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 - 내가 행복해지는 특별한 직업을 찾아서
양소영 지음 / 꿈결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웨일북 출판사에서 나온 '사무인간의 모험'이란 책에서 '도제' 제도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도제'란 장인(匠人, master)을 지망하여 훈련을 받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도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장인과 수업 계약을 맺고 장인의 집에서 기거하며 일도 하면서 기술 습득을 한다. 배움이 곧 미래 직업으로 승화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인 것이다.


우리 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는 도제 제도보다, '가좆같은 회사에서 열정페이를 주며 부려먹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것도 내가 그다지 원하지 않은 학과에 들어가, 4년 동안 은행에 빚을 내가며 배우고 공부한 '결과'로써 말이다.


이번에 읽은 '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는 '도제' 제도를 기본으로 하여 기업이 학생들에게 임금을 주며 일을 가르치는 선진 4개국 - 독일,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 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저자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발로 뛴 것마냥 각 학교에 대한 정보가 섬세하고 정확해 믿음이 갔다.


특히 이번 도서는 읽으면 읽을 수록 참으로 부럽고 꿈 같은 예시들이 너무 많이 나와, 흐뭇하게 읽다가 괜스레 질투도 나고, 우리 나라를 등지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계속 여기에 남아 미래에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저렇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등, 복잡오묘한 기분에 휩싸였더랬다. 내가 학교를 다니며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주입식 교육의 틀 안에 갇혀, 굳어진 사회적 관념에 입각한 그저그런 교육이 전부였었는데 말이다. 장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노래하기보다 이른 취업, 안정적인 직장이 우선시 되는 그런 분위기말이다. 그래서 인지, 예시에 나온 4개국의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말이다.


각설하고 독일의 학교는 이러했다. 3~5세부터 유치원 교육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받게 하되 그룬트슐레/하우프트슐레/레알슐레/게잠트슐레/김나지움 등 학생들이 성적과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학교가 있었다. 더불어 1920년에는 회사와 학교에서 실무와 이론을 병행하는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주중 며칠은 회사에서 실무를 배우고 남은 며칠은 학교에서 이론 공부를 하며 학생들을 졸업을 시키는 것이다. 또한 졸업을 하면 바로 회사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하거나 개인 차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혹여 배움에 더 뜻이 있다면 전문기술대학으로의 진학할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처럼 독일은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찾을 수 있도록 아이들을 배려해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모든 학생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치를 실현토록 궁구하는 덴마크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생활 태도에 기반하여 교육 역시 평등함을 추구한다. 또한 어떤 학년, 어떤 수준으로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소수의 엘리트를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덴마크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성별, 학력, 사회적 지위를 떠나 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실현하게 하고자 하는데 있다. 덴마크의 직업교육은 직업학교에서 첫 번째 기본 과정을 20주 진행한 뒤, 두 번째 기본과정을 다시 20주 진행한다. 약 1년간 총 40주의 기본 과정을 듣게 되는데 이를 마치면 자격시험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합격하면 본격적인 전공 과정에 들어가게 되며 이 기간의 3분의 2를 기업체의 실무교육을 받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덴마크에서는 기업과 학생을 연결해주는 도제 프로그램 사이트를 운영 중이었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추후 도입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가좆같은 분위기로 열정페이만 던져준다면 이마저도 그저 그런 기회일 뿐이지만 말이다.


자부심을 가르치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스위스는 페스탈로치가 주창한 이념에 기반하여,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주체적인 활동교육을 중시하고자 한다. 스위스의 직업학교들 역시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직업을 찾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상위 교육 기관으로 가는 기회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데, 그래서 학생들은 직업학교를 배움의 마침표로 생각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독일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학교와 함께 직업교육에 참여하고 있어 일/학생 병행 시스템이 견고하다. 진로 교육 사이트 역시 운영되고 있어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업학교가 배움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이라는 오스트리아는 앞서 언급한 3개국에 비해 직업학교의 형태가 다양하다고 한다. 독일이나 스위스와 같이 일/학습 병행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직업학교 뿐 아니라, 종일제 직업학교나 대학 진학 준비가 가능한 직업학교 등 시스템적으로 다양하여 학생들에게 여러가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다양성이 오스트리아의 직업 학교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라 하였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책을 읽으며 너무 부러웠다.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며 보람을 찾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진정한 시작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내가 원하는 일을 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도 무시 못하고 말이다. 너무 부럽고 우리나라에서도 인식이나 생각이 좀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에 인재의 중요성이 확고하여, 높은 지적 수준에 걸맞는 상위 대학을 가야만 성공한다는 인식. 사실은 그것이 얼마나 획일적이고 불합리하며 돈을 잘 버는 것 외에 다른 즐거움이 없는 것임에도 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착화되긴 어렵겠지만 정부와 기업 등이 몇 번 깨지더라도 실패를 기회삼아 계속 이런 제도를 운영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장기적이어야겠지만 말이다. 정착화되는 과정에서는 누군가를 피해를 볼 수 있기도 하고. 참 부럽고 흐믓하다가도 괜스레 질투나 나서 책을 덮기도 하는 그런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었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