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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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 모예스《미 비포 유 me before you》

이 책은 세 번째이다. 영화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라고 할 수도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너무 좋아서, 원서를 읽었다. 그다음은 중학생이었던 딸아이에게 번역판을 사주고 그 책으로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수행준비를 하면서 한번 더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아름다운 표지의 개정판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모든 "좋은" 책이 그렇겠지만, 읽을 때마다,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참 다르다. 책을 읽게 되는 간격 사이에, 내가 지나쳐 온 시간들과 상황들이 책의 다른 부분들을 보게 한다. 찾게 한다.

이 책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것에 꽂혀 책을 보다가 설레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정말 감정이 요동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루이자의 입장에서, 그 다음은 윌의 입장에서, 그리고 이제야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이 드는 생각은, 내가 윌이었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거라는 생각이다.

📒 p. 352
간병인 일에서 가장 나쁜 점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들어 올리고 청소를 하는 일도 아니고 아득하지만 항상 코끝에 느껴지는 소독약 냄새도 아니다. 심지어 다들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질 만큼 똑똑하지 못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사실조차 최악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하루 종일 누군가와 딱 달라붙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기분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기 자신의 기분에서도.

✏️ 이번에 읽으면서 이 문장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윌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도 이런거 아니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충만할 때는 상대의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에 그 힘이 나약해 졌을 때는 루이자는 다시 간병인의 느낌을 오롯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이 넘치던 남자가 사랑이라는 것에 잠시 매달려 있다가 그 느낌마저 사라진 순간에 죽음이 생각난다면 그때는 죽는거 조차 편안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 p. 500
"미안해요. 내겐 충분하지 않아."

그는 말하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 이번에는 꼭 정확한 단어들을 골라야만 하겠다는 듯이. "난 그걸로 안 돼요. 이.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 이 뒤에 세 장 정도에 걸쳐 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이 아팠던 부분이다.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었던 한 개인이, 이제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을 때, 휠체어라는 것에 갇혀서 그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이 느끼는 자괴감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루이자를 만나고 순간적인 행복이 다가 오는 순간은 분명 있었겠지만, 그 뒤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은, 그 행복을 알게 되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더 비참했을 것이다.

📒p. 575(옮긴이의 말 중에서)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소회를 하나 덧붙인다. 요즘 나는 무슨 일을 하든 그 근저에 두려움이 동기로 작용하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자율적인 선택이라고 착각했던 여러 행동들이 사실은 상처받거나 실망하거나 실패할까 두려워, 혹은 타인의 눈이 두려워 공포를 피해 타협한 회피였다는 자각이 어느 날 퍼뜩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삶이 그리 길지 않으며 죽음이 필연이라면 한순간이라도 두려움에 마비되어 허비할 수는 없다. 삶의 고삐를 쥔다는 게 누구에게나 허락된 사치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내 삶을 결정하고 책임질 힘은 내가 내 마음속에서 발견해야만 한다. 《미 비포 유》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그런 마음의 결의를 어루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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