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고 싶은 여자
르비쥬 지음 / 하얀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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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눈 앞에서 죽는 순간을 목격한 남자 정우는 그로부터 도피하다시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한국으로 도망쳐 온다.
그렇게 한국에서 다시 대학을 다닌다. 다른 사람에겐 관심도 없고 다른 사람의 관심도 필요치 않기에 그의 자세한 프로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약간은 성숙한 듯한 외모의 신입생이겠거니 싶다. 그런 정우와 스킨스쿠버 다이빙 동아리 회원인 선배 이현이 있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동아리는 대학교 4학년 23살 이현과 대학교 1학년 27살 신입생 정우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흐르는 공간이자 정우가 처음으로 이현을 만나게 된 계기의 동아리이기도 하다. 

괴한들에게 총을 맞아 바닷가로 떨어진 모습을 보고도 그 충격이 너무 커 꼼짝할 수 없었던 정우가 아이러니하게도 스킨스쿠버 다이빙 동아리에서 신입생 모집을 하고 있는 이현의 모습, 정확히는 이현의 미소에 홀릭되어 자진해서 가입한 것이다.

정우의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현은 당연히 그가 자신보다 어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와 본의 아니게 여러가지 사건들로 얽히면서 그가 사실은 뉴욕대학에서 이미 졸업을 한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도망치듯 한국에 들어와 살게 된 사연까지 알게 된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우는 다시는 자신의 가슴이 뛰는 일이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이현으로 인해서 마침내 그 금기가 깨짐을 느끼게 된다. 처음 그녀의 미소에 반해 그녀를 바라 보았다면 이제는 그녀의 사랑이 자신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욕심까지 생긴다.

이현 역시 정우에게 점차 마음이 기울지만 정우의 과거의 사랑에 두려움을 느껴 쉽게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이현은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하지만 헤어짐을 결정한 그 순간부터 자신의 마음에 대한 진심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정우 역시 그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 미련처럼 남아 있던 지나간 사랑을 이제 그만 바람에 날려 보내게 된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충실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내용이 크게 화려한 사건은 없지만 잔잔한 재미는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극에서 제법 비중을 차지하는 재희에 대한 설정이 다소 엉뚱한 이미지로 나와서 재미가 반감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갑작스럽게 그녀에게 들이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황당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재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통해서 아마도 재희의 스토리도 쓰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두 가지 정도만 빼면 괜찮은 소설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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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 남겨주고 함께해야 하는 것들
한스 라트.에드가 라이 지음, 배인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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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문 기사를 보니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라는 말이랍니다. 아직 철없어 그런다고들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낳았다고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닌 것처럼, 그 이후에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는 지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막상 그때는 울화통이 터지겠지만 그래도 "내가 널 낳아 줬잖아? 키우고 먹여 줬잖아?" 하고 말하기엔 너무 특징이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뭔가 기억에 남는 일들을 해줘서 녀석들이 애초에 그런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게 옳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이 책은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와 비슷한 맥락을 유지합니다. 이 책은 독일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많은 호응을 얻은 작품이라고도 합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부모가 겪는 고민들은 세계를 통틀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지는 대목입니다.

 

 

 

위의 이미지는 원작의 표지입니다. 국내에서 번역된 책과 그 이미지는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번역서는 오히려 동화적인 느낌이 나는 것 같고, 원작의 이미지는 확실히 그 내용과 더 잘 어울리는 개인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총 7장에 걸쳐서 소개되는 항목들은 뭐랄까 아이들과 함께 해야하는 일들이나 아이에게 해줘야 할 일들이라기 보다는 내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헤쳐 나갈 때 필요할 삶의 어떤 경험과 지혜를 가르쳐 주는 과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하는 항목이기라기 보다는 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항목이 바로 아이가 "소원을 갖는 법"을 알려주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 정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비록 쓰러지더라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아이가 꿈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소원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서 중간 중간 아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재밌는 추억과 경험들-쇼핑하기, 체스나 장기 두기, 동물 기르기 등과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리스트에는 다소 자극적이다 싶은 제목을 가진 불복종 연습하기, 선생님께 항의하기, 빈둥거리며 시간 보내기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다소 특이하고 자극적인 것에서 부터 평범한 것들, 그리고 오로지 나와 아이만이 공유할 수 있는 리스트까지 상당히 광범위하고 다양한 리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리스트들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아마도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진정한 독립을 이루어 혼자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지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리스트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진심으로 교감하고 매 시기에 적절한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부모 자식의 사이가 되는 것이 이 모든 내용들의 궁극적이자 근원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이 없음을 안타까워하기 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안에서도 아이와 함게 할 수 있는 우리 아이와 나만의 리스트를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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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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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공포는 확실히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둘째 장을 읽어 가면서 부터 약간의 반전이 느꼈던 소설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읽으면 읽을 수록 왠지 모르게 내 주변을 자꾸만 둘러 보게 만드는 그런 소설입니다. "너무 무서워" 하는 그런 공포 소설은 분명히 아닙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한 느낌이 자꾸 드는 그런 책입니다. 전 간밤에 혼자서 식탁의자에 앉아서 조명등을 켜두고 읽어서인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왠지 주변에 혹시... 하는 그런 마음에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밋밋하게 시작됩니다. 하지만 한 장이 끝나고 새로운 장이 시작되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전의 이야기에서 언급된 인물이 이번 장에서는 주인공이 되어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된 무대가 되는 곳은 언덕 위의 2층 집입니다. 일명 유령의 집입니다. 과거 이곳에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집에서 살인이든 자살이든 어떤 형태로든 죽은 곳이여서 그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고 알려진 곳입니다.

