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심야서점 마스터 심봉사입니다. 사실, 첨에 심봉사라는 이름을 쓸 때 조금 망설였는데, 왜냐면 심봉사가 앞을 못보잖아요. 물론 심청이가 몸을 던져 눈을 뜨게 되지만, 뭐 저에겐 심청이 같은 딸도 없고, 사람이 이름따라 간다고 심봉사라는 닉네임이 썩 좋아보이진 않더군요. 그래서 일단, 이름은 심봉사라고 지어놨는데, 그냥 마스터라고 불러주시면 - 부를 일은 아직 없겠지만 - 감사하겠습니다.

 

 제목이 좀 거한데.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편이 서점으로서의 간지가 산다고 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뭐 크기는 좀 작더라도 말이죠. 근데 제가 사는 동네가 요즘 뜬다고 하는 서촌인데, 임대료가 상당히 비싸더군요. 보증금은 차치하고라도 월 250만원 정도? 자세히 알아보면 좀 더 싼 곳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월 30만원 정도로 뭔가 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저에겐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순진했는지도 모르죠. 월 매출을 250만원 이상 올리는 집들이 그렇게 많은가 싶은데 건물마다 임대료차이가 있고 계약 시점에 그렇게 비싸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집 근처에 오프라인 매장을 만드려는 계획에 시작부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슬프네요.

 

 지금 당장 공개할 순 없지만, 심야서점은 일반적인 책을 판매하는 곳은 아닙니다. 지난번에도 썼지만 그런 책들은 이제 굳이 동네서점에서 살 필요가 없어졌죠. 헌책방도 인터넷 중고거래때문에 더이상 유용하지 않죠. 일부 전문서적을 중심으로 다루는 곳을 제외하면 말이죠. 그러니 그런 책은 팔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심야서점은 심야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을 팔 생각입니다. 출판도 겸하는 셈이죠. 심야서점에서 판매되는 책을 열 명 중에 한두명이라도 진심으로 좋아하고 기다려주는 독자들이 생긴다면, 뭐 어떻게든 유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목표는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겠다, 가 아니라, 버티는 거거든요. 그래서 모토도 "주구장창"입니다.

 

아마 책은 그렇게 많이 못 찍을 것 같습니다. 돈이 많이 드니까요. 디자인도 심플하게 가야 할 것 같고. 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컨텐츠만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책을 내놓겠다라는 포부가 있습니다.

 

 요즘 책이 너무 많잖아요. 근데 많은 것처럼 보여도 상당히 폭이 좁은 것 같습니다. 번역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도 하고요.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의 홍보 전략에 좌우되는 부분도 많고요. 뭐 그런 걸로 충분하다라고 느끼는 독자도 있겠지만, 난 그런 걸로 만족할 수 없다, 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참신한 글을 읽고 싶은 갈증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매장 구하는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최악의 경우 이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싼 쪽으로 가서 매장을 구하고 그곳의 이층이라던가 하는 곳에서 제가 사는 거죠. 물론 최악의 경우입니다만.

 

 서촌은 꽤 살기 좋습니다. 우선 건물들이 높지 않아서(개발제한때문)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고요. 인왕산을 끼고 있어서 산책 하기도 좋고, 아기자기한 가게들도 많고, 통인시장과 같은 전통시장에, 종로 도서관, 구립센터가 가까워서 운동도 할 수 있고 책도 맘껏 읽을 수 있습니다. 광화문이 바로 앞이라 시내에 볼 일이 있으면 부담없이 다녀올 수도 있죠. 서울 시내에 이만한 지정학적 위치를 갖춘 마을이 없어서 가거지라고 할만 하네요. 요즘 유입인구가 늘어나서 살짝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싶을 때도 있지만, 가게들이 9시면 문을 전부 닫기 때문에 금새 또 한산해집니다.

 

 그러니 이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 수 있다면 가장 좋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 좋은 정보가 있는 분은 공유 좀..

 

 주말에 밥을 사먹는 데, 매일 돈까스만 먹기 지겨워져 다른 가게를 갔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가성비 짱. 런치스페셜을 주문하면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같이 주는데 8,500원 밖에 하지 않네요. 테이크 아웃도 되고. 오늘 가보길 잘했습니다. 내일 점심도 여기서 먹을 듯. 저는 한 번 메뉴를 정하면 주구장창 먹는 성격이라.

 

졸립기도 하고 오늘은 왠지 의욕이 좀 떨어지네요. 수영을 낮에 너무 열심히 한 모양입니다. 심야서점을 방문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만 물러가지요. 좋은 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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