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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 먼 훗날 장애 아이가 혼자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꿈꾸며
박현경 지음 / 설렘(SEOLREM) / 2024년 6월
평점 :
정말 슬픈 제목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중증질환자가 되었습니다”라는 나의 상황이 갑자기 이 책 제목과 오버랩되어 내 뇌리를 스쳤다. 책 제목만 보고도 눈물이 났다. 건강하기만 하던 내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그러한 중증 질환을 앓게 되었을 때 그 후로 일주일, 한 달,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순간순간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나곤 한다. 저자도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엄청난 충격과 함게 원망과 슬픔,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조금 다른 너를 엄마는 더 많이 사랑해’라고 표현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슬픔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이제 사랑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를 더 하고 있다. 상황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은 것 같다.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8페이지), 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9페이지)라는 글을 읽으며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정말 공감했다.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자칫 동정심으로 바라봤을 나를 반성한다. 그리고 요즘 부쩍 이런 부류의 책들을 읽으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자식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었고 위대한 부모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책 읽는 내내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 책은 3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장애 아이의 엄마로써 겪었던 이야기들, 경험들, 그리고 생각들을 펼쳐놓은 글이다. 애환과 사랑, 그리고 극복, 편견에 맞서기, 수난, 불행에 대한 편견, 가족간의 사랑, 그 속에서 피어난 행복, 존중, 어울림, 말, 미안함 등등 이러한 많은 단어들 속에서 많은 것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223페이지에 나오는 ‘당신에게 남은 딱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물음에 나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늙어 죽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젊어 죽는 것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슬프다. 태어났으면 한번은 죽는다. 다만 시간 문제라는 말도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나와 자식들이 자연스러운 삶을 살았으면 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한 시간 후에 죽는다면 나는 아이들과 아내와 조용히 이별을 고하겠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나는 아버지가 갑자기 별세하셨기에 임종을 보지 못한 것이 늘 가슴 아프게 남아있다. 아이들에게는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그것도 예정된 죽음을 원한다. 사는데 원하는 것도 참 많았다. 지금 내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움이 가장 바라는 바이다. 저자는 ‘큰아이를 두고도 편하게 하늘나라로 떠나면 이보다 더 근사한 일은 없으리라’(218페이지)고 했다.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들 중에는 장애 아이를 먼저 보내고 자신이 떠나길 바라는 분들이 있다. 그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진 부모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책으로 한번 꼭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