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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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듀/ 박서련/ 안온북스




"나는 예술을 믿는다. 

신을 믿듯이 아름다움을 숭앙한다.

아름다움을 추종함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현앨리스가 나타났다."




박서련 작가를 [체공녀 강주룡] 작품으로 처음 만난 이로서 다시금 역사 소설로 찾아온 이 순간 벅찬 기쁨에 흠뻑 젖었다. 그만큼 최대한 진실을 쫓아 허구적 재현을 담아내고자 하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역사적 사실 너머 주목받지 못하고 가라앉은 진실을 힘겹더라도 마침내 끌어올려 펼쳐 보이는 의지의 작가가 바로 박서련이다. 



[카카듀]는 현앨리스를 지켜보다 눈에 들어온 이경손을 화자로 내세워 현앨리스의 전기 중 공백 기간인 1928년부터 1929년 사이의 행적을 그린 작품이다.



경성 한복판 관훈동에 조선인이 문을 연 끽다점 '카카듀', 오스트리아 희곡 <초록 앵무새>에서 따온 '앵무새'라는 뜻이다. 프랑스 혁명 시기 즈음 파리에서 영업 중이던 주점의 주인은 배우를 영입하여 범죄자 연기를 하게 한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배우가 손님인 양 연기하고 어느새 손님도 공연에 어울리게 되는 거짓말의 전당, 그 주점의 이름이 바로 '초록 앵무새'다. 이런 배경을 보더라도 필시 경성의 끽다점 '카카듀' 역시 예사롭지 않을 듯했다.





"자리를 빌리고 이름을 빌렸지만,

그 이상 무엇도 흉내 내지 않고

우리의 것을 만들어갈 참이다."






박서련 작가는 실존 인물인 영화감독 이경손과 그의 오촌 조카인 현미옥-현앨리스를 통해 3.1운동 이후 민족과 나라의 고통에 눈을 뜨고 진정한 행동과 실천을 고민하는 망국의 청년들의 불안을 멋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현앨리스에게 관심이 가서 시작했는데 소설을 구상하는 동안에 이경손에게 매료되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어떤 점이 박서련 작가를 그렇게 매료시켰을까? 그래서 주저 없이 이야기의 화자로 '이경손'을 선택한 것일까?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박서련 작가가 탄생시킨 '이경손'을 살펴보게 되었다. 



이경손은 대대로 의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의원이 되지 않고 항해사, 성직자에 이어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인물이다. 보헤미안으로 살고자 한 그에게 큰 파장을 불러온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진정한 행동과 실천이란 무엇인가를 뜨겁게 물었던 사건…… 문학에 빠져들면서 '행동해야 한다'는 의식이 싹 트였던 그였기에 민족의 시름 앞에 자신의 꿈은 얼마나 삿되고 이기적인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경손은 매형인 현순 목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 그에게 매형의 큰딸인 미옥은 못나고 밉고 마뜩잖은 존재이다. 현순이 끔찍이 아끼는 자식이기 때문이다. 현순에게 자신이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자못 서러워 사랑받는 존재를 미워하지만 어느새 미옥을 숭앙하게 되는 순수한 인물이다. 그래서 빠져들었나 보다. 박서련 작가도, 나도, 아니라고 하지만 현앨리스도. 




"이해할 수 있어요."


나를 이해해? 미옥이? 

미안하지만 평생 여학교에만 다닌, 

저 유명한 이화여고보를 불과 한두 달 전에 마친,

여학생 중의 여학생인 미옥이? 


하마터면 나는 감히? 하고 되물을 뻔했다. 






당대의 지식청년이자 예술인을 꿈꾸는 이경손이지만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소설 곳곳에서 아차! 하고 자책하는, 반성하는 그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때마다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참으로 반듯하고 바른 사람이다. 타인에 대한 평가와 감정을 드러내다가도 어느새 부메랑처럼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반성하고 있다. 



이경손을 따라 일제 강점기 엄혹한 시대에도 꿈을 품고 예술을 펼치는 자유로운 영혼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흥미로웠다. 



시국이 가파를 때에 퇴폐가 만연하는 것은 필연인가?



