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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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북레시피







'태종'은 '나라의 기틀을 다진' 군주에게 붙이는 묘호다. 조선시대 3대 왕인 태종은 조선의 건국부터 왕자의 난을 거쳐 왕위에 올라서도 많은 이들을 숙청하여 왕권을 강화한 면이 두드러지는 냉혹한 왕이다. 하지만 신문고를 설치하고, 호패법을 실시하였고, 전국을 8도로 나누는 행정구역 제도를 개편하는 등 제도적으로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 안정시키고자 노력하였다. 




"노련한 정치가인 태종이

21세기 대한민국 초선 국회의원에 빙의된다면? "









이 기상천외한 설정은 오늘날 정치에 대한 바람을 담은 이도형 작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 역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3년의 기자 생활 중 8년을 정치부에 있었다. 역사와 정치 그리고 경제를 두루 아는 그의 손을 거쳐 탄탄하고 설득력 있고 공감 가는 작품 <국회의원 이방원>이 탄생하였다.






정치학과 교수 이동진은 국회의원이 되어 호기롭게 세상을 바꾸고자 정치적 이상을 펼쳤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바른 소리는 흐름을 읽지 못하는 모난 소리가 되어 점점 더 그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종묘에서 태종의 위패와 부딪친 후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몸은 이동진이나 알맹이는 600년 전 왕 태종 이방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방원의 말대로 괴력난신이 아닌가. 그 후 이동진 측 보좌관들 대 국회와 기자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밀당이 진행된다. 




600년이 지난 현세의 문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태종 이방원은 차츰 이 세상에 적응해나간다. 자신의 아이 충녕, 세종대왕의 업적을 살피며 흐뭇해하는 모습이 한 나라의 왕 이전에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그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국회의원 이동진으로 국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에서 '정세와 사람을 읽는'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태종 이방원뿐 아니라 갑자기 왕을 모시게 된 보좌관 장선호, 류다혜, 김수찬 이 세 명의 캐릭터 또한 제각각 개성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모시고 있는 영감보다 여의도에서 오래 생활한 선호, 교수님을 믿고 따라 국회까지 함께 입성한 다혜 그리고 수찬 모두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드는 정치를 지향한다.






"지금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통하는 것입니다.

서로 대립하는 것입니다."





태종 이방원과 함께 이동진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가는 여정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어안이 벙벙한 첫 만남부터 혼란스럽지만 절묘하게 들어맞는 이방원의 전략에 혀를 내두르며 감복하며 오늘날 민주주의와 정치 제도와 시민 사회 전반에 걸친 정보를 제공하며 협력하고 방향을 제시하기까지 서로의 간극을 좁혀가면서 각자 나아가고자 하는 '정치'를 실현시키고자 힘쓰는 그들은 진정한 정치인이었다.






<국회의원 이방원>은 차기 대권주자를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와 머리싸움을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탄탄한 구성과 현실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치부 기자 경험을 녹여낸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정치세계의 묘사와 상황에 맞게 소환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이 극의 완성도와 재미를 높이고 있다.








태종 이방원이 사람들을 만나 그들 내면의 욕망과 야심을 읽어내거나 상황 설명을 듣고 정확하게 흐름을 잡아낼 때마다 그 통찰력에 한번 놀라고, 역사적 인물에서 적절한 수를 찾아내는 그 탁월함에 두 번 놀랐다. 삼봉 정도전, 포은 정몽주, 충녕 세종대왕에 관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옹골찬 인생을 그대로 증명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왕의 정치가 아닌 국회의 정치가 필요한 시대다. 18년 동안 호랑이 등을 탔던 태종이 다시 현세에 나타나 호랑이 등에 올라타야만 했던 1여 년의 시간을 함께 한 이들은 그에게 '사람에 대한 믿음'을 근간으로 한 정치를 말한다. 






"결국 정치는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하네.

원칙이라는 좁디좁고 위험한 나무다리를

현실이라는 번듯한 돌다리로 만드는 것."





읽는 내내 재미있고 가슴이 뭉클하고 설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는 정치를 향한 갈망이 커졌다. 그리고 주권자로서 마땅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자문하게 되었다. 4?10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이루어진 <국회의원 이방원>과의 만남,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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