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읽히는 책을 도대체 며칠째 붙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읽힐 이유가 없는데 안읽힌다. 안읽힐 이유가 없는데 안읽힌다? 정말이다.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 그럼 집어치우고 다른 걸 읽든가. 물론 그러면 깨끗이 끝나는데 그게 안되니 환장할 노릇이다. 이걸 뛰어넘지 못하면 난 또 한번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아 그럴 수는 없다. 어디서 생겨났는지도 모를 이 느닷없는 오기가 날 점점더 비뚤어지게 한다. 안읽히는 책 한권이 나에게 불러일으킨 이 전투력이란 것이 폐병 환자 수준이라니. 난 약점 잡힌 게 분명하다. 점점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다. 이러다 아주 된통으로 당할 것 같다. 아무 짓도 안하고 숨만 쉬고 살아도 빠른 속도로 늙기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이런 걸로 두통치통된통산통 다 겪게 될 줄이야..ㅠㅠ

 

이제 4시간 남았다. 그전에 잠들면 안된다. 어치피 잠이 안온다. 밤이 깊고 깊었는데 마음껏 안자도 되는 이런 일이 아주 오래 전에도 있었다. 그때가 언제였던가. 어렸지만 세상의 밤하늘이 나를 향해 입김을 내뿜고 있다는 기쁨으로 가득차있던 날이었다. 그날에 비하면 오늘은 어떤가.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그날의 일이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을 보면 난 여전히 기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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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2-25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빚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페이지 억지로 넘길 필요없죠..책도 인연인데요..^^.

컨디션 2017-02-25 00:58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가 무슨 빚진 것도 아닌데 이러고 있으니..ㅠ 억지로 책장 넘길 필요 없다고 하시니 제가 그 말씀에 힘 좀 입어야겠습니다. 억지로라도 넘겨서 다 읽고 말 거예요! ㅎㅎㅎ

서니데이 2017-02-25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어디 가세요??

컨디션 2017-02-25 01:00   좋아요 2 | URL
제가 아니구요, 패밀리 1인이 주말에 어디를 좀 간답니다^^

2017-02-25 0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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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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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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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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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2-25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아침에 바쁘시겠군요.^^

컨디션 2017-02-25 01:16   좋아요 2 | URL
저는 뭐그닥 바쁠 건 없어요. 짐은 다 꾸려놨고 남자들은 씻는 거 부터해서 준비하는데 시간 얼마 안걸리니까요^^

2017-02-25 0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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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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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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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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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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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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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그린 2017-02-25 0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험상 한 달 후에야 읽히는 책도 있었습니다ㅎㅎ

컨디션 2017-02-25 10:10   좋아요 1 | URL
아, 한달 후..ㅎㅎ
꼭 결판을 내야 할 책이 있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말씀이신거죠? ^^

페크pek0501 2017-02-2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집어치우고 다른 걸 읽든가. 물론 그러면 깨끗이 끝나는데 그게 안되니 환장할 노릇이다.˝
- 저랑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어요. ㅋㅋ 여러 권을 병행해서 읽곤 하는데 유독 어떤 한 권 때문에 다른 책을 못 읽을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읽는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면서 이 책을 끝내고야 다른 책으로 넘어가겠다는 오기 같은 게 생겨요.
저 자신의 독파력을 테스트하는 기분이랄까요?

내가 경험한 것은 누군가도 경험한다는 사실이 반갑습니다.

컨디션 2017-02-26 02:04   좋아요 1 | URL
아, 페크님. 저의 환장할 노릇을 알아봐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파하고 말겠다고 할 때의 그 다짐과 결심과 의지.. 수많은 변수와 변덕과 파렴치한 핑계 앞에서도 굳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