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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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데뷔작《숲과 별이 만날 때》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누르고 아마존의 베스트셀러가 된 글렌디 밴더라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엘리스와 레이븐이라는 두 캐릭터를 교차시키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왜 이렇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한곳을 향하가는 여정이기에.

우선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늘 숲이나 자연에서 위로를 얻었던 엘리스는 남편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날에도 역시 숲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달된 비올라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엘리스는 술과 약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이혼하고 쌍둥이 아이들은 남편에게 남겨둔채 혼자 숲으로 가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절반은 이해되고 절반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긴 하다. 잃어버린 아이도 있지만, 남아있는 쌍둥이 아이들도 있지 않은가. 그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은, 방치한다는 느낌은 갖지 못하는 것일까. 죄책감이나 상실감이 더 큰 것인가. 저울질 할 수는 없는 감정들이지만,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한편, 레이븐이라는 아이는 넓은 숲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간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땅의 정령이 보내준 아이라고 한다. 그런 믿음속에서 지내던 레이븐은 숲에 놀러온 아이들과 만나게 되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관심도 갖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게 된다.

교차 서술되는 그녀들의 이야기속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람으로 부터 받게 되는, 또는 자신의 실수로부터 생기게 되는 아픔이나 상처, 슬픔이 어떻게 치유되어 가는가이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진실한 마음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가지게 된 상처를, 흔적들을 치유해가는 과정은 진부할지언정 따듯하다. 우리는, 아니 나만 봐도, 어떻게 풀어가면 그마나 나을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서 상황이 유지되거나 악화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그런 과정들을 보여주는데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지, 조금더 진솔하게 다가가는 게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말이다.


p. 9
아이들은 시간이 흐르면 아무도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히려 답자이 없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어느 주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조금이나마 내보내는 건 매우 중요했다.

p. 524
증오는 중독적인 감정이고, 자주 부추겨주어야 지속될 수 있었다.

p. 537
나무는 상처를 입으면 상처 주위의 세포들이 변화해 부패를 방지하는 방어벽을 만들어. 그러면 방어벽 주위의 세포들이 변화해 또 다른 방어벽을 만들지. 놀랍게도 나무는 그렇게 세 개, 네 개까지 방어벽을 만들어가며 오래도록 생존을 이어가는 거야.

저 언덕 아래에 아름드리 상록 참나무가 있어. 몸통에 커다른 구멍이 뚫려 있지만 나무는 여전히 굳건하게 잘 자라고 있지. 방어벽 덕분에 상처가 더 이상 번지지 않아 계속 자랄 수 있는 거야. 비록 상처 부위에 텅 빈 구멍이 뚤리더라도.

p. 539
언제나 몸을 바삐 움직이는 게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p. 578
"어떤 진실은 때로 모르고 지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그 아픔까지도 받아 안을 수 있어야지."

p. 612
"이거봐. 넌 나 때문에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되지도 모르잖아."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자기가 아끼는 사람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설사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니라는 걸 어쩌다 알았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까? 그가 홀로 괴로워하게 내버려둘까? 사랑은 엄지손톱에 박힌 가시처럼 쉽게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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