암흑기일수록 더욱더 맹렬하게 타오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보헤미안처럼 영원한 자유와 예술의 향유를 탐닉하는 이가 있다. 지식과 실천의 사이에서 어떤 방식을 선택했느냐? 혹은 포기했느냐?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라운규가 제작한 영화 '아리랑'은 조선인의 민족의식과 항일정신을 담아내어 새로운 조선 영화의 효시가 되었다. 억눌렸던 한을 스크린에서라도 터트려 많은 조선인의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이었다. 예술의 힘과 영향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그렇기에 이경손이 염려한 '예술인'의 진위가 오히려 더 와닿았다. 예술가가 아닌 자신을 예술가로 믿으며 살아가는 어릿광대인지, 일제의 앞잡이인지……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겠어.

어떻게 살아도 엉망진창일 것만 같아. 

끝까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






현앨리스는 이경손과는 결이 다른 인물이다. 포와에서 태어나 조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다시 상해로 건너가는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녔다. 임시정부의 밀사의 딸이자 미국 여권 소지자이자 코뮤니스트인 현미옥-현앨리스. 자신과 뜻을 같이 하길 바라는 아버지와 자신과는 다르게 넓은 삶의 무대에서 자유롭게 꿈과 재능을 펼치며 살길 소망한 어머니 사이에서 그녀는 당당히 선택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였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 비록 잘못 든 길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들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 뜻대로 어머니 원대로 자신 멋대로 살 수 없었다. 








이토록 삶의 궤도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경성 한복판에 끽다점 '카카듀'를 연다. 동상이몽, 앨리스의 진짜 정체를 모르는 아니 의심조차 못하는 오촌 당숙 이경손은 그저 앨리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의 포부와 바람과는 다르게 영화는 줄줄이 망해 의기소침하고 있는 와중에 자신을 도와 끽다점을 운영하자고 하니 말이다. 간판도 없이 바가지 세 개를 달고 시작한 '카카듀'는 앨리스 덕분에 자리를 잡게 된다. 




"시절도 모르고 신들 났네."




가게를 연지 몇 개월 만에  문을 닫은 끽다점 '카카듀' 그리고 홀연히 사라진 현앨리스와 이경손.

이 공백을 박서련 작가는 특유의 흡입력 넘치는 문장과 입체적인 인물로 소설 <카카듀>에서 채워 넣고 있다. 설득력 강한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이 잘 뭉쳐져 세심히 살피지 못한 우리의 미흡함을 탓하기라도 하듯 소설 <카카듀>는 1928년 가을과 겨울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가파른 시국에서 살고자 했던, 살아야 했던 우리네 청년들이 겪었을 고뇌와 불안을 말이다. 





"아아, 이 계집애 앞에 있으니 내가 가짜처럼 느껴진다."





[카카듀], 현앨리스와 이성용의 합작으로 이경손을 앞세워 많은 문인과 예술인의 향연장으로 꾸민 거짓의 전당.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이경손의 선택이 자못 흥미롭다. 








망국의 청년이 현실을 직시하는 다양한 태도를 관조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카카듀]. 익히 들어온 역사 속 인물들이 걸어 나와 보여주고 들려주는 생동감 넘치고 치열한 일상은 저릿하고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들의 내일이 바로 우리의 오늘이라는 사실에 비장해지기까지 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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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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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에세이/ 달




이토록 단단한 삶의 궤적을 담은 책의 저자 이름이 '승리'라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 조승리 저자는 담백한 어조로 인생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래서 더 깊숙이 파고들어 마음을 뒤흔들어놓는다. 담담하게 회상하기에는 굴곡이 많고 억울한 시간들이지만 뚝심과 투지로 굳세게 당당하게 멋지게 헤쳐나갔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눈물 많은 나는 울다 웃다 흠뻑 빠져들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 되겠지>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를 마음으로 읽었다. 






열다섯에 앞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한 그녀는 앞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는 진단을 받는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어찌 열다섯 소녀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 세상 모든 것에 화가 나고 원통하고 억울할 건만 같은데 그녀는 엄마의 고통을 먼저 헤아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엄마라 이 부분이 더 속상했다. 그냥 소리 지르고 화내고 울어버렸으면 안아주고 다독여주련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딸내미 모습에 오장 육부가 녹아내렸을 것 같다. 






