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든 두려움
알렉스 핀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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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학교 영화과에 다니는 맷 파인은 밤새 파티를 즐기고 온 다음날 아침, FBI요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휴가차 멕시코로 여행을 떠난 가족들이 모두 숨진채 발견되었다는 것. 수사당국은 단순 가스누출사건으로 종결지으려고 하지만, 뭔가 수상함을 느낀 FBI요원이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맷을 찾아온 것이다. 맷의 형 대니도 있지만, 그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대니가 그의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교도소에 있고, 그 사건과 관련된 것들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면서 맷과 그의 가족들은 전국적으로 이미 유명해진 상태였다.

이야기는 여러 명의 시점으로 오가면서 전개된다. 맷 파인과 가족들 각각 그리고 FBI요원, 과거의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복합적으로 얽힌다. 그리고 방송되었던 다큐멘터리가 부분부분 계속 삽입되는 형식이다.

맷은 형의 사건과 가족의 죽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믿어 왔던 이야기들, 언론이 만들어 낸 이미지, 심지어 가족들에 대한 기억까지 다시 의심하게 된다. 형 대니는 정말 살인을 한 것인가, 그리고 가족들은 왜 죽어야 했을까.

책의 끝머리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혹시나했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결론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에 다가가다가 맷의 시선에 따라 계속 흔들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흔들리는 그 감정이 무서웠다. 이게 현실이라면 감당이 됐을까.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제목의 '모든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공포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두려움, 진실을 마주하는 두려움, 사회나 이웃으로부터 배척당하는 두려움, 자기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두려움, 이 모든 것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진실일까. 작품은 여러 인물과 상황을 통해 계속 우리에게 묻는다.

《마지막 모든 두려움》이라는 제목은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더 강하게 다가온다. 진실을 모르는 것도 두렵지만, 지금까지 믿어 온 세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더욱 큰 두려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맷은 가족을 잃은 슬픔보다도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거짓일 수 있다는 두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맷의 두려움은 읽은 이에게도 그대로 스며든다. 나라면 어찌 했을까.

이 책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놔두고라도, 그 사이에 미디어가 범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 사람들의 진실없는 편견, 재판과정중에 벌어지는 폭력과 오판, 불신, 상실과 두려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사랑,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57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이지만, 정말 단숨에 읽힌다는 것. 하지만 그 여운은 꽤나 묵직하게 오래가는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p. 31
마른 익사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다. 물에서 나온 후 몇 시간, 심지어 며칠에 걸쳐 서서히 느리게 죽어가는 증상이었다. 지난 7년간 그가 느낀 기분이 그런 것이었다. 상처 입은 내면에서 산소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기분.


p. 58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한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p. 79
이성의 목소리가 그의 무의식을 파고들어 가장 밑바닥에 깔린 마지막 두려움을 건드렸다. "가족들에겐 내가 없는 편이 더 나아."그는 가족을 위해 결심하려는 것이었다. 가족이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피폐해진 가장과 함께 사는 고통을 겪지 않게 하려고,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렇게 속삭였다. 그러나 그의 내면 더 깊은 곳에서는 이 결단이 실은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를 위한 것이다.
절망의 수도꼭지를 잠그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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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용어의 탄생 -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윤혜준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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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준 《근대 용어의 탄생》은 교유서가 <첫단추>시리즈 중 한권이다. 여기서 단추는 지식의 우주로 안내하는 우리 시대의 생각 단추이다. 그에 걸맞게 책의 내용은 무한하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단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단어들의 유래나 의미 변천 기타 궁금했던 내용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였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책을 골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혁명 부분에서 거슬리는 단어가 있긴 했으나, 그건 넘어가자.)

이 책은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라는 부제를 가지고, 아메리카, 비즈니스, 자본주의, 경쟁, 헌법, 소비, 통화, 민주주의, 제국, 계몽, 자유, 산업, 법, 기계, 대통령, 진보, 프로젝트, 합리적, 개혁, 리뷰, 혁명, 교통, 대학, 유토피아에 대해 설명한다. 책의 구성상 관심가는 글자부터 무작위로 골라서 읽어도 좋다.

개인적으로 제일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쳅터는 '소비'와 '산업'이었다. 사실 각 단어들로 독서모임을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접근과 해석이 가능하다.

'소비'로 예를 들어보면, 소비라는 단어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의미는 그 태초에 1도 없었다. 고갈, 소모, 낭비 심지어 병이름(폐결핵같은 소모송 질환)이기까지 했다. 즉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활동의 측면보다 죽음, 소멸에 가까운 단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역사적 사건들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을 소모시키는 행위가 국가를 부유하게 만드는 행위로 연결되고, 심지어 멕시코 광산, 페루 원주민, 아프리카 노예, 카리브 해 설탕공장으로 이어진다.

