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 일러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미메시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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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은 마흔이라는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카뮈의 가방에서 찾아낸 육필 원고를 바탕으로 출판된 미완의 작품이다. 카뮈는 이 작품을 유년기, 청장년기,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지만 결국 14세까지의 성장과정을 그린 유년기만 남게 되었다.

 

이번에 미메시스에 출판된 <최초의 인간>은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흑백 일러스트의 거장 호세 무뇨스의 흑백 일러스트와 까뮈의 이야기가 만난 기획 작품이다. 책은 1부 아버지를 찾아서, 2부 아들 혹은 최초의 인간,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표지부터 강렬하게 다가온다. 수없이 펼쳐진 십자가와 한 인물의 모습. 이방인 외에는 까뮈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던 터라 기대 반 염려 반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40년 만에 어머니의 부탁으로 전사한 아버지의 무덤을 찾은 자크 코르므리. 아버지의 무덤을 찾는데 별다른 의미를 두지 못했던 그는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의 나이가 현재 자신의 나이인 40세보다 어린 29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 역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관계로 자크의 심정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가 없는 집안에서는 아주 부자가 아니라면 이른 나이부터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집안일에서부터 생계를 위한 일거리까지. 그런 점에서 최초의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사람(실존적 인물)으로 태어나는 그 순간의 모습을 일컫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사람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만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크의 앞길을 열어준 베르나르 선생님과 같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삶이란 나와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미완의 작품이기에 열린 결말이라고 보아야 할까? 하지만 자크에 대한 이야기가 다 그려지지 않았기에 끝내 풀 수 없는 수학문제를 마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편 목판화와 같은 느낌의 일러스트와 함께 편집되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부분도 있지만 연속해서 몇 장씩 이어진 일러스트 때문에 몰입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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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이펙트 -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냉철하고 뜨거운 분석 10 그레이트 이펙트 9
프랜시스 윈 지음, 김민웅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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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는 운동권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알았다. 물론 내용을 이해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르크스라는 사람이 자본론을 썼는데, 이 책의 내용이 자본주의 체제를 철저하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비판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의미이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선배의 권유를 귓등으로 흘려듣고 결국 자본론을 읽지 않은 채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자본론을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내용의 방대함과 난해함 때문이었다. 기억이 가물거려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본론 원전을 번역한 책이 거의 6권 정도의 분량이었고, 첫 권 초반부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내용에 곧바로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아마 <자본론 이펙트>를 만나지 못했다면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마르크스는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일단 분량이 매우 적다(200 페이지). 또한 자본론의 내용을 풀어 해석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자본론이 탄생된 배경과 출판, 그 이후에 이루어진 반응들을 흐름에 따라 풀어나간 글이다. 그렇기에 역사 소설 같은 느낌도 난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사실 하나. 마르크스가 철학, 문학 등에 무한한 관심을 쏟았다는 점이다. 논리적 비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마르크스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인문학을 강조하는 흐름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르크스가 시대적 한계에 갇혀 있지 않고 다음 세계를 포용하는 이론을 이끌어낸 토대에는 이런 철학, 문학적 소양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물론 검증된 내용은 아니지만.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다. 마르크스가 직접 쓴 책은 자본론 1(그것도 수없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뿐이고 나머지는 그의 사후에 그가 남긴 메모와 원고를 모아 출판했다는 것. 결국 자본론은 미완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만약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그의 생각대로 완결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자본론의 내용과 별반 관계는 없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관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천재적 능력을 가진 마르크스를 질투나 시기심 없이 받아들이고 그의 삶을 곁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준 엥겔스. 마르크스의 작품은 일정 부분 엥겔스의 그런 희생과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자본가의 이익을 위한 잉여노동’, 즉 착취와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의 도입, 이로 인해 생기는 잉여 노동. 자본론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쉽게 눈에 들어온다. 나처럼 문외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해설.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떠돌아다녔지만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우리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모든 것들을 마르크스 이미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가 살아있는 한 자본론이 어떻게 수명을 다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던 마셜 버만의 말처럼 자본론을 알고자 하는 열기가 요즘 들어 더욱 커져만 간다. 이런 열기 속에 번역자가 추천한 펭귄 클래식판으로 원작에 도전해보고 싶은 나의 마음도 더욱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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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열린책들 세계문학 227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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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을 찾는 길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절망 속에 빠져 스스로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에 던져 넣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가 던진 한 마디에 희망의 불꽃을 보고 자신을 찾는 여정에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데미안에서 만난 에밀 싱클레어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내 눈 앞에 펼쳐진 완전히 새로운 세계. 자신이 살던 세계와 동떨어진 주변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해 심각한 내적 갈등을 빚기도 하고, 이런 갈등이 외적으로 표현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삶이 이어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 내 친구들 중에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남들보다 빨리 자랐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삶에 대한 갈등 때문에 학교를 중도에 그만 둔 친구가 있었다. 그러다 대학교 졸업 후 직장 다닐 때 우연치 않게 회사 근처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여러 이유로 홀로 서야 하는 자신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다고, 하지만 결국 홀로 설 수밖에 없었다고. 싱클레어도 우리에게 이 친구처럼 말하고 있다.

