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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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의사를 만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보통 의사는 아프고 힘들 때 만나게 된다. 특수한 분야의 의사가 아닌 대부분 매일 아픈 사람들을 진료해야 하는 의사는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었다. 의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 첫 책을 낸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이번이 다섯 번째 책인 중견 작가이자, 의사인 그가 쓴 신작 '의사의 생각'을 읽으며 그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다. 작가로 돈을 벌어서 하루에 환자 열다섯 명을 한 명당 30분씩 보는 게 꿈인 의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졌다.

 

진료실에서 의사는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할까?

의사는 셜록 홈스가 아니지만, 환자가 처음 진료실을 들어서는 순간, 의사의 오감은 바빠지고 보호자를 살피게 된다고 한다.

 

사례를 통해 아이와 엄마의 다양한 관계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폐암에 걸린 40대 엄마가 덩치 좋은 장성한 20대 아들을 데리고 와서 진료를 보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혹시나 자기 아들도 나이가 들면 자신처럼 폐암이라도 걸릴까 걱정과 미안함 속에서 아들 대신 힘들게 이야기하며 진료를 함께 보러 온 엄마. 엄마는 편히 눈 감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엄마니까. 이 땅의 부모와 자식이 모두 좋은 관계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인간의 바닥을 보는 데에는 경찰서와 병원만 한곳이 없다. 공감했다. 생사의 갈림길을 서있는 환자 앞에서 보호자의 그 진심은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아버지의 연금을 받기 위해 지극정성인 척하는 아들의 이야기에는 화가 났다. 아버지가 살아 있어야만 200만 원이 넘는 연금이 나오니까 아버지가 입원한 며칠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와서는 소리치고 난리 부리는 보호자부터 해서 누가 돌보니, 누가 모시니, 재산을 어떻게 하니 마니, 혹시나 아버지가 죽으면 연금이 안 나올지도 몰라 저런다는 옆 침대의 간병인의 말에 의사는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고 한다. 하. 도대체 인간의 바닥은 어디까지인 것일까.

 

인간의 죽음의 완벽한 타이밍을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닌 신일 것이다. 의사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환자의 삶이 마감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환자의 죽음에 환자의 가족들은 의사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물고 싶을 수도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의사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자신의 안위를 우선 걱정했다. 그런 의사의 생각을 모른 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보호자의 말에 의사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울었다고 한다.

 

"환자들은 거짓말을 한다. 학교에 늦어서, 또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아프다고 하는 학생들의 꾀병은 애교 수준이다. 아픈지 꽤 됐지만 엄마가 또는 딸이 걱정할까 봐 며칠 전부터 아팠다고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모든 사람들은 때때로 거짓말을 한다. 목숨이 위태롭더라도 말이다. (의사의 생각 중)"

 

환자의 말을 '진료에 도움이 되는 말' '쓸데없는 말' '거짓말' '결정적인 단서'로 분류하고, 동시에 '숨기거나 말하지 않은 사실'까지 추론하면서, 수십, 수백 가지 용의자를 지워나간다. 그렇게 범인을 찾아야 한다고. 설령 환자들이 의사를 속이려 하고, 또 가끔은 그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서 화가 나더라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그렇기에 의사는 힘들고 어렵고 슬픈 직업인가보다.

 

나도 언젠가 진료를 받으며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검사 꼭 해야 하냐고. 그런데 왜 검사를 권했는지 알 것 같다. 의사는 소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많은 검사를 권하게 되는 것이었다. 의학은 어렵고, 법적 책임은 더 커졌다. 의사는 자기방어에 바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의사를 믿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만을 지키기 바쁘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그나마 다른 국가에서 부러워하루만한 건강보험 의료 시스템을 갖춘 나라인 것을 위로로 삼아야 할까?

 

'꼰대의 잔소리'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 필수 조언으로 널리 알려야 할 것 같다.

인생에서 다섯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첫 번째는 부모님. 딱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다. 부모님과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생각보다 한국은 안전하고 교육의 기회가 비교적 평등하게 주어지는 생각보다 괜찮은 나라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학. 의사하고 싶으면 시험을 잘 쳐서 의대 가라는 것. 가능하면 좋은 직업을 가지라는 조언. 시급 2000원 아르바이트를 했었지만, 의대생이 되고 나서 시급 25000원 과외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시간단 노동력이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는 뼈아픈 현실. 세 번째는 결혼. 결혼 상대는 결국 주위 사람인데, 사람들이 의사 남편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제일 쉬운 방법은 자신이 의사가 되는 것. 네 번째는 자식.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 다섯 번째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어른들이 공부해라 잔소리 같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전환점이 수능이라는 것. 구구절절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꼰대가 다 된 것 같다 (웃음)

 

의사도 어떻게 보면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직장인이다. 다만 다른 직장인들과 다른 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 그리고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는 것이 그 차이점일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의사이기에 자신이 딸에게 해주는 것처럼 환자가 입원했을 때 옆에 앉아 책을 읽어주다 환자와 같이 잠드는 것이 소망이라는 그. 언젠가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소망인 것 같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의사들보다 작가처럼 인간적인 의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의사이면서 작가인 그가 들려줄 다양한 환자 이야기, 경력이 더 쌓이면서 변화하는 생각들, 그럼에도 변치않는 신념은 무엇일지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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