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 -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
김봉현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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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은 힙알못인 내게 너무나 멀고도 먼 이야기 같았다. 아마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쾌히 이 책을 집어들었을 수도 있겠으나 나 같은 중증 힙알못에게는 집어들기조차도 난감한 책이었다. '나는 힙합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이 책을 읽어야하지?'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쩌면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나 같은 힙알못에게도 생각보다 굉장히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었다.

우선, 간단하게 이 책을 소개하자면, 이 책은 도끼부터 빈지노, 산이, 팔로알토, 스윙스, 타이거 JK와 같은 나같은 힙알못에게도 친밀한, 혹은 좀 들어봤다하는 아티스트 12명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인터뷰어 즉, 지은이는 '힙합 저널리스트'인 김봉현이다. 역시 낯설지 않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더니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네이버 '오늘의 뮤직' 선정위원 등을 맡았고 카카오 뮤직, <씨네21>, <에스콰이어>, <레진코믹스> 등 여러 곳에서 힙합에 관한 콘텐츠를 연재했던, 힙알못도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평론가였다. 저자인 김봉현은 오랫동안 힙합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벗겨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힙합의 팬들을 겨냥하고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이 책은 나 같은 힙알못들을 정조준 하고 나온 책이었다.

이 책이 가진 특징은 책의 전문이 소개글과 서문을 제하면 모두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힙합을 하는 사람들에게 힙합은 어떤 것인가, 무엇이 당신을 힙합의 길로 이끌었는지, 아티스트 자신의 힙합 세계에 대해 대한민국의 최고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 아티스트 12명에게 묻는 방식으로 책을 엮었다. 인터뷰라는 방식을 차용했기 때문에 가독성 면에서 떨어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힙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줄글로 줄줄이 힙합의 역사와 한국 힙합의 역사, 그리고 힙합의 기술과 미학을 읊어내려가는 책보다 훨씬 친숙하게 다가왔다. 또 누구라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보았을 힙합 아티스트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친숙하기도 했다.

 

힙합의 팬들이 화성에서 왔다면, 다른 사람들은 금성에서 왔다. 화성에서 온 사람들에게 힙합이란 가장 혁신적인 음악이자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또 삶을 구원한 존재이자 존중받아 마땅한 고도의 예술이다.

 

- <Introduction> -

 

힙합과 'KEEP IT REAL'

'힙합은 그냥 음악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힙합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팬들에게 힙합은 삶 그 자체이다. 힙합의 주요 정신 중 하나인 'KEEP IT REAL' 이라는 말은 힙합이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어떤 표현보다도 잘 드러낸다. 예를 들어 힙알못이 질색하는 돈 자랑도 그들의 관점에서는 그들의 삶을 자연스레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들은 돈을 잘 벌기 때문에, 자신들의 현재 일상은 롤렉스 손목 시계를 차고 새로 뽑은 마세라티를 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가사를 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랩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사회의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회를 비판하는 가사를 쓰게 된다. 자신의 삶, 자신의 생각이 아닌 다른 것을 쓰는 것은 거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그리고 그게 주류의 생각과 다르면, 틀리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가치관을 솔직하게 가사에 담아낸다는 점은 큰 매력일 수 있겠다.

 

힙합이 삶의 방식이요 삶의 방식이 힙합이라는 점 덕분에 힙합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느꼈다. 힙알못들이 흔히 떠올리는 도끼, 더 콰이엇이나 스윙스와 같은 색의 느낌의 힙합 음악이 있는가 하면, 사회에 대한 관심을 담은 힙합 음악,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힙합 음악, '발라드 랩'이라고 불리는 힙합 음악 등 힙합 음악이라고 불리는 음악 안에서도 아티스트에 따라 힙합을 랩으로 구현하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했다.

