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음악에 살고 음악에 죽다
금수현.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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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나름대로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어느새 제가 아버지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자꾸 글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말고 많아지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납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것 역시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천성인것을요<에필로그 중>

 

처음 제목을 보고 금난새님의 아들을 생각했다. 아들과의 기억들을 에세이로 써 놓을 것일까.. 그런데 제목의 아버지는 금난새님의 아버지인 금수현님을 말하는 것이었다. 191931 운동이 일어났던 해에 태어난 아버지. 19623월부터 6월까지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들 중 75편을 추렸고, 나머지 일부는 금난새님의 글이 기록되어 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글임에도 아버지의 글들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고, 이해가 가능한. 투박하고, 따뜻한 글들을 전해준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과 글을 통해 세상의 지혜를 자신의 삶에 담아낸 금난새님의 글을 볼 수 있다. 선택의 순간, 때로는 문득문득 아버지의 지혜를 삶에 녹여내고 있다.

 

하이든처럼 많은 곡을 쓰지는 않았으나 최소한 하이든보다 더 유쾌하게 살단 간 분.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늘 챙겨주시던 분. 웃음도 많았지만 눈물도 많았던 분. 아버지는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늘 그렇게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선물을 주시던 분... 이라고 기억되는 분.

 

상담을 하다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서로의 표현 방식이 달라서, 서로의 이해가 달라서, 다른 기억들 때문에. 겉으로 보여 지는 문제들 이면에는 사실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을 이해하는 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해와 사랑이 바탕이 된 아버지와 아들의 진한 따뜻함을 볼 수 있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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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1
조금산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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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책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만화는.. 재밌었다. 빨리 읽히고 재밌고. 얼마 전 다른 인친님의 피드에서 <언플러그드 보이>의 현겸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학교 다닐 때 유일하게 사서 봤던 만화책이다. 아직 구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찾아봐야겠다.

 

택일이와 상필이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공부엔 당연히 취미가 없다. 동네 꼬마들 돈이나 뺏고, 그 돈으로 술을 마시고.. 그 동네 꼬마 형들에게 또 맞고, 또 술을 마시는.. 그냥 시간을 흘려 보내는 그들이다. 택일이의 엄마는 전직 배구선수로 홀로 택일이를 키우며 식당일을 한다. 다소 과격한 엄마는 사랑 표현이 서툴다. 택일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둘은 어긋날 뿐이다. 택일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뺏은 돈으로 갈 수 있는 아무 곳이나 가려나 원주로 내려가고, 그 곳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한 여자 아이를 만난다.

 

택일이가 떠난 곳에 남은 상필이도 아는 형의 도움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 곳에서 인생에 대해, 사람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간다. 그들이 내딛은 세상은 녹녹치 않지만 시작되었다. 아직 1,2권 밖에 보지 못해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 될지 궁금하다. 그들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지, 어떤 결말을 우리에게 전해줄지..

 

이번달 영화로 개봉하는 시동은 택일이 역에 박정민 배우, 상필이 역에 정해인 배우, 이거석 역에 마동석, 신세경 역에 염정아 배우가 맡았다. 흥미로웠던 웹툰의 캐릭터들이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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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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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로맨스 소설 덕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기적 같은 사랑이야기지만 흔히 생각하는 구구절절 눈물과 사랑이 펼쳐지는 사랑이야기만 담긴 소설은 아니다. 물론 사랑스럽지만 현실적이고, 주인공들이 자신과 타인의 말과 행동에서 읽어내는 행간의 감정과 변화는 꽤 단단하게 묘사되어 있다.

 

12월의 어느 날, 움직이기도 힘든 만원버스 퇴근길. 주인공 로리는 기분도 별로였다. 그러다 우연히 본 창밖에서 눈이 마주친 남자. 눈이 마주친 둘은 각자의 선택길에서 망설이다 서로를 놓치고 만다. ‘버스에 타라는 신호를 담아 눈빛을 계속 보냈지만 그 남자의 움직임은 한 발 늦었고, 버스는 출발해 버렸다.

 

P16. 만약 누군가 내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이제부터 나는 그렇다고 g야 한다. 20081221일의 어느 어느 눈부신 1분 동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세라는 로리의 룸메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같이 방을 쓰기로 한 그 날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아름다운 여자. 외모부터 성격까지 부족함이 없는 그녀다. 세라는 로리가 버스 창 밖으로 눈이 마주친 그 남자를 버스보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둘은 1년이 넘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버스보이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결국 그를 찾지 못한다.

 

그 후 다음해 12월의 어느 날. 로리는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버스보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버스보이와 로리, 세라, 오스카.. 주인공들의 복잡하게 얽힌 사랑 이야기와 그들의 묘한 심리와 감정들이 잘 들어나 안타까움과 아쉬움, 사랑스러움, 즐거움 등을 느껴가며 읽었던 소설이다. 또한 로리와 세라의 우정 이야기도 꽤 감동적이었다. 마음을 깊이 나누는 친구가 어떤 건지 그 둘을 보면 알 수 있다.

 

2008년 버스 보이를 본 이후 2017년까지 10년간의 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표지만 보고 생각했던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어, 단숨에 끝까지 볼 수 없었던 소설. 12월의 어느 날. 지금 딱 어울리는, 읽어야하는 소설이다.

 

P42. 초록. 그의 눈은 초록색이다. 생생한 나무 이끼 색 홍채. 동공 주위로 배어드는 따뜻한 금빛. 하지만 지금 나를 이렇게 뒤흔드는 건 그의 눈 색이 아니다. 이 순간 나를 지그시 응시하는 그의 눈빛이다. 놀람. ‘알아봄의 번득임. 아찔한 정면충동의 충격. 그러다 그 눈빛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나만 의심 속에 남겨두고. 방금 그의 눈에서 본 건 그간 쌓인 내 갈망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찰나의 상상이었나.

