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영감의 스위치를 켜라
구자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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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영《디지털 시대, 영감의 스위치를 켜라》


일론 머스크는 2017년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로봇은 인간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인간이 어떻게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일을 통해 인생의 믜미를 발견합니다. 인간의 노동이 필요없는 세상이 오는데 어떻게 인간은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은 아니더라도 생각의 여지를 열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아이랑 영어기사를 찾아 그것에 대한 자기 의견을 사설로 쓰는 수행준비를 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찾았던 신문기사가 바로 ChatGPT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같은 기사가 나와서 어찌나 기쁘던지, 한편으로는 이 책을 먼저 읽었으면 좀 더 풍성한 이야기를 논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는 확실히 예전보다 편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맞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보면서 필요한 자료가 있을 때 , 궁금한 게 생길 때 가장 크게 느낀다. 예전같으면 하나의 책에서 궁금한 게 생기면 다른 수많은 책들을 뒤적이고 자료를 찾아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만 열어도 그 답을 바로 찾을 수 있다. 편한거는 장점이지만, 가끔은 필요한 것 이외에는 풍성해질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필요한 자료를 찾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자료들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스마트폰의 세계에는 "필요한 것만 바로"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편해진만큼 게을러지는것도 추가된다.

이렇게 의존도가 높아지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보고서나 논문을 쓰면서도 ChatGPT를 이용하여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작권의 문제는 따로 논한다 치더라도 생각이나 사고능력의 결핍을 초래하는 것은 어찌 막을 것인가.

그리고 "정보환각현상"을 초래한다는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정보환각현상은 ChatGPT가 생성해 낸 오류있는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쓴 글이 미디어에 노출되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 문제를 바로 잡는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테슬라의 뉴럴링크가 FDA로부터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임상실험에 대한 허가를 받은 부분에 있었어도 분명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정적인 면들도 있지 않겠는가.
책에서 언급되는 여러 사례들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렇게 변화고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가 살아남는 법.
창조적 영감에 있다.


📒 p. 18
두리들 대부분은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는 강속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모두의 인생 속에는 자신만의 강력한 변화구가 감추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 인생 속 보물과 같은 그 변화구를 발견하게 하는 힘은 바로 영감이다.


📒 p. 34~35
영감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또한 각자가 모두 자기 인생에 단 하나뿐인 원조, 오리지널 걸작이라는 자부심과 자존감의 발견이다. 그리고 영감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이다.


📒 p. 70~71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문장 속 단어들 사이의 패턴을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내어 문장의 맥락을 학습하는 모델이다. 이러한 언어 모델을 활용하게 되면 문장속에 나타나는 분위기, 맥락과 같은 고차원적인 요소들을 AI가 학습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AI는 데이터에 라벨을 붙여서 학습하였다. 반면 지금의 AI 는 사전에 학습한 데이터 안에서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 p. 73
물리적 노동에 이어 지적 노동의 영역 즉 생각마저 인공지능에게 아웃소싱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아웃소싱당한 인간은 건전한 대안 없이는 타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생각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고유의 영역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언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인간 존재의 중요한 의미를 준다. 점점 생각하지 않는 인간과 오히려 생각하는 AI의 출현이라고 할까?


📒 p. 138
인공지능과 인간의 문제도 결국에는 집단화, 최적화되고 패턴화된 지능 집단(AI 시스템)과 개인의 문제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생성해 낸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서 만들어진다.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의 집단 지성 총체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인간 집단 지성의 총체가 진실의 실체에 얼마나 가까운가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내어 놓은 정확한 지식과 답변 결과물들이 집단 지성을 대변할 수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때론 진실과 먼 혹은 어떤 한 인간 혹은 작은 조직의 직관과 초월적 진리에 대한 답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점이다.


📒 p. 163~165
창의성과 유사한 창발성은 하위 차원의 존재들로 있을 때는 의미가 없다가 그러한 하위 차원들이 모여 상위 차원을 구성할 때 의미가 갑자기 발현되는 현상이다.