이 점을 알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힙합을 즐겨듣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를 노래방에서 열창하고 버벌진트의 '좋아 보여'를 재생목록에 추가했으며 팔로알토가 피쳐링한 프라이머리의 '마일리지'를 알림으로 지정한, 나름 힙합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 문장을 보고 진성 힙합 팬들은 비웃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같은 힙알못이 정말 힙합을 안듣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힙합은 이제 우리 대중 문화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힙합은 우리 속에 들어와 있다. 이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힙합이란 장르가 내 취향의 정가운데 꽂히는 음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몇몇 나의 삶의 대한 생각과 부합하는 힙합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음악을 알게 되고 듣게 되는, 그리고 힙합을 좀 더 열린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힙합을 잘 모르고 힙합은 낯설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힙합의 전부는 알지못하더라도 더이상 힙합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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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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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理想鄕)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유토피아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디스토피아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유토피아를 향해 다가갈 수 있을까? 유럽의 젊은 사상가로 새롭게 떠오른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유토피아로 가는 어찌 보면 굉장히 급진적인 방법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그는 기본 소득의 무조건적인 보장과 주당 15시간 근무, 국민총생산량이 아닌 삶의 질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수치의 지정, 과세(노동의 가치의 이동)와 로봇 재분배를 주장한다.

 

앞서 이 장의 제목이 가리키듯 누구나 수혜를 받아야 한다. 일종의 호의가 아니라 권리여야 한다. 따라서 무상 현금지원을 공산주의에 이르는 자본주의적 길이라고 부르자. 이것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수당을 매달 지급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해 유일한 조건이라면 맥박이 뛰는 것이다.

-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그의 유토피아 플랜의 첫 번째는 바로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보장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본 소득을 현금으로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굉장히 파격적이다. 아무 대가 없이 돈을 준다면 사람들이 나태해지고 돈을 마구잡이로 쓸 것이라고 믿는 우리에게는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조사에 따르면 기본소득에 대해 각지에서 이루어진 여러 연구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기본 소득이 주어진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자신이 필요한 곳에 돈을 쓰며 여유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기본소득의 무조건적인 보장은 모든 사람이 정말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정말 기본적인 조건은 갖출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건이 없어야 하는가? 저자는 빈곤이 사람의 결정을 방해한다고 보았다. 빈곤과 그것이 초래한 환경 때문에 빈곤한 사람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는커녕 애초에 지원책을 찾아볼 여유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정말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회 복지 정책으로 그들을 물가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물가로 갈 수 있게 돈을 주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본 소득의 무조건적인 보장은 그의 다음 주장과 연결된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가족, 공동체 생활, 레크리에이션처럼 자신에게 역시 중요한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생긴다. 주당 근로시간이 짧은 국가에 자원봉사자와 사회 자본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두 번째 주장은 바로 주당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주당 근무시간을 15시간으로 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근로 시간과 생산성이 반비례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주지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근무시간이 긴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자동차 회사 포드의 초대 회장이 포드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줄였더니 생산성도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포드의 매출도 좋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근무시간을 줄이게 되면 우리는 최대의 생산성으로 일할 수 있으며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의 나를 개발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나를 개발하는 시간은 정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주변의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포함한다.

 

이것은 기본소득과 연결되는 주장이다. 개인의 근무시간을 줄이면 기업에서는 기존의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고용해야 하므로 국가에서 개인의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게 기업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근무시간이 줄 경우 기존에 비해 돈을 덜 벌게 됨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 소득이 제공되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무리해가며 오랜 시간 근무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사실 기본소득을 조건 없이 제공하고 주당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로 세상을 보아야한다는 그의 제안은 그가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완전히 타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고, 너무 극단적이라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인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이 전혀 틀린 제목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책을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이 책을, 적어도 이 책의 10장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 사람의 반대 목소리가 상황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에 속한 단 한 사람이 진실을 고수하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다른 실험 대상자들은 그 주장을 믿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것은 광야에서 혼자 외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발견이다. 구러니 쉬지말고 하늘에 궁전을 짓자. 때가 올 것이다.

-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항상 (다수의) 반대 세력이 있다. 왜냐하면 기존에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너무 익숙한 세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는 일은 항상 만만하지 않다. 특히 우리에게 팽배한 경제학적 사고를 방식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반박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저자가 10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역시 소수의 목소리로 세상을 뒤집는 세계관이었다. 소수이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에 마치 만고불변한 진리처럼 여겨지는 패러다임인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알려준다.