 

바로 이 유령의 집을 거쳐간 그래서 이제는 자신들도 유령이 되어 버린 사람이였던 그들의 사연이 소개되는 그런 책입니다. 즉, 이전 이야기에선 유령으로 등장하던 존재가 다음편에서는 살아 있던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구성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이 유령은 살아 생전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느끼게 합니다.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큰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본다면 다소 밋밋한 흐름에 실망을 하는 분들도 약간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읽는 순간 순간 자꾸만 내 뒤를, 그리고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책이기도 합니다.

 

"두렵지 않았느냐고? 음, 나는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살아. 세상에는 무서운 게 여려 가지 있지만 그중에 제일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인간이야. ... 살아 있는 인간은 나쁜 짓을 해도 죽은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고. 죽은 인간이 오히려 더 착하다고 하셨어."

 

결국 인간의 공포란 것도 미지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마음 속의 생각들이 오히려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입니다. 책 속에서 그 집을 수리하러 온 목수가 말했듯이 말입니다.


그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오히려 그들과의 관계를 틀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이 집을 구매한 여류작가는 유령들과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이 집은 그녀의 집 이전에 이미 그들이 수십년을 살아 온 곳이기에 그들의 집이기도 하니깐 말입니다. 그렇게 기존의 유령의 집을 소재로 한 소설과는 다르게 산 자과 죽은 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언덕 위의 집은 유령의 집일지 몰라도 함께 공존하는 그들에겐 그저 각자 자신의 집이 뿐이라는 기묘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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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을 보고 온 사람들
황화섭 지음 / 아침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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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가 궁금하지 않다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난 너무 궁금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건 과연 죽으면 다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굳이 종교 분쟁을 불러 일으킬 생각은 없다. 진심으로 그냥 궁금할 뿐이다. 각자가 믿는 사후세계가 있겠지만 과연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하나 더 죽게 되어서 사후 세계를 가게 되면 과연 현세에서의 일들은 다 잊어버릴까?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장 큰 이유가 이생에서는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이유는 각자 개인의 사연일 테지만 말이다) 저승에 가면 다 잊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다 잊겠다고 죽었는데 잊혀지기는 커녕 모든 걸 다 기억하면서도 죽은 몸이라 더는 이도저도 못하고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러면 분명 편해지겠다고, 다 잊겠다고 한 일이 오히려 고통의 나날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듯 흔히 말하는 사후세계, 저승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만 막상 갔다 온(?) 사람은 드물고, 이마저도 증거가 없으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누구나 가지만 아무나 경험하지 못하는 죽었다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3가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달 간격으로 태어나 이웃으로 살게된 옥명화와 오명화의 이야기가 처음이고, 설희, 송희 자매의 이야기, 그리고 강명식과 강용식 조손간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1부의 두 명화이야기는 확실히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그나마 제대로 된 이야기다. 저승사자의 실수로 오명화 대신 저승을 다녀온 옥명화가 오명화의 몸에 빙의되어 다른 사람의 앞길을 예견해 주면서 그로 인한 모든 수익은 전부 사회 환원적 차원에서 <명화 장학회>를 통해서 쓰인다는 이야기다. 이름이 같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고, 이웃에 살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것이 이것은 꼭 실화같기까지 하다.

