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생활자로 살아온 이력이 변변찮은 나로서는, 그간 이 마을이 어떤 변모와 변신을 꾀하며 그 운영방침(?)이나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시켜 왔는지 잘 모른다. '추천'이 '공감'으로 공감이 '좋아요'가 되었으며 '이웃추가'가 '친구신청'으로 바뀌었고 그 와중에 팔로잉 팔로워, 라는 게 생겨났고, 또 최근엔(최근도 아니구나) 북플,이라는 것이 생겼고.. 등등. 이 정도면 나도 알만큼 알고 있다고 봐야 하나. 암튼 이런 변화 속에서 내 나름 얻은 게 있다면 '나 혼자 마을 어디 구석팅이에 조용히 처박혀 살 수는 없게 되었구나' 라는 탄식이다.(탄식,이라는 오바성 단어를 쓰긴 했지만 달리 내뱉을 말이 없다) 아무리 곱씹어가며 생각해봐도 이렇게 바뀌어 온 양상들의 본질적 측면을 들여다 보자면, 결국 알라디너에게 '오픈을 강요하는' 식으로 변신에 변신을 꾀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물론 이 모든 것에는 알라딘 사업체의 상업적 전략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일 테고..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알라딘은, 내가 '즐겨찾는 서재'를, 멀리서나마, 차마 다가가지 않고도, 책갈피 표식하듯 잊지 않기 위해, 비록 눈팅만 하더라도 '마음놓고 즐겨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데예? 그런 시상은 사라졌삐릿구만요. 이게 다 '친구신청' 체제로 바뀌면서 생겨난 충격적인 부작용의 대표다. 예전엔 나를 즐겨찾는 사람이 누군지 알래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누굴 즐겨찾는지를 그 당사자는 물론이고,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친구신청 하는 순간 그쪽에 내 서재가 노출된다는 사실은 나로선 좀, 거시기 했더랬다. 이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확 밀려온 것이다. 이거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생겼다'는 불김함이 내 둔한 뇌리에도 스쳐간 것이다. 하지만 나란 인간, 제도 운운할 여력이 없다보니 그저 제도에 '응응'하며 무심하게 살아왔다. 초반 개악에 대한 거부감도 차츰 무뎌졌고., 친구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 그러니까 이 말은, 내가 먼저 친구신청을 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과거에, 그러니까 내가 당시 계정을 폭파하고 쌓아온 플래티넘이니 서재지수니 하는 것도 싹 포기하고 자취를 감추었던 전과(?)가 있는데, 그 당시 서재이웃으로서 교류가 나름 극심했던 분들에겐 따로, 차후에 친구신청을 하기도 했다. 띠용띠용님, 저 돌아왔어요~ 하는 신고식의 일환이었다. 시즌2를 시작하면서 몇 달간 성공적으로 숨어지낼 수 있었던 것도, 혹시 술김에 충동적으로라도, '친구신청'을 하게 될까봐 늘 스스로를 못믿어했는데, 이게 한번 그랬버리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식이다 보니 나같은 충동적 인간도 그토록 오랜 시간 자제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때 모질게 그런 식의 수줍은(?) 은둔형 인간으로 살아 버릇해서인지, 난 좀처럼 나서서 친구신청을 하는 일이 없다. 어느날 좋은 글(요즘 난, 좋은 글의 기준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을 쓰는 서재를 발견하게 되더라도 난 망설이지도 않고 과감하게 도리질 한다. 안돼, 참는 거야. 냉큼 명함 내밀고 손 내미는 순간 넌 상처받게 될지도 몰라. 수락을 안해줄 수도 있잖아. 그런 거에 빈정 상해서 취소 버튼을 누르는 건 더 우습고. 그래서 웬만하면 친구신청 안하고 산다. 아니 못한다. 근데 나에겐 친구가 좀 있다. 북플 스템프 부여 기준치(친구 50명 이상)에는 한참 미달이지만 친구가 나름 좀 있다. 내게 친구신청을 해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명함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는(이런 표현이 적절한가는 모르겠다) 분한테, 나 몰라라 '생까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생깐다는 표현의 저급함이 오해를 부를 수도 있지만 이런 걸로 시비 붙고 오해 같은 거나 하고 그런다면 애초에 나부터가 그런 분들한테 매력을 못느끼기 때문에.. 암튼) 그래요. 알겠어요. 컨디션님의 그렇고 그런 이러구러한 사연을요. 그러니 정작 하고 싶은 요지는 뭔가요. 컨디션도 친구가 있는 몸이다, 그거 얘기하려고 지금 이런 페이퍼를 쓰고 있는 거예요? 네. 그랬네요. 결과적으로 보면 말이죠. 하지만 할 말은 이제부터 예요. 요즘 북플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일들에 대해, 난 최근 어느 하룻밤 사이에 크나큰 멘붕을 맞이한 적도 있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에 화들짝 했고, 내 서재 뿐만 아니라 남의 서재의 사정까지 알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것에 따블 깜놀했고, '좋아요' 뿐만 아니라 누구랑 친구이고 몇 명인지 스템프가 몇 갠가 까지 전부 다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따따블 깜놀하여 멍 때리고 앉았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홍역을 치르기라도 했는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해서 인생 망할 지도 모르는 내 성정에 따르면 요즘 난 예전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좀 하게 되는 것 같다. 아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궤변인가 싶지만 사실이다. 북플까지 하게 된 마당에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말하자면 안돌아댕기게 된 것이다. 다른 서재글 읽다가 지치는 순간까지 체력을 써버린 날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떠올린다면 지금의 내 상태는 많이 호전된 셈이니까.
참, 오늘 어느 분께 친구신청을 했다. 최근 들어 내가 먼저 이래 보긴 처음이다. 바로 앞에 페이퍼에서 작가들의 필자, 운운하는 내용을 썼는데 이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평소에 눈여겨(?) 봐둔 서재였고 마침, 도저히 그냥 있으면 안되겠는 상황이 발생하여 친구신청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 말을 하력고 이 페이퍼를 올리게 된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