심리학자 루웬스는 이러한 창발성은"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존재 간의 협력"이라고 표현했다. 즉 창발성은 서로 다른 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우연한 만남으로 새로운 의미를 가진 것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우연성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되어 사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연결성은 기술 간, 산업 간, 학문 간 융합이 가속화되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필요한 역량으로 부상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창발성은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능력이다. 인공지능은 규정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되고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과율의 세계에서는 번뜩이는 우연성에 의한 비선형적 사고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인간이 가진 우연적인 창발성은 디지털 시대의 인간이 인공지능에 비해 차별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 p. 188
디지털 과잉이 불러오는 가장 큰 폐해 중 첫째는 자기주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생성형 AI가 발전함에 따라 더욱 심해졌다. 인간이 이러한 디지털 기술에 생각을 아웃소싱하게 되면 인간의 고유성인 사유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수동화되기 쉽다.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스스로의 독창적인 서사는 빈약해진다. 발터 벤야민은 "서사 예술이 희귀해졌다면 정보의 확산이 이러한 사태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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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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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모예스 #미비포유 #도서협찬 #다산북스 #소설추천 #영화도좋고책도좋고👍👍👍

📚 조조 모예스《미 비포 유 me before you》

이 책은 세 번째이다. 영화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라고 할 수도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너무 좋아서, 원서를 읽었다. 그다음은 중학생이었던 딸아이에게 번역판을 사주고 그 책으로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수행준비를 하면서 한번 더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아름다운 표지의 개정판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모든 "좋은" 책이 그렇겠지만, 읽을 때마다,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참 다르다. 책을 읽게 되는 간격 사이에, 내가 지나쳐 온 시간들과 상황들이 책의 다른 부분들을 보게 한다. 찾게 한다.

이 책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것에 꽂혀 책을 보다가 설레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정말 감정이 요동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루이자의 입장에서, 그 다음은 윌의 입장에서, 그리고 이제야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이 드는 생각은, 내가 윌이었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거라는 생각이다.

📒 p. 352
간병인 일에서 가장 나쁜 점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들어 올리고 청소를 하는 일도 아니고 아득하지만 항상 코끝에 느껴지는 소독약 냄새도 아니다. 심지어 다들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질 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사실조차 최악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하루 종일 누군가와 딱 달라붙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기분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기 자신의 기분에서도.

✏️ 이번에 읽으면서 이 문장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윌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도 이런거 아니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충만할 때는 상대의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에 그 힘이 나약해 졌을 때는 루이자는 다시 간병인의 느낌을 오롯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이 넘치던 남자가 사랑이라는 것에 잠시 매달려 있다가 그 느낌마저 사라진 순간에 죽음이 생각난다면 그때는 죽는거 조차 편안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 p. 500
"미안해요. 내겐 충분하지 않아."

그는 말하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 이번에는 꼭 정확한 단어들을 골라야만 하겠다는 듯이. "난 그걸로 안 돼요. 이.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 이 뒤에 세 장 정도에 걸쳐 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이 아팠던 부분이다.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었던 한 개인이, 이제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을 때, 휠체어라는 것에 갇혀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이 느끼는 자괴감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루이자를 만나고 순간적인 행복이 다가 오는 순간은 분명 있었겠지만, 그 뒤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은, 그 행복을 알게 되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더 비참했을 것이다.

📒p. 575(옮긴이의 말 중에서)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소회를 하나 덧붙인다. 요즘 나는 무슨 일을 하든 그 근저에 두려움이 동기로 작용하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자율적인 선택이라고 착각했던 여러 행동들이 사실은 상처받거나 실망하거나 실패할까 두려워, 혹은 타인의 눈이 두려워 공포를 피해 타협한 회피였다는 자각이 어느 날 퍼뜩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삶이 그리 길지 않으며 죽음이 필연이라면 한순간이라도 두려움에 마비되어 허비할 수는 없다. 삶의 고삐를 쥔다는 게 누구에게나 허락된 사치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내 삶을 결정하고 책임질 힘은 내가 내 마음속에서 발견해야만 한다. 《미 비포 유》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그런 마음의 결의를 어루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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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 전시 스크립트 쓰기 - 진심이 닿는 전시 해설의 노하우
김인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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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아《미술관 도슨트가 알려주는 전시 스크립트 쓰기》


✅️ 출판사에서 "이 책이 필요한 독자" 로 표현하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다.

*미술관 도슨트 활동을 희망하는 예비 도슨트
*명료하고 체계적인 스크립트를 작성하고자 하는 도슨트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전시 해설이 궁금한 미술 애호가
*스크립트 분석을 통해 예술 작품과 전시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히고 싶은 분
*미술관은 아니지만 여행지의 가이드나 사물·행사 등을 잘 설명하고 싶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 외 콘텐츠를 전달하는 작업의 일선에 있는 분

여기에, 하나 더.
나처럼 도슨트에 대해 어설픈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추가.


