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자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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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언저리에서는 지독하게 외로운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특별나지도, 특출나지도 않은 그저그런 소시민의 이야기가, 그 기구한 인생의 굴곡과 역경이 눈에 그려지듯 보여 가슴이 먹먹했다.

 

사실 표면상으로 소설 '무국적자'는 구소은 작가의 2번째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녀를 소설가로 등단시킨 '검은모래' 이전에 구상했던 소재로, 그때 기초를 잡았던 내용들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고 객관적 사실성을 확보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래서인지 흡입력이 있다.

 

내용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근현대사를 열거-광주민주화 운동을 비롯하여 88 올림픽 등-하는 와중 주인공 기수의 출생 비밀을 알리는 부분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못하며 일류대에 들어갈 정도로 똑똑한 외삼촌은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맞서 시위에 앞장선다. 그러다 그는 시위를 한 사실이 발각되어 퇴학을 당하게 된다. 상황은 더욱 안좋아져만 가고 결국 그는 일련의 상황들로 악화되어 가는 현실로 부터 벗어나보고자 매형을 따라 독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비상한 머리를 앞세워 누구보다 언어를 빨리 습득하여 행정직을 맡게 되며, 독일로 일 하러온 간호사-숙희-를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함은 잠시뿐. 미래를 위해 일을 과하게 처리하던 중 외삼촌은 다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때 아이(기수)를 품고 있던 숙희는, 결국 그를 누군가에게 맡기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외삼촌의 누이이자 현재 기수의 어머니인 고모이다. 기수는 출생의 비밀을 두 여인 -현재의 어머니이자 실제로는 고모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이자 생면부지 타인인 숙희-이 나눈 편지를 통해 알게 된다.

 

부족함없이 세 아이들을 키우던 기수의 집안은 친구의 배신으로 몰락하기에 이른다. 결국 기수는 부모의 바람과 달리 대학을 포기하기에 이르고 생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특전사를 제대한 후 보스의 경호원이 된다. 하지만 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부른다고 했던가. 기수는 갑작스런 어머니의 병환으로 보스에게 거액을 빌리게 되는데, 얼마 후 보스가 죽게 된다. 결국 보스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기수가 지목되며 그는 누명을 쓴 채 달아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2부는 박희준이란 이름으로 바꾼 기수가 프랑스로 가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태국에 잠시 몸을 피하고 있던 기수는 어머니가 묘령의 여인과 편지를 주고 받았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묘령의 여인이 실제로는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고 그는 프랑스로 무작정 떠난다. 프랑스에 있는 동안 그는 외인부대에 입대를 하게 되고 신분을 세탁하기에 이르른다. 와중 머리를 크게 다쳐 기수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거기서 나이가 많은 간호사 -숙희-를 만나게 된다. 숙희는 처음부터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한다. 기수 역시 이후에는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하지만 둘은 결국 서로가 피로 연결된 사이 임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서로를 위해서 말이다. 그 부분들이 참 가슴 절절하게 다가왔다. 감정적인 부분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10년을 프랑스의 외인부대에서 복무를 하고 제대를 한 후, 기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끝내 현실적인 정착을 하지 못하는 것하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야기가 갖는 힘이 실로 어마어마한 것임을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우리나라를 항상 사랑하고 자랑스러 여긴다. 이전까지는 그러한 사실에 대한 이유랄 것이 특별히 없었다. 그냥 내 나라이기에 그렇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어떠한 마음으로 더욱 감사하고 자랑스러워 해야할지 깨달았다. 이 나라, 내 조국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이 오랜 세월을 한 마음으로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은 차치하고 내 자식들이 살아나갈 자랑스러운 곳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그토록 소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것이다는 생각이 말이다. 이 나라를 어떠한 형식으로든 지지하고 지켜온 많은 분들 덕분에 감사한 밤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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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황희원 지음 / 경향BP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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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
이제는 사랑을 생각하면 설렘보다는 걱정을 떠올리고, 걱정보다 헤어짐을 겁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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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너에게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멈춰 서 있어. 1년 전 그 날, 이수에 있던 한 카페에서 너와 헤어졌던 그 날 말이야.


달력을 보니 오늘이 딱 1년된 날이네. 시간 참 빠르다, 그지?

 

SNS를 통해 다른 사람과 잘 만나고 있는 걸 보았어. 다행이다 싶고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더라. 내 몫까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


사실 나도 그간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았어. 근데 이젠 사랑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알아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혹여 헤어지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 앞서 시작을 못 하겠더라. 근간의 있었던 몇 번의 연애들로 많이 지치고 많이 다쳤었나 봐, 나는.