시각장애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졸업해 마사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조승리 작가는 일터에서 만난 고객과 가족, 친구, 동기와의 시간을 잘 직조하여 이야기를 엮어낸다.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 기억의 바다를 순항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를 어린 시절로, 일터로, 학교로, 타이베이로 등등 여러 곳으로 인도한다. 

작가의 감정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그녀가 인도하는 곳에 도착한다. 신기한 점은 분명 한편의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각양각색 감정으로 요동치는 데 다 읽고 나면 평온해진다는 것이다. 글 갈무리에 녹아있는 조승리 작가 내면의 단단함, 안정감 덕분이 아닌가 싶다. 








세상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에 얽힌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친절을 베푼다면서 칼을 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들이 있다. 생각해서, 챙겨서 하는 말인데 왜 그러냐 하는데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 되묻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조승리 작가가 겪은 일화에서도 그런 아픔이, 슬픔이 존재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사그라든 사고에 추모와 위로를 표하고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살피는 일이 무엇보다 중한 일이다. '생명'의 무게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그려본다. 이태원에 간다던 고객의 안위를 간절히 바란 작가의 마음이 응답받았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란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시야가 좁아지는 녹내장을 십여 년 전에 진단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 나조차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수용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조승리 작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비장애인에게도 도전은 쉽지 않다. 굳은 결심으로 시작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흐지부지되거나, 장애물이나 방해에 가로막혀 시작하지도 못한 채 마음을 접기도 한다. 하지만 조승리 작가의 글 앞에 서니 다 핑계였다. 비겁한 변명이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조건이 비장애 안내인 동승이라 불발되었다. 하지만 체념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여 친구 두 명과 함께 타이베이 여행을 떠났다. 다른 대안을 같이 고민해 줄 줄 알았던 복지관의 단호한 거절이 큰 실망과 배신으로 다가왔다는 조승리 작가. 지인이 아직도 순진한 구석이 있다며 위로를 건네며 현실을 일깨워줬다는 문장에서 쓴맛이 배어 나왔다. '현실'이라는 큰 벽 앞에 힘이 되어주기 위해 장애인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현실적인 이유로 거부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물론 알지 못하는 여러 문제들이 분명 있을 거지만. 또다시 밀려난 경험은 장애인들에게 곱절의 상처로 돌아올 테니까 더디더라도 나아지기를 바란다.



장애인 세 친구의 진정한 여행담 성공기에 이어 그녀는 탱고를 배우고 샘터 공모전에 출품하여 입상하였다. 나이를 세는 숫자가 늘어날 적마다 무언가 하나씩 잃어버려야 했던 그녀는 마침내 감정까지 잃어버렸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화 <여인의 향기>를 보고 탱고에 매료되었다. 지금의 강사님을 만나기까지 여러 번 거절을 당했지만 오랜만에 느낀 설렘을 포기하기 싫었다. 그리고 탱고를 춘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의 열정과 의지를 막을 권리가 내게는 없어요.
춤은 억짖로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춤은 함께하는 거예요. 
더구나 탱고는 보는 사람들조차 힘든 무도곡이거든요."
- 탱고를 추는 시간









조승리 작가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다.  「운동화 할머니」,  「넘버 파이브」,  「당신 꿈은 샌드위치」 등 여러 편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과 세심한 관찰 그리고 애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애증의 관계인 엄마와의 추억은 그녀에게 생채기이자 원동력이다.
「자귀나무」를 듣던 밤, 「위로의 방식」, 「영화처럼 엄마처럼」, 「이별 연주회」, 「유령 남매」, 「사랑에 빠지는 60일」,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지」 수 편에서 그려지는 엄마의 모습은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자식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부끄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가난 때문에 힘겨운 엄마가 있디. 하지만 "너를 지켜내서 다행이야!"라고 말해주는 엄마, 홀로 남아 고생할 게 안쓰러워 같이 죽자 말해주는 엄마, 돌아가신 후 꿈에 나타나 가볍게 인사하며 돌아서서 완벽하게 이별함으로써 묵직한 무언가를 사라지게 해준 엄마였다. 언젠가 엄마 아니 여자 이선열에 관한 책이 나오면 꼭 읽어보리라.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다. 