 

뤼트허르 브레흐만 역시 자신의 주장이 상당히 급진적이며 세상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책을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라고 내세운 것은 그만큼 자신이 연구한 유토피아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러 장에 걸쳐 그는 그의 생각을 입증할 수 있는 많은 연구 사례들을 분석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로 그 사례들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는 그가 말하는 유토피아 플랜에 희망을 품게 된다.

 

또한 그가 무엇보다도 자신을 가지고 세상에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대중의 유토피아를 믿기 때문이라고 본다.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은 보통의 도덕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유하고 있는 유토피아의 기본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잘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누구도 배를 곪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삶을 꿈꾼다. 이런 생각을 우리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구호단체 활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행하는 봉사활동, 기부 활동 등이 뒷받침해준다. 우리는 모두 같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살자는 저자의 기본 발상과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제시한 이 책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으로 유토피아의 모습은 이럴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해야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문 기자라는 출신답게 그는 정확하고 논리적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이 책에 잘 담아냈다. 아마 이런 특징 때문에 책의 제안에 동의할 수 없는 우파나 온건한 좌파이더라도 한번쯤 진지하게 끝까지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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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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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라는 제목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동떨어진 것 같다. 내가 본 현실은 공감이 점점 더 결핍되어 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끔찍한 사건 사고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을 개인의 몫이라고만 생각하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려하지 않는다. 공감이 빛바래 가고 있는 현재에 이 책의 제목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저자 프란스 드 발은 서문에서 책 제목인공감의 시대의 의미를 두 가지로 꼽는다. “탐욕의 시대는 가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인간의 공감은 긴 진화적 역사가 뒷받침한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내 멋대로 해석한 바대로 다시 이야기하자면 다시 공감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는 것과 공감이 근대 사회의 산물이 아닌 역사가 꽤 긴 생물학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공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통 우리는 공감을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감정적인 기제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이타적인 행동은 굉장히 고차원적인 정신적 산물로, 나의 욕구를 가장 우선시 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여겨왔다. 이런 생각을 전제로 할 때 인간만큼 고등한 지능을 가지지 못한 여타 동물은 이타적인 행동의 기반이 되는 공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더 많이 파악한다. 하지만 통찰력 있게 다른 이를 돕는 동물로서 우리 인간은 첫 번째도 아니고 유일한 동물도 아니다. 행동의 측면에서 보면 타자를 구하려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행동에서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동기의 측면에서 봐도 그 차이는 마찬가지로 그렇게 클 수가 없다.

- 공감의 시대

 

하지만 오랫동안 영장류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사점을 찾는 연구를 해온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저자 프란스 드 발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생각하는 공감은 인간의 전유물이나 후천적으로 익힌 행동이 아니다.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을 우리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며 얻은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것으로 보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본능적인 공감을 인간만의 것이 아닌 모든 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들에 내재된 것으로 보았다. 그의 이런 생각은 그가 오랫동안 관찰해 온 영장류 동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공감은 우리 진화의 일부분이며, 그것도 최근의 것이 아닌 아주 오래된 선천적인 능력이다. 인간은 얼굴, 신체, 목소리에 자동적인 반응을 하며, 이 세상에 나온 첫날부터 공감을 시작한다. 공감은 정말 그렇게 복잡한 능력이 아니다.

-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의 기제를 크게 4가지로 나누었다. 우선 그가 본 공감의 시작은 모방이었다. 타인의 동작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는 모방 현상은 타인의 관점이 되어보는 첫 걸음이다. 그 다음은 역지사지로, 타인의 입장이 되어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능력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맞춤 도움이라고 칭했다. 또다른 기제로는 자기 인식이 있었다. 동물은 누군가를 반드시 공감하지 않는다. 저자는 각 개체가 자기가 누구인지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타인과의 관계를 정립하여 그에게 공감해주거나 해주지 않는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그가 본 공감의 기제 중 하나는 공정성이었다. 이 공정성이라는 기제는 공감의 목적과 집적적으로 연결되는 기제이다. 프란스 드 발이 본 공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집단의 유지였다. 인간을 포함한 대개의 동물이 진화하는 과정을 보았을 때 집단으로 행동할 때가 개인으로 행동할 때 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각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일신의 안위가 먼저인 이기적인 본능보다는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타적인 행동의 핵심인 공감이 필요했던 것이다.

