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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의 기술 - ‘남을 위한 삶’보다 ‘나를 위한 삶’에 몰두하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5월
평점 :
20여년 전 인문학 1도 모르던 대학시절, 친구가 권해준 '인물과 사상'을 읽고 강준만 선생을 알게된 후 뇌섹남을 처음 접하게 되어 제게는 특별한 저자입니다. 오랫동안 소설만 읽던 제가 처음 접하는 논리의 매력에 아찔하게 빠졌었는데요. 그 사이 다양한 인문학책과 수업으로 인문학을 조금 알게 된 상태에서 읽는 강준만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20여년전 '인물과 사상'으로 영향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선비정신이 느껴져 제게는 좀 멀게 느껴졌고 꾸준히 읽질 못했었는데요. 20여년만에 만나는 강준만 교수는 어떨까 기대를 안고 읽게 됩니다. 보통 두께의 차분한 색깔의 표지와 띠지에 저자의 사진이 차분하게 느껴집니다. 줄간도 적당해 갑갑하지 않았고, 글도 길지 않아 읽기 좋았습니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오랜만의 강준만이였습니다. '인물과 사상'은 제 관심사보다 조금 더 위에 있는 것들을 말하고 있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졌었는데요. 요즘 화제가 되는 주제, 인생의 화두가 될 만한 주제들로 삶의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논리의 그물은 조밀했지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문장은 간략합니다. '역시' 제가 제일 좋아했던 강준만은 쓸데 없는 말이 없는 명확 간략함이였는데요. 분량만 늘리고 논리그물을 엉크리는 쓸데없는 설명이 없습니다. 글쓰기 책을 내셔도 좋을 만큼 읽기에 상쾌한 책입니다.
이전에는 저자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패기롭고 강직하게 느껴졌다면, 큰 변화로 느껴졌던 부분은 세상의 다양한 채널과 사람들의 주장을 인용해 자신의 논리를 더욱 더 조화롭고 우아하게 펼친 점입니다. 이전의 패기로움은 날이 쨍쨍하게 서 있어 제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꾸준히 읽지 못했던 원인이여서 그 변화가 낯설고 반가웠습니다. 모질게 느껴지는 강력한 논리의 정확함과 자기 주장이 뚜렷했던 날카로운 과거와 부드럽게 느껴지는 현재의 차이가 명확히 느껴져, 그 사이의 강준만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궁금해 그 사이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제목과 저자의 이름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평온과 강준만이 어울리는지 저자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날카롭고 빠른 흐름의 글이였다면, 나이들어 주변과 자신에게 너그럽고 평온한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안, 걱정이 가득한 젊은 세대를 다독이며 세대간 불만과 불균형을 불식시키고 과욕에서 오는 불안, 불만을 해소해 평온을 찾으라 조언합니다. 인용되는 문장, 문구들이 다양해 재미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교과서같은 분위기를 벗어나, sns에서 떠도는 다양한 문장들과 유행하는 언어까지 인용해 다양한 의견을 흡수해 시대와 흐름을 같이 하겠다는 뇌섹남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온의 기술로서 다양한 책들에서 언급되었던 것들과 비슷하더라도 강준만은 달랐습니다. 정치, 사회를 이야기하던 그가 사람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평온하게 살아가는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명쾌하고 상쾌한 문장으로 우리 삶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으며 가늘고 길게 평온하게 사는 삶을 조언합니다. 읽을 수록 인생 화두에 대한 대답과 생각들을 하나씩 덧입힐 수 있었습니다. 급하다고 느껴지던 눈앞의 일들을 잊을 수 있도록 책에 대한 집중력을 주었고 마음의 평온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걱정많은 이들에게 적극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