그 혹은 그녀가 내 향기를 맡고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내 비극의 끝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남을 것이다."

-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지




그녀는 끝까지 열정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비극을 예상한 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롱하기라도 하듯 자신의 향기로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싶다는 찬란한 꿈을 꾼다. 시력을 잃은 것보다 그 상태로 영원히 살아가야 한다는 게 진짜 불행이라 했던 그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지된 도시 속 건물의 소음으로 위안 받고 행복해했다. 순간의 행복, 위로, 치유로 다시금 힘을 내 세상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조승리 작가의 마사지는 타인의 육체적 고통을 풀어주고 내면에 자리한 상처까지 어루만져 준다. 그녀의 손을 통해서, 그녀의 글을 통해서 우리가 얻는 행복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토해낸 상처와 기억과 흔적들은 불꽃이 되어 수를 놓은 듯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아름답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별과 불꽃처럼. 덕분에 불꽃놀이를 실컷 즐기고, 마음 가득 환희와 온기를 품을 수 있었다. 



옹골찬 한 사람의 삶이 지니는 진정한 위로의 힘이 담긴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손에 들고 산뜻한 봄바람 맞으러 나가는 봄날을 많은 이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고통을 축제로 승화시켜 즐길 여유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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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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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북레시피







'태종'은 '나라의 기틀을 다진' 군주에게 붙이는 묘호다. 조선시대 3대 왕인 태종은 조선의 건국부터 왕자의 난을 거쳐 왕위에 올라서도 많은 이들을 숙청하여 왕권을 강화한 면이 두드러지는 냉혹한 왕이다. 하지만 신문고를 설치하고, 호패법을 실시하였고, 전국을 8도로 나누는 행정구역 제도를 개편하는 등 제도적으로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 안정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노련한 정치가인 태종이

21세기 대한민국 초선 국회의원에 빙의된다면? "









이 기상천외한 설정은 오늘날 정치에 대한 바람을 담은 이도형 작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 역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3년의 기자 생활 중 8년을 정치부에 있었다. 역사와 정치 그리고 경제를 두루 아는 그의 손을 거쳐 탄탄하고 설득력 있고 공감 가는 작품 <국회의원 이방원>이 탄생하였다.






정치학과 교수 이동진은 국회의원이 되어 호기롭게 세상을 바꾸고자 정치적 이상을 펼쳤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바른 소리는 흐름을 읽지 못하는 모난 소리가 되어 점점 더 그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종묘에서 태종의 위패와 부딪친 후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몸은 이동진이나 알맹이는 600년 전 왕 태종 이방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방원의 말대로 괴력난신이 아닌가. 그 후 이동진 측 보좌관들 대 국회와 기자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밀당이 진행된다. 




600년이 지난 현세의 문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태종 이방원은 차츰 이 세상에 적응해나간다. 자신의 아이 충녕, 세종대왕의 업적을 살피며 흐뭇해하는 모습이 한 나라의 왕 이전에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그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국회의원 이동진으로 국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에서 '정세와 사람을 읽는'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태종 이방원뿐 아니라 갑자기 왕을 모시게 된 보좌관 장선호, 류다혜, 김수찬 이 세 명의 캐릭터 또한 제각각 개성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모시고 있는 영감보다 여의도에서 오래 생활한 선호, 교수님을 믿고 따라 국회까지 함께 입성한 다혜 그리고 수찬 모두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드는 정치를 지향한다.






"지금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통하는 것입니다.

서로 대립하는 것입니다."





태종 이방원과 함께 이동진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가는 여정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어안이 벙벙한 첫 만남부터 혼란스럽지만 절묘하게 들어맞는 이방원의 전략에 혀를 내두르며 감복하며 오늘날 민주주의와 정치 제도와 시민 사회 전반에 걸친 정보를 제공하며 협력하고 방향을 제시하기까지 서로의 간극을 좁혀가면서 각자 나아가고자 하는 '정치'를 실현시키고자 힘쓰는 그들은 진정한 정치인이었다.