 

맥신은 거울로 와서 코를 거울 위로 휙 던지고는 거울이 설치된 벽 너머를 볼 수 있게 뒷다리로 서서 거울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알듯이 코끼리는 기어오르지 않는다. 수십 년의 경력이 있는 사육사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벽은 그 위에 2톤 무게가 기대어도 버텨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의 실험은 그때 그 자리에서 뉴욕의 교통을 뚫고 맥신을 쫓으며 끝났을 것이다!

-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동물행동학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경제학, 동양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공감의 매커니즘과 그 목적을 굉장히 논리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자칫하면 전문용어로 인해 어려울 수 있는 공감의 메커니즘을 다채로운 사례를 들어 굉장히 입체적이면서도 쉽게 전달해준다. 거기에 곁들여진 그의 재치가 넘치는 농담과 가끔씩 드러내는 솔직한 속내가 딱딱하고 복잡해 읽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이 책을 읽기 쉽고 정말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특히 이처럼 위트 있지만 어려운 내용을 담은 글이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는 점은 번역자인 우리나라 최고의 동물학·생태학·생물학 권위자인 최재천 교수의 센스도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민족주의, 자문화중심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공감의 시대는 그 어떤 자료나 연설, 강의보다도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생물학 책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한번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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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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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샬러츠 빌에서 일어난 백인우월주의 폭력시위,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수많은 인종차별 소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은 우리에게 있어 드림랜드이다. 일상 속에서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다가,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팝송을 듣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꿈꾸는 미국은 말 그대로 꿈속에나 있을 법한 나라다. 다양한 기회가 있는 땅, ‘헬조선이라고 칭해지는 한국 사회와는 다르게 좀 더 세련된 사회, 살기 좋고 평화로운 행복의 땅일 것만 같은 미국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오래된 미국의 신화인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게 한다.

 

신정순 작가의 드림랜드는 꿈이 이루어지는 땅으로 생각하는 미국으로 이주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기만 해도 달달한 칵테일 같은 분홍빛과 주홍빛의 책 표지는 마치 드림랜드라는 단어가 주는 희망을 추상적으로 시각화 한 느낌이다. 그러나 달짝지근하고 경쾌할 것만 같은 표지와는 다르게 드림랜드는 결코 우리가 꿈꿔온 달짝지근한 드림랜드의 이야기를 담지 않았다. 빛나는 네온사인 같은 드림랜드라는 단어가 보여주지 않고 숨겨둔 어둡고 씁쓸한 현실. 그것이 신정순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드림랜드이다.

 

 

미국에 오면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냐고. 말도 안통하고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내가 한국에서처럼 자신감 있고 쾌활하게 살아갈 수 있냐고.

-드림랜드-

 

 

드림랜드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30대 이상의 중장년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으로 건너가 처음 자리 잡는 1세대인 것이다. 한국말과 한국 문화 속에서 몇 십 년을 살아온 그들에게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공간인 미국은 낯설고 어렵다.

 

한국에서 아무리 내가 뛰어난 인재였다고 해도 미국에서 그것을 드러내기는 어렵다. 바로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설사 내가 영어를 잘한다 해도 네이티브 앞에 가면 얼어붙기가 부지기수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 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내가 아무리 좋은, 훌륭한 사람이라 해도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게다가 그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문화를 체화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그들이 미국 사람들의 일상에 익숙해지기 어렵게 만든다.

 

언어의 굴레와 문화의 차이로 관계 맺기의 시작인 대화를 제대로 맺을 수 없어, 혹은 그렇다고 생각해서 위축되고 소외되고 마는 씁쓸한 드림랜드 속 이주민은 그들이 동양에서 온 이민자라는 정체성에 맞물려 한정적인 사회적인 계층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살며시 세탁소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깜짝 놀랐다. 세탁소에 가려 할 때마다 거절하기에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은 아닌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이지 이런 곳일 줄은 몰랐다. 손님이 기다리는 곳과 그가 일하는 공간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검은 쇠창살이 가로놓여 있었다. 쇠창살 안에 들어 있는 그는 감옥에 갇힌 죄수 혹은 동물원 우리에 갇힌 한 마리 짐승 같아 보였다. 이게 뭐지, 알 수 없는 광경 앞에서 나는 아득함을 느꼈다.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떨어뜨릴 뻔 했다.

