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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이펙트 -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냉철하고 뜨거운 분석 ㅣ 10 그레이트 이펙트 9
프랜시스 윈 지음, 김민웅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는 운동권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알았다. 물론 내용을 이해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르크스라는 사람이 자본론을 썼는데, 이 책의 내용이 자본주의 체제를 철저하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비판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의미이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선배의 권유를 귓등으로 흘려듣고 결국 자본론을 읽지 않은 채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자본론을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마르크스가 주장한 내용의 방대함과 난해함 때문이었다. 기억이 가물거려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본론 원전을 번역한 책이 거의 6권 정도의 분량이었고, 첫 권 초반부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내용에 곧바로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아마 <자본론 이펙트>를 만나지 못했다면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마르크스는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일단 분량이 매우 적다(200 페이지). 또한 자본론의 내용을 풀어 해석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자본론이 탄생된 배경과 출판, 그 이후에 이루어진 반응들을 흐름에 따라 풀어나간 글이다. 그렇기에 역사 소설 같은 느낌도 난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사실 하나. 마르크스가 철학, 문학 등에 무한한 관심을 쏟았다는 점이다. 논리적 비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마르크스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인문학을 강조하는 흐름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르크스가 시대적 한계에 갇혀 있지 않고 다음 세계를 포용하는 이론을 이끌어낸 토대에는 이런 철학, 문학적 소양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물론 검증된 내용은 아니지만.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다. 마르크스가 직접 쓴 책은 자본론 1권(그것도 수없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뿐이고 나머지는 그의 사후에 그가 남긴 메모와 원고를 모아 출판했다는 것. 결국 자본론은 미완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만약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그의 생각대로 완결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자본론의 내용과 별반 관계는 없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관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천재적 능력을 가진 마르크스를 질투나 시기심 없이 받아들이고 그의 삶을 곁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준 엥겔스. 마르크스의 작품은 일정 부분 엥겔스의 그런 희생과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자본가의 이익을 위한 ‘잉여노동’, 즉 착취와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의 도입, 이로 인해 생기는 잉여 노동. 자본론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쉽게 눈에 들어온다. 나처럼 문외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해설. 이 책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떠돌아다녔지만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우리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모든 것들을 마르크스 이미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가 살아있는 한 자본론이 어떻게 수명을 다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던 마셜 버만의 말처럼 자본론을 알고자 하는 열기가 요즘 들어 더욱 커져만 간다. 이런 열기 속에 번역자가 추천한 펭귄 클래식판으로 원작에 도전해보고 싶은 나의 마음도 더욱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