<국회의원 이방원>은 차기 대권주자를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와 머리싸움을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탄탄한 구성과 현실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치부 기자 경험을 녹여낸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정치세계의 묘사와 상황에 맞게 소환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이 극의 완성도와 재미를 높이고 있다.








태종 이방원이 사람들을 만나 그들 내면의 욕망과 야심을 읽어내거나 상황 설명을 듣고 정확하게 흐름을 잡아낼 때마다 그 통찰력에 한번 놀라고, 역사적 인물에서 적절한 수를 찾아내는 그 탁월함에 두 번 놀랐다. 삼봉 정도전, 포은 정몽주, 충녕 세종대왕에 관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옹골찬 인생을 그대로 증명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왕의 정치가 아닌 국회의 정치가 필요한 시대다. 18년 동안 호랑이 등을 탔던 태종이 다시 현세에 나타나 호랑이 등에 올라타야만 했던 1여 년의 시간을 함께 한 이들은 그에게 '사람에 대한 믿음'을 근간으로 한 정치를 말한다. 






"결국 정치는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하네.

원칙이라는 좁디좁고 위험한 나무다리를

현실이라는 번듯한 돌다리로 만드는 것."





읽는 내내 재미있고 가슴이 뭉클하고 설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는 정치를 향한 갈망이 커졌다. 그리고 주권자로서 마땅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자문하게 되었다. 4?10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이루어진 <국회의원 이방원>과의 만남,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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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블루칼라 여자 -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박정연 지음, 황지현 사진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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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




"일은 저를 당당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힘입니다.

자부심이 있어요."






<나, 블루칼라 여자>에서는 남성이 대다수인 직군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10인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담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의미하는 '블루칼라'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화이트칼라, 그레이칼라 등 다른 여타 노동자들보다 부정적이다. 육체노동자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흔히 '노가다'라는 말로 블루칼라 노동을 폄하한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고학력 전문직을 선호하여 특정 직업과 기업에 취업인구가 집중되고 있다. 자연히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한정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은 패배감, 상실감 등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나, 블루칼라 여자> 속 노동자 10인은 달랐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을 즐기고, 안전하고 보람찬 일터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만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동료를 위해 평등하고 자랑스러운 일터를 일구는 그들의 연대가 가슴을 뛰게 하였다. 이렇게 멋진 여자들의 행보에 세상은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인터뷰어 박정연 작가의 질문은 대동소이하다. 그만큼 여성노동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명확하다는 뜻일 거다. 

Q. 같은 직군에 여성 노동자 수는 얼마나 되나요?

Q. 일터에서 만난 편견과 차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Q. 일터에서 마주쳤던 차별이나 불평등에 어떻게 대처했나요?

Q. 일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Q. 일터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나요?

Q.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남초직군에서 인정받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히 일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도 '처음'은 있었다. 


여성 노동자가 '0'명이라서 시작했다는 당찬 주택 수리 기사 안형선 씨, 친구 소개로 배경지식 없이 현장에 바로 뛰어든 먹반장 김혜숙 씨, 13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 씨, 호주 유학시절 건축의 길을 꿈꿔 답을 찾고자 다시 한국에 돌아와 집을 짓는 6년 차 빌더 목수 이아진 씨를 비롯한 모두가 같이 일하는 동등한 동료가 아닌, '여성'으로만 보는 게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성 중심 문화와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서 야기되는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 갇혀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며 기어이 동료로 인정받았다. 이런 인고의 세월을 거쳤기에 노동자들의 연대와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당부한다. 자신만의 기술이 자원인 현장에서 다른 여성 노동자들이 욕 얻어먹지 않게, 살아남을 수 있게, 자신이 당한 설움을 똑같이 당하지 않게 알려준다는 말씀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점차 현장의 분위기, 제도, 환경들이 개선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여성 노동자들의 연대와 현장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철도차량 정비원 하현아 씨는 이런 먹먹한 한 마디를 남겼다. 