-드림랜드-

 

 

흔히 보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높디 높은 빌딩 속 사무실 어딘가에 앉아 노트북 앞에서 자판을 두들기며 클라이언트와 통화하는 직장인의 모습은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다. 네 편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각자 다 다르지만 그들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핑크빛 꿈을 품고 간 사람이건, 힘들 것을 각오하고 간 사람이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에게 미국 사회는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탈탈 털어 꿈과 희망을 쫓아 미국까지 온 그들이 간신히 비집고 들어간 미국 사회의 틈은 남들이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아 남은 파이에 불과하다.

 

치안이 좋지 못해 강도가 종종 든다는 자리에라도 가게를 내서 당장 먹고 살 돈을 모아야하는 1세대 한인의 고충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언어 문제와 문화 차이를 비롯해서 경제적인 요소 등 다양한 요소가 엉켜 이민자들의 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안정한 이민자의 삶은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 요소를 강화하며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만 만든다.

이렇게 솔직하게 아메리칸 드림의 민낯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작가 자신이 1982년에 미국으로 이주해 이중 문화와 이중 언어의 고충을 겪으면서도 치열하게 살고있는 이민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경희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엘리트였던 그녀가 도미한 이후 직접 겪고 주변에서 보이고 또 들려왔던 이민자들의 삶이 이 소설에는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을 우리는 페이지를 넘기며 깨닫게 된다.

 

 

드림타워 건물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꼭대기 전광판에도 전기가 들어와 네온 글자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미국의 꿈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바로 그 꿈입니다. 빗물과 어우러지면서 전광판의 글자는 붉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드림랜드-

 

드림랜드가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작가는 이민자들의 삶이 마냥 불행하다고만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본 드림랜드는 미국이 도피처나 꿈을 이루는 곳은 아닐 수 있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이야기였다. 미국도 영화가 아닌 현실 속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 다섯 편의 소설에 녹아나 있었다. 각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계기는 다르지만 드림랜드에서 그들은 치열하게 자신들의 삶을 산다. 불안정하기 때문에 같은 처지의 이민자들과 서로 기대며, 자신의 삶을 지키려고, 더 행복해지려고 발버둥 치는 그들의 모습은 한국에 사는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아직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당신에게, 미국에 살고 있는 그들이 마냥 부럽기만 한, 그들의 삶이 영화나 미드와 꼭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권해주고 싶다. 영화와 미드보다 더 현실적인 드라마로 이 소설은 짧지만 묵직하게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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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대문 2 : 노장과 병법 편 - 잃어버린 참나를 찾는 동양철학의 본모습 고전의 대궐 짓기 프로젝트 2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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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을 하고 교양인이 되어 보고자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나 배웠던 동양 철학을 도전해보려 했지만 문턱이 너무 높았다. 모든 철학이 다 그렇지만 동양 철학이라고 하면 어째서인지 늘 다가가기 어렵다. 한자로 쓰인 개념과 시처럼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그렇지만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사람들과 철학관이 떠올라 종교적인 색채까지 묻어난다고 느껴져서 굉장히 멀게 느껴지고는 한다. 어떤 책을 봐야 동양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을까? 서점에 가서 철학 도서 코너를 기웃거려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고르기 쉽지 않았다.

 

나와 같이 동양 철학에 관심이 가지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고민인 사람들에게 고전의 대문시리즈를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다.

 


 

동양 철학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의 사상을 정리해둔 부류의 책을 처음 접할 때에는 원문을 보는 것보다 해설서를 읽는 것이 조금 더 다가가기 쉽다. 그렇지만 해설서는 항상 그 해설의 관점 차이에 따라 원문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사상의 해설서를 고를 때에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저술한 것인지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고전의 대문시리즈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저작일까?