영국 귀족들이 차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행위이면에는 노예노동과 식민지착취, 원주민 학살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소비자체가 단지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즉 소비도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단지 '소비'라는 단어의 어원과 유래, 변천과정뿐만 아니라 이 단어가 현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함의까지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 원래의 의미를 넘어 특정시대의 가치관, 더 넘어 인간관까지 아우르고 있다면, 우리가 쓰는 언어속에 우리는 많이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언어는 단순히 현실을 설명하거나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는 틀을 제공해줄 수도 있으니까.

또 하나, 이 책의 매력은 많은 문학작품과 저서들이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는것만큼 보이는 게 달라질 수 있는 책. 시간을 들여 책을 더 찾아볼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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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세요 교유서가 시집 7
김박은경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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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은경의 《의심하세요》시집은 전반적으로 체념, 아픔, 외로움, 그리움, 상실, 덧없음, 공허함의 감정선이 처음을 채운다. 하지만 그 마음들조차 후회나 원망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불행조차, 아픔조차 긍정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식었던 마음이 다시 데워지는 듯한 시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의심하세요>, <목숨같은 거>, <안부> 세 시가 유독 와닿았다. 사실 이 시집은 펼칠 때마다 한편씩 담아두게 되는 시집이다. 이것도 괜찮다 싶은.
아마 책상에 계속 둔다면 시집 한 권을 몽땅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의심과 믿음이 같은 종족이라는 표현은 보는 순간 꽂혔던 표현이다. 확실한 것을 원하는데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고, 그래서 의심하고 믿고를 반복하는. 어쩌면 믿고 싶어서, 믿기 때문에, 믿어야 하기 때문에 그 한켠에 의심이라는 기미줄을 쳐두는지도 모르겠다.

<안부>에서는 오래전 첫사랑이 생각났다. 이미 곁에 없고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그때의 상실감이 그대로 살아나는 느낌. 누군가를 잃어버린 뒤의 감정이 거리가 공동묘지인거 같다고 표현되는 데서는 무언가를 들킨 기분도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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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 교유서가 소설
박이강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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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강 소설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흔들리는 것들」, 「오피스」, 「도시는 밤」, 「파라다이스 리조트」, 「방문객」, 「디디를 기다리며」, 「2백만 원어치 마음」, 「무탈」,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어느 작품이든 미니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매여있고,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인다. 그러다가 마지만 단편,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에서는 앞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일단 한 발짝을 뗀다.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삶을 지탱하는 힘을 변화에 대한 저항이라 했던 앞의 인물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어쩌면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발을 내딛는다는 것이 현실로 돌아가는 것일지, 현실을 넘어서는 것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곳을 향한 한 발의 내딛음은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은유는 문장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자세, 시선이기도 하다. 글 중에 권고사직을 끝난게임이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미 그렇게 명명했다면, 그 단어는 그 안에서의 의미로 끝난다. 그게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아닐까. 너는 예전에는 안그랬다고, 나를 바라보면 너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묻는 은유에게서, 지금 잘 살고 있냐는 질문을 받은듯 했다. 이대로 괜찮겠냐고 말이다. 묘한 위로와 자극을 받은 작품집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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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에는 잘 차려진 비밀이 교유서가 시집 6
추성은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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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서가 시집, 여섯번째.

추성은 《접시 위에는 잘 차려진 비밀이》



이 시집은 내게 마트료시카 같은 존재였다. 한달 가까이 책상위에 올려두고 같은 시를 반복해서 읽었다.



한번 읽고나서 이런건가 싶으면 다시 열었을 때 또다른 '의미'를 던진다. '질문'을 던진다는 표현이 더 가까운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무관한 말>에서는 AI와 인간에 대한 시인가, 인간다움이 무엇인가, 인간은 왜 전쟁을 일으키는가, 나는 정말 인간이 되고 싶은가, 세상에 정답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가...이런것들이 이 시에서 내가 발견한 마트료시카들이다. 아마 다음에 읽으면 난 또 다른 인형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녹는 점>도 비슷했다. 자아에 대한 것인가, 몸에 대한 것인가, 죽음에 대한 것인가, 기억에 대한 것인가, 알 수 없음에 대한 것인가.



마트료시카의 제일 작은 인형을 찾아냈다고 해서 처음의 큰인형의 실존이 없어지는 게 아닌 것처럼, 이 시들을 읽어가며 들춰지는 생각들도 모두 각각의 의미로 존재한다는 것이 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시의 테두리에는, 겉으로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데, 그 안을 열어보면 의심이 있고, 그 안을 열어보면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고, 그 안을 다시 열어보면 결국 사랑이 있다. 그렇지만 그 애정이 요란하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그리고 목적이나 방향도 없다. 그래서 좋았다. 나만의 층위들이 생길 수 있으니까.





<무관한 말>의

'되는대로 적기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다'



<녹는 점>의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는 대로 둘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합니다.' 라는 것도,



<유형> 의 '날개 대신 두 다리로 선 새들이 이윽고 나의 마음과 함께 방위없이 날아가기'



이 모든 것에 이미 정답이 아닌 끝없는 질문들이 느껴진다.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잘 차려진 비밀도 그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교유단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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