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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대문 2 : 노장과 병법 편 - 잃어버린 참나를 찾는 동양철학의 본모습 ㅣ 고전의 대궐 짓기 프로젝트 2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휴학을 하고 교양인이 되어 보고자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나 배웠던 동양 철학을 도전해보려 했지만 문턱이 너무 높았다. 모든 철학이 다 그렇지만 동양 철학이라고 하면 어째서인지 늘 다가가기 어렵다. 한자로 쓰인 개념과 시처럼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그렇지만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사람들과 철학관이 떠올라 종교적인 색채까지 묻어난다고 느껴져서 굉장히 멀게 느껴지고는 한다. 어떤 책을 봐야 동양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을까? 서점에 가서 철학 도서 코너를 기웃거려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고르기 쉽지 않았다.
나와 같이 동양 철학에 관심이 가지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고민인 사람들에게 『고전의 대문』 시리즈를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다.
동양 철학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의 사상을 정리해둔 부류의 책을 처음 접할 때에는 원문을 보는 것보다 해설서를 읽는 것이 조금 더 다가가기 쉽다. 그렇지만 해설서는 항상 그 해설의 관점 차이에 따라 원문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사상의 해설서를 고를 때에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저술한 것인지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고전의 대문』 시리즈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저작일까?
이 시리즈의 저자인 박재희 교수는 어려서부터 조부에게 한학을 배웠으며 성균관 대학교 동양 철학과를 나와 동양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전번역원을 졸업하고 동양 철학의 본 고장인 중국의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에서 도가 철학을 연구한 후 여러 대학의 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송매체와 국회, 대기업 등에서 사람들에게 동양 철학과 관련하여 여러 차례 강연을 해왔다고 한다. 이 정도면 동양 철학을 정말 속속들이 잘 알고 계실 법한 권위자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의 대문』 시리즈 중에서도 나는 두 번째 책인 노장과 병법 편을 읽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는 <도덕경>과 <장자>, <손자병법>을 다룬 『고전의 대문 2』는 도덕경 두 편, 장자 한 편, 손자병법 세 편으로 구성해 총 여섯 개의 챕터에 걸쳐 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만 해도 어려울 텐데 어떻게 단 여섯 챕터로 이 사상들을 정리한 걸까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해할 수 있다.
『고전의 대문 2』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저자의 ‘직강(현장 강의)’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구어체를 활용하여 사람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동양 철학 사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설명 중간 중간 저자가 정리한 내용을 표 형식으로 정리한 자료를 제시하여 어렵고 헷갈릴 수 있을 법한 내용을 한 눈에 들어오게 해둔 것이 꽤나 도움이 된다. 마치 수능 공부할 때 요점이 잘 정리된 참고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또 그냥 보면 어려울 한문 원문 바로 밑에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고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해석이 원문에 대한 거리감을 확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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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는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을 대하는 것입니다. 의도와 결과를 바라지 않고 텅 빈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어떤 갈등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물건을 팔려고 하는 마음 없이 손님을 대하면 상인은 편해집니다. 물건을 팔려고 억지로 강요하거나 허위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이 사지 않아도 마음에 불쾌함이 남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큰 요소는 박재희 교수가 들어주는 친절하면서도 찰진 사례들이다. 왜 현대인인 우리가 동양 고전을 읽어야하는가에 대해 한번쯤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동양 고전이 우리의 일상과 무슨 연관이 된다고? 박재희 교수는 노장과 병법을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일상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일상의 사례를 들어 제시해주고 있다. 이렇듯 마음에 확 와 닿는 이런 일상적인 비유들과 여러가지로 이해를 돕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이 보이는 박재희 교수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아 동양 철학 생각보다 낯설고 어렵지 않구나 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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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이런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기다릴 줄도 알고, 때로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앞을 향해 돌진할 때도 있어야 합니다. 힘들면 숲처럼 쉬어가기도 하고, 집중하면 불같은 열정으로 몰입하는 인생, 참으로 손자가 꿈꾸는 경쟁의 달인입니다.
경쟁의 본질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하게 빨리 가는 것이 경쟁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빨리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것이 경쟁의 목표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여섯 번째 대문인 ‘때로는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손자병법>3’에 나온 내용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어떻게 싸워야 잘 싸울 수 있을지를 다룬 책이다. 그렇지만 병법을 단순히 병법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밌다. 이 이야기야 말로 아주 어릴 때부터 대학을 잘 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시험을 보고, 자라서 성인이 되어서도 먹고 살기 위해 경쟁해야한다고 하는 요즘 한국 사회에 곡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노력’하여 달려가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처지고 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정말 피 터지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남들과 비교하며 마냥 뛰기만 하는 경쟁은 사람을 탈진하게 만들어 자신의 목표에 다다르기를 오히려 방해하고는 한다. 자신만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냥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손자병법>에서 말하듯이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자신을 알고 완급을 조절해 가며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마냥 먼 옛날의 이야기인 것만 같던, 나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 같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것 같은 동양 철학은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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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대에 그 시대의 요구에 맞춰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철학이나 사상이 보편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보편성, 그것이 고전입니다. 잠깐 유행하다 사라지는 베스트셀러는 그런 보편성이 없기에 고전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현실에 대한 보편성, 그것이 고전의 힘입니다.
계속해서 우리가 동양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콘텐츠가 나온다는 것은 그 사상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지혜를 담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옛 현인들의 지혜로운 생각을 가볍고 쉽게 알아보고 싶다면 꼭 한 번 고전의 대문 시리즈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