 

 

 

가끔은 :
 "그 사람이 진하게 떠오르면 어떡하죠?"
"그냥 떠올려요. 별 거 있나요. 그렇게 아끼던 사람이었는데 가끔 떠올리긴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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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서로를 많이 아꼈지만, 그 넘치는 사랑만으로 서로를 보호해주기엔 너무 다른 연애 방식을 가지고 있어 참 많이 다투고 참 많이 지쳤었지, 서로에게.


그래서 일까.


뭔가 후련하지 않았던 이별 탓인지, 여전히 내 꿈 속에는 네가 나타나. 너무 선명하기 때문에 외려 꿈인 걸 인지하고 잠에서 깨면 너무 허망하리란 것도 알지만, 그 순간이 주는 달콤함 때문에 나는 그 밤이 영영 지속되길 바라. 그리고 잠에서 깨면 웬지 모를 서운함이 폭풍처럼 가슴으로 밀려 들어와 하루 종일 멀뚱하게 시간을 보내곤 해.


그리곤 차라리 그 시간들이 없었으면 바라기도 하지. 근데, 어찌 그래. 그렇게 아끼고 보듬고 사랑하고 마음을 젔던 사람인데. 기억인 아나는 게 외려 이상하지. 그래서 나는 네가 내 몫까지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어. 후회따위 없이 말이야.

 

 


후회하지 않는 방법 :
흘러가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보고싶은 사람은 망설임 없이 보러 가고 해야할 일은 다음으로 미루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엔 주저 없이 도전하고 실철하길 바란다.
그대에게 '다음'이란 없는 것처럼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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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지 딱 일년 째 되는 날에,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게 되었다.


대부분이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로 그득한 글들을 읽으며 그간 왜 다시 연애를 시작하지 못할까 하던 의문들이 다소 해소 되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의 글들도 있고, 너무 감상적이라 외려 오글거리는 문장들도 산발하지만 꽤나 공감할 만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나열되어 있어 읽는 내내 지금의 내 기분이 드러난 구절들을 표시해 두었다.


그간 책을 통해 참 많이 위로 받았다 생각하고,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여전히 그 시절 그 곳에 머무르는 어리숙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슬슬 털고 일어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고.


여러모로 내 감정들을 다시 한번 되감아 보고 날선 감정들을 잘 다독여 준 좋은 책이었지 않나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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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 - 내가 행복해지는 특별한 직업을 찾아서
양소영 지음 / 꿈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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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웨일북 출판사에서 나온 '사무인간의 모험'이란 책에서 '도제' 제도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도제'란 장인(匠人, master)을 지망하여 훈련을 받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도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장인과 수업 계약을 맺고 장인의 집에서 기거하며 일도 하면서 기술 습득을 한다. 배움이 곧 미래 직업으로 승화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인 것이다.


우리 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는 도제 제도보다, '가좆같은 회사에서 열정페이를 주며 부려먹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것도 내가 그다지 원하지 않은 학과에 들어가, 4년 동안 은행에 빚을 내가며 배우고 공부한 '결과'로써 말이다.


이번에 읽은 '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는 '도제' 제도를 기본으로 하여 기업이 학생들에게 임금을 주며 일을 가르치는 선진 4개국 - 독일,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 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저자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발로 뛴 것마냥 각 학교에 대한 정보가 섬세하고 정확해 믿음이 갔다.


특히 이번 도서는 읽으면 읽을 수록 참으로 부럽고 꿈 같은 예시들이 너무 많이 나와, 흐뭇하게 읽다가 괜스레 질투도 나고, 우리 나라를 등지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계속 여기에 남아 미래에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저렇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등, 복잡오묘한 기분에 휩싸였더랬다. 내가 학교를 다니며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주입식 교육의 틀 안에 갇혀, 굳어진 사회적 관념에 입각한 그저그런 교육이 전부였었는데 말이다. 장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노래하기보다 이른 취업, 안정적인 직장이 우선시 되는 그런 분위기말이다. 그래서 인지, 예시에 나온 4개국의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말이다.