✏️ 왜 도슨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스크립트가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단지 작품에 대해 알고 있는 사항들을 전달하는 것이라 여겼다. 아마 도슨트를 자원봉사하는 분들로만 생각해서 그런 이미지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p. 22 우리나라는 1968년 시행된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슨트 제도가 최초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호암갤러리와 국립현대미술관 등 미술관에서 도슨트 제도가 시작되었고, 기관마다 전시해설사, 투어 가이드, 전문자원봉사자, 도슨트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미술관 직원인 큐레이터와 자원봉사자인 도슨트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도슨트는 미술관의 직원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공립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지위는 문화자원봉사자, 전문자원봉사자 등의 자원봉사자라는 역할로 인식된다. 소정의 활동비를 받긴 하지만 자원봉사자로서 도슨트라는 위치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꺼이 나누는 역할이지 물질적인 재화를 바라는 자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 특정한 교육을 받고,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일정이 끝나고 나서는 그날의 일지도 써야 되는 것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이다.

✏️ 이 책은, 도슨트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크립트를 쓰기 위해서 자료를 어떻게 수집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자료수집하는 과정에서 현장투어가 스크립트의 구조나 분량조절을 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무엇을 자료로 하여 써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서술해 나가는지, 왜 큐레이터의 전시제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작품해설에서 어떤점이 고려되어 햐는지, 어떤 작품을 선택해서 어떤 동선을 따라갈 것인지 등등 너무나 현실적인 설명들이 가득했다. 이만큼 친절한 해설서가 있을까 싶었다. 실제 전시된 전시회들의 예시를 곁들여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았다.

✏️ 관람객을 상대로 한 것이니, 스크립트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작성한 스크립트를 어떻게 말로 소화해 낼 것인지도 설명하고 있다. 현장의 경험이 그대로 살아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도슨트로 설명하려고 준비중인데 다가온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던 경우나 두명이 설명을 듣다가 각각 다른 방향의 그림으로 갔다는 설명에서는 글을 보고 있는 나조차 당황스러웠다. 아...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그림을 볼 때는 나만의 방식으로 느껴봐야 한다는 주의라,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면, 내가 느낄 수 있는 부분에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해서 한번도 도슨트의 설명을 가까이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다음에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한번 주의깊게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나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p. 287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것. 그것은 도슨트 해설의 가장 기본기조일 것이다. 백과사전처럼 많이 아는 것, 아는 것을 모두 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작품이 쉽든 어렵든, 그것에 대해 도슨트가 모든 것을 이해시킬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해설 사이사이에 말줄임표나 띄어쓰기 같은 빈 공간을 마련해두고, 관람객이 스스로 숨 쉬고 느낄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 그래서 도슨트로서 실제 현장에 서기 위해 스크립트를 쓰고 말하는 것은 도슨트가 알고 있는 많은 정보 중에서 취사선택하는 능력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외의 도슨트 해설은 '적절한 작품 감상으로의 유도'라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말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는 동시에 그 말에 옭아매는 덫을 놓지 않는 해설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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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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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라이프 #마루야마마사키 #블루홀식스 #도서협찬
#일본소설 #강력추천

📚 마루야마 마사키《원더풀 라이프》

들어가기 전에 일단 강추!!!👍👍👍👍👍

✏️ 처음 접해보는 일본작가이다. 그런데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있다.

✏️ 이 작품은 무력의 왕, 한낮의 달, 불초의 자식, 가면의 사랑이라는 소제목으로 번갈아가며 네커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 커플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다시 앞으로 슬슬와서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묘미.
물론 책을 읽는 도중에도 혹시, 설마 하는 부분들이 간혹 등장하기는 한다.

✏️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깊었던 그리고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었다. 내가 차이를 두고 배려하려는 부분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차별과 구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듯했다. 그냥 그럴수도 있지 않겠냐는 의식속에 나도 모르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p. 215~216
복지 관게자들은 차별 없는 사회를 외치며 '이해'와 '지원'이라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린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모두가 우리 같은 장애인들에게 익숙해지는 일이라고 도시하루도 늘 생각했다.
지금으로서 우리는 일반인들의 눈에 '기형적인 존재'다. 편견과 차별 이전에 애초에 자신들의 세게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기피한다.

아무리 그래도 조금 더 눈에 띄는 곳에 존재해도 되지 않을까. 보이지 않으니 깨닫지 못한다. 만나지 않으니 알지 못한다. 우리 같은 장애인의 존재를. 당신들 건강한 사람들처럼 우리도 똑같이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기뻐하고, 웃고, 욕망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는 사실을.

✏️ 그리고 장애를 가진 자식들을 살해한 부모들에 대한 신문기사를 언급하면서 나오는 문장들도 그 생각하는 결이 좋았다.

p. 314
어떤 사람에게 인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남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 사건도......그러니까 어머니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햏고, 그래서 다들 동정도 하겠지만 아이의 마음은 아무도 모르겠져. 아니, 대부분 알려고 하지도 않을 거예요.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심정은 이것저것 추측하거나 가타부타 이야기하지만, 살해된 아이가 어떻게 느꼈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게 현실이니......