 

하지만 다음 두편은 너무 싱겁게 끝난다. 동생 송희 대신 죽은 언니 설희가 저승을 경험하고 그냥 돌아 온다는 얘기이고, 설희가 이승으로 오는 동시에 송희가 저승으로 가는 배를 타고 온다는 그런 결말이다. 1부에 비해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그러나 더 큰 실망은 3부다. 두 조손간의 이야기는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없고, 스토리는 더 없고, 결말은 허무맹랑하고. 제목같은 내용을 기대했던 나에게 1부만이 괜찮았던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이한 점은 지극히 짧은 3편의 이야기가 한국어-중국어-일본어로 쓰여져서 한권으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 완전히 낚였다는 표현이 딱 맞는 그런 소설이다.  

 

애초에 저자가 의도했던 "사후의 불확실성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는 취지는 어디론 갔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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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남자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손선영 지음 / 청어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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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소개글만 봤을 때는 왠지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 슬럼버: 온 세상이 추격하는 한 남자>가 생각났던 게 사실이다. <골든 슬럼버> 속에서도 "어느 날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 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고,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도 살인자 이대형으로 지목한 이지훈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서 정부 권력과 뒷골목의 검은 세력에 대항해서 싸우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 네이버 서평 평균별점이 왜 ★★★★인지를 충분히 알겠다. 읽어 본 나로서도 4개가 딱이다 싶다.
일단 왜 다섯개가 아니냐면 마지막의 마무리 부분이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마무리에서 좀 더 완성도를 높였다면 별 다섯개로도 모자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 소설이 무엇보다도 실감났던 이유는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이런 살인자 이대형이 되어버린 "진짜" 이지훈처럼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이라는 손바닥만한 신분증 속에 나의 주소지는 물론 지문과 사진, 주민등록번호(여기엔 생년월일이 찍혀 있다.)까지 나의 가장 중요한 사적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요즘 아무리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진과 지문까지 포함된 주민등록증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진짜 이지훈의 허술함도 물론 잘못이 있겠지만 작정하고 속이려든 친구 이동훈의 문제도 간과할 순 없다. 거기다가 행정당국자와 경찰 조직, 범죄 조직까지 결합된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 초대형 살인과 사기극이니만큼 일반 소시민인 이지훈은 어떻게 맞서 싸워서 정의를 실천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직장 동료였던 이동훈의 사기로 빚더미에 앉게 되고, 그 일과 연관해서 회사에서는 뇌물 수수건에 관련되면서 진짜 이지훈은 9년 넘게 노숙자로 살아간다. 그러다 보라라는 여인을 만나 진짜 인간다운 삶을, 남자로서의 삶을 살고자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리려고 주민센터를 찾아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0년만에 자신의 신분을 찾으려고 한 일이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리게 하는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만든다. 졸지에 살인자 이대형이 되어버린 이지훈은 그때부터 자신과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보라를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그 진실은 또다른 거짓과 범죄의 온상을 들춰낼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 속에서 진실을 밝히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 커다란 진실이 드러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거물급의 인물들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따로 없다. 그 사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에 빠지는 듯 하다. 하지만 정팀장, 백용준, 황재현 트리오의 집요하고 끈질긴 수사로 사건을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고, 일단의 결말을 맞게 된다.

극초반 이 책은 상당히 스릴감있고, 긴장감과 함께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엄청난 일들이 불과 며칠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점과 그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들이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 중반과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긴장감과 스릴은 점차 쇠퇴한다. 너무 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관련되어 있는 탓에 그것들을 정리하고 해결 짓는 과정에서 살인자와 범죄자들의 범죄 목적에 대한 주장이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순식간에 사건이 일단락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초반부에 극적 흥미를 불러 일으키던 느낌이 간간이 등장하긴 하지만 끝까지 그 매력을 이어나가지 못한 점이 이 책을 별 네개에 머물게 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영미의 정신과 의사에 대한 살인적 행위에 대한 사건이 그냥 지나가 버린 점이 아쉬웠다. 작가가 다음편을 위해서 남겨 두었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사건의 해결과정과 결과면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점들이 발견된 것은 앞으로 작가가 집필과정에서 좀 더 고심해야 할 문제인 듯 하다.

그외에는 나무랄데없는 국내 순수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해서 즐거운 시간이였다. 작가의 전작과 후작이 기대되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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