각설하고 독일의 학교는 이러했다. 3~5세부터 유치원 교육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받게 하되 그룬트슐레/하우프트슐레/레알슐레/게잠트슐레/김나지움 등 학생들이 성적과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학교가 있었다. 더불어 1920년에는 회사와 학교에서 실무와 이론을 병행하는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주중 며칠은 회사에서 실무를 배우고 남은 며칠은 학교에서 이론 공부를 하며 학생들을 졸업을 시키는 것이다. 또한 졸업을 하면 바로 회사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하거나 개인 차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혹여 배움에 더 뜻이 있다면 전문기술대학으로의 진학할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처럼 독일은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찾을 수 있도록 아이들을 배려해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모든 학생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치를 실현토록 궁구하는 덴마크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생활 태도에 기반하여 교육 역시 평등함을 추구한다. 또한 어떤 학년, 어떤 수준으로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소수의 엘리트를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덴마크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성별, 학력, 사회적 지위를 떠나 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실현하게 하고자 하는데 있다. 덴마크의 직업교육은 직업학교에서 첫 번째 기본 과정을 20주 진행한 뒤, 두 번째 기본과정을 다시 20주 진행한다. 약 1년간 총 40주의 기본 과정을 듣게 되는데 이를 마치면 자격시험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합격하면 본격적인 전공 과정에 들어가게 되며 이 기간의 3분의 2를 기업체의 실무교육을 받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덴마크에서는 기업과 학생을 연결해주는 도제 프로그램 사이트를 운영 중이었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추후 도입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가좆같은 분위기로 열정페이만 던져준다면 이마저도 그저 그런 기회일 뿐이지만 말이다.


자부심을 가르치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스위스는 페스탈로치가 주창한 이념에 기반하여,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주체적인 활동교육을 중시하고자 한다. 스위스의 직업학교들 역시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직업을 찾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상위 교육 기관으로 가는 기회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데, 그래서 학생들은 직업학교를 배움의 마침표로 생각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독일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학교와 함께 직업교육에 참여하고 있어 일/학생 병행 시스템이 견고하다. 진로 교육 사이트 역시 운영되고 있어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업학교가 배움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이라는 오스트리아는 앞서 언급한 3개국에 비해 직업학교의 형태가 다양하다고 한다. 독일이나 스위스와 같이 일/학습 병행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직업학교 뿐 아니라, 종일제 직업학교나 대학 진학 준비가 가능한 직업학교 등 시스템적으로 다양하여 학생들에게 여러가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다양성이 오스트리아의 직업 학교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라 하였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책을 읽으며 너무 부러웠다.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며 보람을 찾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진정한 시작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내가 원하는 일을 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도 무시 못하고 말이다. 너무 부럽고 우리나라에서도 인식이나 생각이 좀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에 인재의 중요성이 확고하여, 높은 지적 수준에 걸맞는 상위 대학을 가야만 성공한다는 인식.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획일적이고 불합리하며 돈을 잘 버는 것 외에 다른 즐거움이 없는 것임에도 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착화되긴 어렵겠지만 정부와 기업 등이 몇 번 깨지더라도 실패를 기회삼아 계속 이런 제도를 운영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장기적이어야겠지만 말이다. 정착화되는 과정에서는 누군가를 피해를 볼 수 있기도 하고. 참 부럽고 흐믓하다가도 괜스레 질투나 나서 책을 덮기도 하는 그런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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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 - 문화인류학자가 바라본 부모와 아이 사이
하라 히로코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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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곳에 머무는 동안 '이런 걸 못하다니!' 하는 마음이 들 때 보다는 '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위험한 일을 하다니!' 라고 놀라는 날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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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敎育)을 정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실 가르침이 곧 배움이라는 사실의 범주를 정하는 일도 어렵다. 어떤 것들을 가르쳤다고 하여 그것이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배운다는 행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 '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자유롭다'는 어쩌면 그런 의문에서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작자의 말처럼 사람들은 중요하다고 느끼거나 그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중심으로  무의식적인 선택에 따라 '기억'을 한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가르친다, 배운다'는 행위가 각 문화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인간사회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으나 '가르친다, 배운다'는 행위 자체는 절대보편이 아닐지도 모름을 해어 인디언 아이들을 보며 역설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5살 아이가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려고 하면 그 행위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는 혹시나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회에서 보통의 사고방식을 가진 저자 히로코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전공으로 하던 '문화인류학'의 연구를 위해 캐나다 북서부에 위치한 타이가 숲속에 살고 있는 해어 인디언 부족의 삶 속으로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다섯살쯤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려고 한 것이다. 그녀가 위험하다고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아이는 보기 좋게 통나무를 두 쪽으로 쪼개었다. 단순히 장작패는 방법을 누군가가 가르쳐주어, 바로 그것이 배움으로 승화된 것이 아니라 여러번의 실습을 아이가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기억하고 배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어 인디어족은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통해 배움으로 승화시키도록 둔다. 칼에 베여 그것의 위험성을 알게 두거나 달아오르기 시작한 난로에 데이게 두어 그것의 쓰라림을 알게 하는 것이다. 물론 너무 위험할 때는 칼을 빼앗거나 다른 곳으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위험보다 아이가 하루 빨리 칼을 다룰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두고, 그것을 통해 위험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위험보다는 '자르기'나 '쪼개기' 같은 행위를 통해 원형의 무언갈 망가뜨리고 그로 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 아이가 특정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심부름을 해주고 그것의 셈을 주인과 협상으로 깎아 개인의 이득으로 챙기는 아이의 모습이나 그게 어떠한 일이든 몸싸움은 죄악이라 여기며 모든 걸 말로써 서로 타협점을 찾으라는 오랑 자바들의 예시를 통해 '가르치다, 배우다'가 보편적인 것이 아님을 덧붙인다.