✏️ 가끔 경제적 이유든 어떤 이유로든 어린 아이들과 동반자살을 하는, 또는 아이들을 먼저 죽이고 자신들도 뒤따라 죽는 사건들을 볼 때 내가 늘 가졌던 생각이다. 왜 그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않을까. 그 아이들은 다른 미래가 있을수도 있고, 살고 싶을 수도 있는데, 왜 그 아이들의 생각은 부모조차도, 사회도 안중에 없는 것일까.

✏️ 작가는 소설속에 직장내 성희롱이라든지,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것이라든지, 건축에서의 배제예술을 인물들의 대화속에서 툭 던져놓는다.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9.1이 넘는 거대지진으로, 사상자는 말할 것도 없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를 불러와 현재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지진이다.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로도 연결될 수 밖에 없는.

✏️ 소설 속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이다.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p.331 영화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당신이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게 만드는 영화라고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야 왜 이 소설의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소설속의 인물들에게도, 현실속의 우리들에게도 이걸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스스로의 존재를 하찮게 여길지 몰라도 사실 우리가 없는 이 세상은 더 의미없고 별볼일 없으므로, 우리의 존재가치는 대단하다고, 우리가 사는 이 삶이 멋진 인생 아니냐고 말이다.

✏️ 오늘밤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이라는 영화를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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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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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데뷔작《숲과 별이 만날 때》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누르고 아마존의 베스트셀러가 된 글렌디 밴더라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엘리스와 레이븐이라는 두 캐릭터를 교차시키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왜 이렇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한곳을 향하가는 여정이기에.

우선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늘 숲이나 자연에서 위로를 얻었던 엘리스는 남편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날에도 역시 숲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달된 비올라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엘리스는 술과 약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이혼하고 쌍둥이 아이들은 남편에게 남겨둔채 혼자 숲으로 가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절반은 이해되고 절반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긴 하다. 잃어버린 아이도 있지만, 남아있는 쌍둥이 아이들도 있지 않은가. 그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은, 방치한다는 느낌은 갖지 못하는 것일까. 죄책감이나 상실감이 더 큰 것인가. 저울질 할 수는 없는 감정들이지만,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한편, 레이븐이라는 아이는 넓은 숲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간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땅의 정령이 보내준 아이라고 한다. 그런 믿음속에서 지내던 레이븐은 숲에 놀러온 아이들과 만나게 되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관심도 갖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게 된다.

교차 서술되는 그녀들의 이야기속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람으로 부터 받게 되는, 또는 자신의 실수로부터 생기게 되는 아픔이나 상처, 슬픔이 어떻게 치유되어 가는가이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진실한 마음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가지게 된 상처를, 흔적들을 치유해가는 과정은 진부할지언정 따듯하다. 우리는, 아니 나만 봐도, 어떻게 풀어가면 그마나 나을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서 상황이 유지되거나 악화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그런 과정들을 보여주는데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지, 조금더 진솔하게 다가가는 게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말이다.


p. 9
아이들은 시간이 흐르면 아무도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답자이 없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어느 주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조금이나마 내보내는 건 매우 중요했다.

p. 524
증오는 중독적인 감정이고, 자주 부추겨주어야 지속될 수 있었다.

p. 537
나무는 상처를 입으면 상처 주위의 세포들이 변화해 부패를 방지하는 방어벽을 만들어. 그러면 방어벽 주위의 세포들이 변화해 또 다른 방어벽을 만들지. 놀랍게도 나무는 그렇게 세 개, 네 개까지 방어벽을 만들어가며 오래도록 생존을 이어가는 거야.

저 언덕 아래에 아름드리 상록 참나무가 있어. 몸통에 커다른 구멍이 뚫려 있지만 나무는 여전히 굳건하게 잘 자라고 있지. 방어벽 덕분에 상처가 더 이상 번지지 않아 계속 자랄 수 있는 거야. 비록 상처 부위에 텅 빈 구멍이 뚤리더라도.

p. 539
언제나 몸을 바삐 움직이는 게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p. 578
"어떤 진실은 때로 모르고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그 아픔까지도 받아 안을 수 있어야지."

p. 612
"이거봐. 넌 나 때문에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되지도 모르잖아."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자기가 아끼는 사람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설사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니라는 걸 어쩌다 알았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까? 그가 홀로 괴로워하게 내버려둘까? 사랑은 엄지손톱에 박힌 가시처럼 쉽게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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