"그냥 여성들이 곳곳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

생존했으면 좋겠습니다."

- 철도차량 정비원 하현아




정규직이고, 공기업의 직원이고, 노조도 있는 그와는 달리 비정규직에 젊은 여성이 부당한 상황이나 차별 앞에서 쉽사리 목소리를 내는 게 가능한 일인지 상기시키며 말이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를 수도 있었지만, 계속 도전하고 일하게 만드는 동기와 원동력은 비슷했다. 일이 재밌고, 경제적 여유로 당당해지고 자유로웠다고 한다. 블루칼라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하게 전해졌다. 단단한 내공으로 무장한 그들은 자신의 일터를 소중히 여겼다. 


그들에게 현장은 안전하고 즐겁게 일하는 일터, 보람을 느끼는 일터, 막노동이 아니라 진귀하고 멋있는 일을 하는 일터였다. 위축되지 말고 배우라고, 여자라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라고, 당당하게, 즐겁게 일하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2030세대들이 도전하기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나, 블루칼라 여자> 속 주인공들의 직업은 생소했다. 들어본 듯한 일도 있지만 정확한 업무는 알지 못해서 이번에 많은 현장 지식이 쌓였다. 건설, 철도, 물류, 건축 등 넓은 범주를 대표하는 직업만 알았다. 세분화된 업무에 따라 파생되는 직업들은 몰랐다. 먹매김 노동자, 형틀 목수, 건설 현장 자재 정리·세대 청소 노동자, 빌더 목수 등 다양한 현장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인터뷰이 중 라이커스 대표이자 5년째 주택 수리 기사로 일하고 있는 안형선 씨와 6년 차 빌더 목수 이아진 씨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젊은 여성이라는 점과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지향하는 바가 인상적이었다. 


안형선 씨는 '여성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라는 미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 사업으로 물류 업계의 유리천장을 깨고자 여성들로 구성된 물류팀을 만들어 물류창고를 운영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업으로 '여성을 위해, 여성이 만든 여성 주택 수리 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인 여성 가구가 맘 편히 집 수리를 받을 수 있는 여성 기술자로 구성된 주택 수리 사업 '라이커스(Like us)'를 론칭했다. 자신의 경험과 사회적 이슈가 된 1인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서 착안한 이 사업들은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담겼다. 여성 주택 수리 기사가 전무후무한 상황에서 그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5년째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자도 할 수 있어? 여자라서 못 하는 거 아니야?' 같은 의심에 '여자도 할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해서 못 하는 거다.'라는 반박을 하며 대중적으로 인지하는 서비스 회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이아진 씨는 호주 유학 시절 건축을 하고 싶어 건축학과로 대학 진학 1년 앞둔 시기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던 그는 가족을 따라 방문한 건설 현장에서 목조 주택의 매력에 빠져서 빌더 목수가 되었다. 

열여덟 살 아진 씨는 목수를 바라보는 호주와 한국의 인식 차이에 힘들었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목수들 스스로의 프라이드가 높은데 비해 한국에서는 '노가다'라는 편견이 강했다. 그래서 SNS를 통해 스스로 돌파하고자 하였다. 작업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빌더 목수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드러내어 일에 대한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행보를 보고 도전하는 이들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안도감도 든다고 밝혔다.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배우고 주위와 함께 성장하려는 그의 내일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남초직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들어도 힘들다 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도전하는 여성 노동자 10인.

그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담은 박정연 작가와 그들의 멋진 현장 모습을 담은 황지현 작가 덕분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물러섬이 없이 오히려 한발 더 앞서 나간 이들이 흘린 눈부신 땀방울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다져놓은 길을 따르는 다음 주자들은 더 편하게, 더 넓게, 더 높게,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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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역
김준녕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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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구역/김준녕 장편소설/ 다산책방




"인간은 무엇일까?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질문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현실 앞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되물어야 하는 순간에 하는 선택들이 그 답이 될 것이다. 



<빛의 구역>은 김준녕 작가가 질문에 대한, 그가 찾은 해답을 그린 소설이다. SF 소설 형식과 잘 짜인 구성이 흡입력 있게 주제를 이끌고 나간다. 