 

P243. “나는 항상 네가, 뭐랄까, 좀 더 어름스러운 일을 찾을 줄 알았지만.” 이러는 내가 나도 자랑스럽지 않다. 지금의 직장이 로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뻔히 아는 내가. 로리가 그 일에 누구보다 적입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그녀처럼 10대의 고민을 하찮게 보지 않고 그들의 문제에 성의 있고 친절하게 답해줄 사람도 없다. 내 모욕적인 언사가 그녀에게 상처로 맺히는 게 보인다.

 

P288. 나는 세라를 두 팔로 감싸고, 세라는 내 어깨에 머리를 얹는다. 세라가 잠이 들면서 숨소리가 느려진다. 나도 눈을 감는다. 기억을 떠올린다. 세라를 처음 만난 말, 잭을 처음 본 순간.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 인생이 얼마나 뒤얽히고 복잡해졌는지. 우리는 삼각형이다. 하지만 변의 길이는 항상 변했다. 어느 것도 어느 한 순간도 동등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울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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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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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 같이 사랑스러운 현실주의자가 되길 바라. <프롤로그 중>

 

카카오 프렌즈와 아르테의 다섯 번째 에세이는 네오와 하다가 만났다.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새침한 고양이 네오. 쇼핑을 아주 좋아한다.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는 집사로서 네오의 등장이 반갑다. 매일매일 나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하다. ‘자신을 사랑한다라는 타이틀로 보면 네오와 하다의 만남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는 신나는 만남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듯 대화체로 된 에세이는 도도한 고양이가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같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그러니 나를 침범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나를 먼저 잘 지키자.’라는 글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책을 깊게 만나다보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만큼 나도 사랑하고 잘 지키자.’ 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들도 있지만, 그 만큼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한 방법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정해진 틀로부터.. 매몰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해 나는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다면, 그래서 나를 잘 볼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사람을.. 세상을.. 보는 눈도, 대하는 태도도, 좀 더 씩씩하고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되지 않을까.

 

P25.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별로 멋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믿는거야. 나조차 내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날에도 나는 여전히 괜찮다는 걸 아는 것.

 

P52.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해.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서 어김없이 주어진 자리로 가서 미션을 수행하고 여러 명이 함께 협업하여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노동의 대가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수익을 얻는게 얼마나 대단해.... 그러니까 무슨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그냥 회사 다닌다’,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답하지 않기를. 회사를 다니는 건 그냥이 아니라 정말 대단한 일이야.

 

P173. 네가 내 외모 말고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주면 좋겠어. 내가 어떤 행동을 좋아하고 어떤 행동을 싫어하는지 어떤 책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들여다봐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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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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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단발머리 여자. 누가 봐도 고복희다. 그녀는 깐깐하고 원칙주의자며, 감정은 마음의 보이지 않는 바닥 밑까지 내려놓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옳고, 그름으로 나눠진다. 그래서 이기적이지 않고, 남에게 폐끼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캐릭터는 아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남쪽 나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원더랜드라는 호텔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일정으로 한결 같이 딱딱한 태도로 손님을 대하고 있다. 호텔은 예쁘지만, 그렇게 좋은 위치도 아니고, 친절하지 않은 탓에 호텔 손님은 점점 줄어든다. 그 호텔의 유일한 직원 린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한달 살기. 좋은 조건으로 한달을 살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어 한국 손님을 모으자는 제안이다. 사장 고복희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그리고 그 패키지를 덥석 결재하고 캄보디아로 온 박지우. 백수다. 더 이상 답이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캄보디아로 왔다. 프놈펜과 앙코르와트가 가깝다고 생각했다는 박지우. 아무런 정보 없이 도망치듯 떠나온 한국.

 

그렇게 세 사람은 만난다. 고복희, , 박지우. 그리고 한인 사회 사람들. 딱딱하지만 옳은 일은 거침없이 하는 따뜻함을 가진 고복희. 똘똘하고 자신이 가진 다양함을 삶에 녹여내는 린. 자존감 낮고 힘이 없지만 발랄함과 수다스러움, 정의감을 가진 박지우. 그들이 살아내는 한 달의 시간. 그 시간 안에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들과 사회. 그들의 변화는 고복희도 춤추게 한다.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P158. 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한 포장지의 사탕을 꺼냈다. 주머니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진득하게 녹아 있었다. 사탕은 크고 꺼끌꺼끌했다. 입 안에서 힘겹게 굴리자 미지근하고 화한 향이 퍼졌다. 봉제공장 맛이 난다. 고복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덥고, 맵고, 뿌옇고, 찐득찐득하고, 단맛이 느껴지기 무섭게 눈물이 핑 고이는 그런 맛.

 

P206. 그녀는 벽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몸을 숨길 장소가 필요했다. 세찬 비가 내린다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니까. 지난함을 견디는 것이 인생이니까.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이 성가신 남자는 매일같이 찾아와 조금씩 그녀의 벽을 허물었다. 어떤 날은 달콤하게. 어떤 날을 아프게. 가장 먼저 빛이 스며왔다. 하늘이, 나무가, 바다가, 천천히 그녀의 시야로 들어왔다.

 

P251. 예의 없는 인간 같으니. 집에서 만든 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 이 생각은 다음 날 오미숙이 원더랜드로 가져다준 반찬을 먹고 바뀌었다. 오미숙네 반찬이 맛있기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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