 

이제 어린아이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홀로 서야 한다는 책임감의 여운이 담겨 있었던 탓에, 그 깨달음은 가혹했고 알알한 맛을 남겼다.(p.86)

 

그래도 싱클레어에겐 어찌 보면 상상 속 친구(내면의 자아의 다른 이름이겠지만)가 있었다는 점에서 행운아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해후는 진정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이가 어떤 곳에 도달하는지 알려주는 헤세만의 힌트는 아니었는지....

 

데미안이 던진 자신을 찾아 자신에 충실한 삶을 살라는 메시지가 오늘 내 삶을 다시 돌아보고 본성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깊은 잠에 빠졌던 나를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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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입 더 - 철학자 편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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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철학자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선뜻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를 고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깊이 이해하는 철학자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많이 접한 적도 없었고 읽어본 책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에서도 멀어졌다.

 

요즘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철학을 쉽게 풀이한 책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관심을 가지고 이 책 저 책 기웃거려본다. 어떤 책은 쉽게 읽히지만 깊은 사유의 길로 이끌 만한 매력이 없었고, 어떤 책은 깊은 사고의 길로 이끌 만큼 탁월하지만 한 페이지를 쉽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의 책이기도 하였다.

 

<철학 한입 더>는 이런 점에서 너무나 매력적이다. 철학자들이 좋아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간략하게 설명하기에 지루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눈으로 읽고 끝낼 정도로 깊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짧은 대담 속에 철학자의 중요 사상이 온전히 녹아있다.

 

이 책은 팟 캐스트에서 철학자들과 15분 동안 진행한 대담을 간추린 것이다.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여 일반 독자들이 궁금하게 여길 철학적 이야기들을 재치 있게 이끌고 나간다. 그러기에 철학적 지식이 많지 않은 나 같은 문외한들도 쉽사리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익숙한 철학자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눈에 익지 않은 이름도 많았다. <정의론>에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는 사회 구조를 말한 존 롤스, 행위가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 헨리 시지윅 등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철학자들이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철학자는 에로틱한 사랑을 이야기한 플라톤이었다. <향연>에 나온 아리스토파네스, 소크라테스, 알키비아데스의 사랑에 관한 생각들을 들려준다. 원래 한 몸이었던 반쪽을 찾아나서는 낭만적 사랑, 좋은 것을 영원히 소유하려는 목적을 가진 사랑, 아름다움의 이데아. 엔지 홉스는 여러 사랑 중에서 낭만적 사랑을 뽑는다. 나도 그녀의 생각에 한 표^^

 

어렵게만 느껴지던 거장들의 핵심 사상을 한 입 맛있게 베어 문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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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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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다. 직설적으로, 때로는 독자의 기대를 넘어선 노골적인 표현으로 사춘기 소녀의 성장과정과 성적 호기심을 표현한다는 것이 아무리 소설이라고는 해도 쉬운 일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리 다리외세크, <가시내>를 쓴 작가다. 작가가 쓴 말을 보고 나니 작품의 톤이 이해가 된다.

 

글을 쓸 때, 난 무로 돌아간다.

내 마음을 잊고, 가족, 친구들, 고민들을 잊는다.

나는 세상이 머물다 지나가는 빈 공간이 된다.

 

작가의 마음이 이러하기에 거칠고 적나라한 표현들이 빈 공간에 담길 수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프랑스의 소도시 클레브에 사는 솔랑주, 그녀의 성장과정이 담긴 이야기이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성적인 호기심이 왕성하다. 첫 생리부터, 첫 키스, 성 경험, 레즈비언 등 어쩌면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솔랑주의 독백을 통해 감추는 것 없이 드러난다. 너무 적나라하다 보니 때로는 소설 속 장면이 솔랑주가 처한 현실인지, 아니면 솔랑주의 환상 속 이야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때로는 여타의 사춘기 소녀들처럼 솔랑주와 그녀의 친구들은 은근한 경쟁 심리도 드러내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어른인 듯 행동하지만 그런 행동이 오히려 더 어린 아이와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묘사들도 적지 않아 상당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솔랑주의 모습은 감춰진 우리의 본능을 활짝 열어놓은 듯한 느낌에 통쾌한 기분도 든다. 작가의 말처럼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말하는 것이 글쓰기이기에 이런 글도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옛날에 지나가 버린 나의 사춘기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사춘기 소녀들을 만나 낯설고 새롭고 거친 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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