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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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단발머리 여자. 누가 봐도 고복희다. 그녀는 깐깐하고 원칙주의자며, 감정은 마음의 보이지 않는 바닥 밑까지 내려놓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옳고, 그름으로 나눠진다. 그래서 이기적이지 않고, 남에게 폐끼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캐릭터는 아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남쪽 나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원더랜드라는 호텔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일정으로 한결 같이 딱딱한 태도로 손님을 대하고 있다. 호텔은 예쁘지만, 그렇게 좋은 위치도 아니고, 친절하지 않은 탓에 호텔 손님은 점점 줄어든다. 그 호텔의 유일한 직원 린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한달 살기. 좋은 조건으로 한달을 살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어 한국 손님을 모으자는 제안이다. 사장 고복희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그리고 그 패키지를 덥석 결재하고 캄보디아로 온 박지우. 백수다. 더 이상 답이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캄보디아로 왔다. 프놈펜과 앙코르와트가 가깝다고 생각했다는 박지우. 아무런 정보 없이 도망치듯 떠나온 한국.

 

그렇게 세 사람은 만난다. 고복희, , 박지우. 그리고 한인 사회 사람들. 딱딱하지만 옳은 일은 거침없이 하는 따뜻함을 가진 고복희. 똘똘하고 자신이 가진 다양함을 삶에 녹여내는 린. 자존감 낮고 힘이 없지만 발랄함과 수다스러움, 정의감을 가진 박지우. 그들이 살아내는 한 달의 시간. 그 시간 안에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들과 사회. 그들의 변화는 고복희도 춤추게 한다.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P158. 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한 포장지의 사탕을 꺼냈다. 주머니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진득하게 녹아 있었다. 사탕은 크고 꺼끌꺼끌했다. 입 안에서 힘겹게 굴리자 미지근하고 화한 향이 퍼졌다. 봉제공장 맛이 난다. 고복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덥고, 맵고, 뿌옇고, 찐득찐득하고, 단맛이 느껴지기 무섭게 눈물이 핑 고이는 그런 맛.

 

P206. 그녀는 벽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몸을 숨길 장소가 필요했다. 세찬 비가 내린다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니까. 지난함을 견디는 것이 인생이니까.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이 성가신 남자는 매일같이 찾아와 조금씩 그녀의 벽을 허물었다. 어떤 날은 달콤하게. 어떤 날을 아프게. 가장 먼저 빛이 스며왔다. 하늘이, 나무가, 바다가, 천천히 그녀의 시야로 들어왔다.

 

P251. 예의 없는 인간 같으니. 집에서 만든 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 이 생각은 다음 날 오미숙이 원더랜드로 가져다준 반찬을 먹고 바뀌었다. 오미숙네 반찬이 맛있기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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