 

이 시리즈의 저자인 박재희 교수는 어려서부터 조부에게 한학을 배웠으며 성균관 대학교 동양 철학과를 나와 동양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전번역원을 졸업하고 동양 철학의 본 고장인 중국의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에서 도가 철학을 연구한 후 여러 대학의 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송매체와 국회, 대기업 등에서 사람들에게 동양 철학과 관련하여 여러 차례 강연을 해왔다고 한다. 이 정도면 동양 철학을 정말 속속들이 잘 알고 계실 법한 권위자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의 대문시리즈 중에서도 나는 두 번째 책인 노장과 병법 편을 읽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는 <도덕경><장자>, <손자병법>을 다룬 고전의 대문 2는 도덕경 두 편, 장자 한 편, 손자병법 세 편으로 구성해 총 여섯 개의 챕터에 걸쳐 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만 해도 어려울 텐데 어떻게 단 여섯 챕터로 이 사상들을 정리한 걸까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해할 수 있다.

 

고전의 대문 2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저자의 직강(현장 강의)’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구어체를 활용하여 사람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동양 철학 사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설명 중간 중간 저자가 정리한 내용을 표 형식으로 정리한 자료를 제시하여 어렵고 헷갈릴 수 있을 법한 내용을 한 눈에 들어오게 해둔 것이 꽤나 도움이 된다. 마치 수능 공부할 때 요점이 잘 정리된 참고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또 그냥 보면 어려울 한문 원문 바로 밑에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고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해석이 원문에 대한 거리감을 확 줄여준다.

 

153 페이지

 

심재는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을 대하는 것입니다. 의도와 결과를 바라지 않고 텅 빈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어떤 갈등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물건을 팔려고 하는 마음 없이 손님을 대하면 상인은 편해집니다. 물건을 팔려고 억지로 강요하거나 허위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이 사지 않아도 마음에 불쾌함이 남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큰 요소는 박재희 교수가 들어주는 친절하면서도 찰진 사례들이다. 왜 현대인인 우리가 동양 고전을 읽어야하는가에 대해 한번쯤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동양 고전이 우리의 일상과 무슨 연관이 된다고? 박재희 교수는 노장과 병법을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일상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일상의 사례를 들어 제시해주고 있다. 이렇듯 마음에 확 와 닿는 이런 일상적인 비유들과 여러가지로 이해를 돕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이 보이는 박재희 교수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아 동양 철학 생각보다 낯설고 어렵지 않구나 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283 페이지

 

인생에도 이런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기다릴 줄도 알고, 때로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앞을 향해 돌진할 때도 있어야 합니다. 힘들면 숲처럼 쉬어가기도 하고, 집중하면 불같은 열정으로 몰입하는 인생, 참으로 손자가 꿈꾸는 경쟁의 달인입니다.

경쟁의 본질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하게 빨리 가는 것이 경쟁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빨리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것이 경쟁의 목표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여섯 번째 대문인 때로는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손자병법>3’에 나온 내용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어떻게 싸워야 잘 싸울 수 있을지를 다룬 책이다. 그렇지만 병법을 단순히 병법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밌다. 이 이야기야 말로 아주 어릴 때부터 대학을 잘 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시험을 보고, 자라서 성인이 되어서도 먹고 살기 위해 경쟁해야한다고 하는 요즘 한국 사회에 곡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노력하여 달려가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처지고 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정말 피 터지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남들과 비교하며 마냥 뛰기만 하는 경쟁은 사람을 탈진하게 만들어 자신의 목표에 다다르기를 오히려 방해하고는 한다. 자신만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냥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손자병법>에서 말하듯이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자신을 알고 완급을 조절해 가며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마냥 먼 옛날의 이야기인 것만 같던, 나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 같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것 같은 동양 철학은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과 가깝다.

 

33 페이지

 

다양한 시대에 그 시대의 요구에 맞춰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철학이나 사상이 보편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보편성, 그것이 고전입니다. 잠깐 유행하다 사라지는 베스트셀러는 그런 보편성이 없기에 고전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현실에 대한 보편성, 그것이 고전의 힘입니다.

 

계속해서 우리가 동양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콘텐츠가 나온다는 것은 그 사상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지혜를 담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옛 현인들의 지혜로운 생각을 가볍고 쉽게 알아보고 싶다면 꼭 한 번 고전의 대문 시리즈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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