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자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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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언저리에서는 지독하게 외로운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특별나지도, 특출나지도 않은 그저그런 소시민의 이야기가, 그 기구한 인생의 굴곡과 역경이 눈에 그려지듯 보여 가슴이 먹먹했다.

 

사실 표면상으로 소설 '무국적자'는 구소은 작가의 2번째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녀를 소설가로 등단시킨 '검은모래' 이전에 구상했던 소재로, 그때 기초를 잡았던 내용들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고 객관적 사실성을 확보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래서인지 흡입력이 있다.

 

내용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근현대사를 열거-광주민주화 운동을 비롯하여 88 올림픽 등-하는 와중 주인공 기수의 출생 비밀을 알리는 부분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못하며 일류대에 들어갈 정도로 똑똑한 외삼촌은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맞서 시위에 앞장선다. 그러다 그는 시위를 한 사실이 발각되어 퇴학을 당하게 된다. 상황은 더욱 안좋아져만 가고 결국 그는 일련의 상황들로 악화되어 가는 현실로 부터 벗어나보고자 매형을 따라 독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비상한 머리를 앞세워 누구보다 언어를 빨리 습득하여 행정직을 맡게 되며, 독일로 일 하러온 간호사-숙희-를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함은 잠시뿐. 미래를 위해 일을 과하게 처리하던 중 외삼촌은 다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때 아이(기수)를 품고 있던 숙희는, 결국 그를 누군가에게 맡기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외삼촌의 누이이자 현재 기수의 어머니인 고모이다. 기수는 출생의 비밀을 두 여인 -현재의 어머니이자 실제로는 고모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이자 생면부지 타인인 숙희-이 나눈 편지를 통해 알게 된다.

 

부족함없이 세 아이들을 키우던 기수의 집안은 친구의 배신으로 몰락하기에 이른다. 결국 기수는 부모의 바람과 달리 대학을 포기하기에 이르고 생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특전사를 제대한 후 보스의 경호원이 된다. 하지만 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부른다고 했던가. 기수는 갑작스런 어머니의 병환으로 보스에게 거액을 빌리게 되는데, 얼마 후 보스가 죽게 된다. 결국 보스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기수가 지목되며 그는 누명을 쓴 채 달아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2부는 박희준이란 이름으로 바꾼 기수가 프랑스로 가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태국에 잠시 몸을 피하고 있던 기수는 어머니가 묘령의 여인과 편지를 주고 받았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묘령의 여인이 실제로는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고 그는 프랑스로 무작정 떠난다. 프랑스에 있는 동안 그는 외인부대에 입대를 하게 되고 신분을 세탁하기에 이르른다. 와중 머리를 크게 다쳐 기수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거기서 나이가 많은 간호사 -숙희-를 만나게 된다. 숙희는 처음부터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한다. 기수 역시 이후에는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하지만 둘은 결국 서로가 피로 연결된 사이 임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서로를 위해서 말이다. 그 부분들이 참 가슴 절절하게 다가왔다. 감정적인 부분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10년을 프랑스의 외인부대에서 복무를 하고 제대를 한 후, 기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끝내 현실적인 정착을 하지 못하는 것하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야기가 갖는 힘이 실로 어마어마한 것임을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우리나라를 항상 사랑하고 자랑스러 여긴다. 이전까지는 그러한 사실에 대한 이유랄 것이 특별히 없었다. 그냥 내 나라이기에 그렇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어떠한 마음으로 더욱 감사하고 자랑스러워 해야할지 깨달았다. 이 나라, 내 조국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이 오랜 세월을 한 마음으로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은 차치하고 내 자식들이 살아나갈 자랑스러운 곳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그토록 소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것이다는 생각이 말이다. 이 나라를 어떠한 형식으로든 지지하고 지켜온 많은 분들 덕분에 감사한 밤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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