 손이 많이 가는 남자가 있다. 나는 아무리 귀여워도 이렇게 바보같은 남자는 사절이다. 빨래 하나 못하고 요리 또한 못해서 아내가 없으면 수염이 덥수룩해지고 주린 배와 분노를 부여잡으며 꾹 참는 것밖에 못하는 남자. 이런 남자는 무능한 바보라고 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자 없으면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말하는 여자도 똑같은 존재다. 남자 없으면 외로워서 못 산다고? 그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남자가 벌어다 주는 돈이 아니면 못 산다고 하는 여자도 난감하기로는 마찬가지다. 자기 힘으로 먹고 사는 것 또한 인간이 해야 할 뒷마무리일지도 모른다.

못 마신다고 해서 슬퍼하는 건 대인배가 아니지요. 대인배는 세끼 밥만 먹어도 취할 수 있답니다.

보통 오사카에서 장사꾼이라고 하면 칭찬이다. 장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품이 좋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뭔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자신의 요구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접점을 찾기 위해 밀고 당기기도 하고 한 발 물러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험해 본 다음, 합의를 하지 못하더라도 바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럼 차나 한잔하실까요." 그렇게 차라도 한잔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사전 조사를 다시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성격이나 습관까지 파악해 이렇게 제시하면 저렇게 말할 거라는 것을 예측한다. ...그만큼의 일이 진행되려면 실없는 이야기도 꽤 많이 해야 한다. 실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고객의 관심을 잃지 않으려면 역량이 필요하다. 역량은 인생 경험에서만 나온다. 그래서 오사카 사람은 그런 역량을 갖춘 남자와 여자를 보고 말한다."저 사람 장사꾼이로구먼." 반면에 역량이 없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월급쟁이야"라며 깎아내린다.

뭐라고 하시든 위로가 사랑으로 변화하는 일은 없습니다. 사랑은 언젠가 반드시 위로로 바뀌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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