 

 

"해어 인디언 어른들은 아이들을 낳고 돌보는 게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지나치게 조심스레 키우지도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고 즐겁게 아이들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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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견고하지 못하고 허물어지기 쉬운 것인지 우간다 북쪽 케냐와 수단의 경계에 사는 이크 족의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그러면서 여러 부족들이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들어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진다.

 

물론 큰 줄기는 '가르치다와 배우다'는 행위에 관한 것이기에,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가 본래대로 돌아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앞서 이야기했듯 해어 인디언 아이들은 누군가로 부터 학습하여 배워 익히기 보다는 자유롭게 스스로 습득하고 익히는 것이 보통이기에 '누구에게 배웠냐?'라는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해어 인디언 말에 '누구에게 배우다'라는 표현이 없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익혔냐?'거나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냐?'라는 식으로 되묻자 한결같이 '스스로 익혔다'고 답했다고 했다. 해어 인디언 문화에는 '가르친다, 배운다'의 개념이 없고 '스스로 관찰하고 해 보고 수정한다'는 과정을 통해 '무언가 익힌다'로 인식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작자는 마지막에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배우기'에 바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조금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익히는 기쁨'을 가져보자고 한다. 그들보다 조금 더 큰 어른들은 그들이 잘 해낼 때까지 천천히 두고 보기를 고대하며 말이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저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나 즐겁게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배우는 행위에서 '기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힘들겠지만 천천히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물론 나부터 나의 아이에게 그래야겠지만 말이다.

 

아이를 키움에 있어 또 다른 교육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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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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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사는 게 바빠 내 투정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오늘도 어제와 독같은 날이 반복되었고, 내일도 오늘과 다를 바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피곤에 절어 잠이 들며 꿈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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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한번도 일탈을 꿈꾸어보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삶의 매 순간순간이 기쁘고 행복하고 즐겁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야하는 나 역시, 이 쳇바퀴 같은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살아간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일탈을 감행한다 하여, 앞으로 내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 진취적인 목적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퇴사 후 찾아 올 며칠 간의 달콤함을 누리기 위해 선뜻 사직서를 날리는 것이 아직 생각이 짧은 나에게는 대책없는 일이라 생각하여 그런 마음을 꾹꾹 누르고 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포토에세이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의 김지영 작가는 조금 달랐다.

 

책 표지에 그녀는 자신의 소개를 이렇게 하고 있다. 자신은 좋아하는 것도 잘 하는 것도 없는 이름까지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실패가 두려워 꿈으로부터 도망치고 점수에 맞추어 들어간 대학은 남들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들여 겨우 졸업을 했으며, 그 후 터무없이 적은 연봉을 받으며 열심히 살아봤지만 결국 삶은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고 행복하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요즘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나를 포한한 많은 청년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러한 삶에 스며들어 스스로를 내려놓지 않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보듬기 위해 보통의 것들로 부터 '일탈'을 감행한 것이다. 이 책은 1년 7개월 동안 40개국을 여행하며 느낀 그녀가 남긴 일탈의 기록들이다. 생각보다 더 어른스럽지 못 한 자신과 조우하고 마음의 여유를 배웠으며 다시 못할 사랑을 한 삶의 기록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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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하는 변덕쟁이의 여행엔, 골라낸 답안에 대한 후회와 남겨진 많은 선택지 속의 미련들이 넘실거린다. 앞으로 남은 여행도, 그리고 내 인생도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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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많은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고심 끝에 선택한 답안에 대한 결과에 대해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후회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르지 못한 다른 답변에 대해 미련도 가진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는 일탈을 감행하지 못하고 현실적인 상황에 맞추어 살고자하는 답안을 선택했지만 가끔 밀려는 후회 때문에 여전히 일탈이라는 답안지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 비단 사회생활 뿐만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건  누구나 응당 생각하는 것들이리라.

 

그래서인지 내가 택하지 못한 답안을 과감하게 선택한 뒤, 현실로 부터 훌쩍 떠나가 더 많은 고생과 더 힘든 하루를 겪으면서도 그 모든 '날 것'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녀가 참으로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고마웠다. 내가 선택하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줘서 말이다.

 

그런고로, 용기가 없어 섣불리 현실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그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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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행은 멀리서 보면 꽃가루가 날리고 폭죽이 터지는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짠한 만큼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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