기후 위기로 거론되는 인류 멸망, 지구 멸망을 바탕으로 이야기 골격이 형성되었다. 파괴된 지구에서 오직 '인류의 생존'만을 목표로 철저히 통제되는 시스템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혁명'을 그리고 있다. 


'생존'과 '자유'를 두고 갈등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절실하게 그려져 두 집단의 입장 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죽음'을 불사르는 의지로 '자유'를 바라는 혁명파도, '죽음' 앞에 움츠려드는 '두려움'과 좌절 앞에 '자유의지'가 꺾여 동료를 폭력으로 막아설 수밖에 없는 반혁명파도 바라는 '희망'은 결국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지구 내 붉은 구역의 '이아'와 '피아'를 중심으로 통제된 시스템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좇는다. 그들은 혁명 수장 바로 옆에서 혁명을 준비하며 점점 더 갈망하게 된다. 하지만 4-1세대가 주도했던 혁명도, 4-3 세대가 주도했던 혁명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다. 혁명의 주역이었던 '이아'가 정부에 의해 '마름'이 되고, 4-4 세대인 '피아'에게 다른 구역으로 혁명의 불씨를 널리 퍼뜨려주기를 부탁하기까지 얼마나 비참하고 처절한 시간이 지나갔는지 우리만, 하늘만 안다.






이야기는 이제 피아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 세계관을 풀어낸다. 정화를 담당하는 붉은 구역에서 들은 한정적인 정보로 세계를 인식하고 있던 피아는 새로운 구역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된다. 남자만 있어 몰랐던 여자의 존재, 아기의 탄생 비화, 아카데미의 역할, 새로운 생명체 등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독하고 악랄한 통제 시스템의 민낯을 마주하면서 피아와 인간들은 분노하고, 그 안에서 변화하려는 움직임 바로 '혁명'의 씨앗이 움트게 되었다.


마침내 피아가 죽음에 다다르려는 순간, 이야기는 모든 의문을 공개한다. 이야기 시작부터 인간이 극한의 두려움을 느꼈던 정부 그리고 인공위성의 비밀이 한 겹 한 겹 벗겨진다.





예상했던 바와 그를 뛰어넘는 반전은 김준녕 작가의 깊은 고뇌의 산물이었을 테다. 그가 밝힌 대로 이 소설은 그만의 해답이다. 그는 오늘날 우리의 활동으로 말미암은 결과(지구의 파괴, 인류 멸종)를 감당해야 하는 죄 없는 후대의 고통을 생생하게, 처절하게 그려냈다.


읽는 내내 욕을 먹는 당사자로서 그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숨을 허덕일 때, 허벅지에 흑요석을 숨겨서 생긴 상처와 피를 볼 때, 서로 반목하여 폭력으로 해결하려 할 때, 서로를 먹이로 바라볼 때 숨이 턱턱 막혔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죄를 지은 겁니까?" 이 가여운 영혼들에게 차라리 "죽는 게 좋았을 텐데." 한탄스러운 말을 하는 마름조차 우리보다 더 인간적이었다.





그가 그린 극한의 인류의 미래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이아와 피아, 하나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수많은 인간들의 함성은 결국 하늘에 닿지 않았던가. 뛰어난 양자컴퓨터의 계산을 거쳐 나온 예상일지라도 틀릴

수 있다, 예측불가한 '기적'이 존재하기에. '이성과 수치'를 넘어 '사랑과 유대'로 삶을 일구어나가고자 하는 그들의 투쟁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한편의 영화처럼 다가오는 <빛의 구역>

인간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SF 소설을 빌어 풍성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날카로우면서도 감각적인, 인간 중심적 시선으로 파괴적이면서도 온기를 품고 있는, 다층적 매력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등장인물의 이름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신중하게 지었을 작가를 떠올리며 이름을 나직이 읊조려본다.

"이아, 피아, 상, 희, 관, 하나, 례, 해, 건, 곤, 감, 리……"






"우리가 사는 이 모든 것은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거야.

그러니 우리 삶은 우리가 결정해야 해.

비록 그 끝이 멸망일지라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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