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수학자
제롬 코탕소 지음, 윤여연 옮김, 이종규 감수 / 북스힐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어느 분야의 높은 수준의 전문가가 그에 못지 않게 전혀 의외의 방면에서도 높은 소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어떤 부문이 되었든 그런 단계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공통되는 소질과 태도가 필요한데, 그들은 그런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 쓴 저작이다. 그는 수학자이면서 동시에 영화애호가로서 감탄을 부르는 지적 접근을 보여준다. 

제목에서 드러났듯이,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화와 수학을 연결했다는 것이다. 
수학이 영화적 소재로 쓰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본격적으로 영화 속 수학을 다룬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 
과학 중에서 물리학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 영화 속 물리학에 대해 쓴 책은 많다. 
그러나 수학은 이웃한 학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동일한 이유로, 영화와 접목하여 독자들에게 찾아온 경우가 아주 드물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빛을 발한다. 
다수는 아닐지라도, 영화와 수학을 동시에 애호하는 독자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기대에 부합하는 본문의 수준이 큰 장점이다.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하다 보면, 단순히 영화 속에서 수학이 쓰인 사례를 피상적으로 소개하거나, 흥미 위주로 단순화하여 다루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는 수학적 원리 및 이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것의 학문적 배경 및 제반 이야기들을 깊게 설명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체노동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인간의 삶을 가장 실존적이고 본질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노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탄생부터 힘겨운 몸짓으로 시작하여 종말에 이르기까지 몸을 통해 세계를 받아들인다. 
힘써서 움직이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삶이 마무리된다. 
이런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 이 소설은 읽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더 나아가, 인생뿐만 아니라 그것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랑에까지 노동이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비정형적 서술을 펼쳐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 소설처럼 문안하고 규정된 서사를 진행해가지만, 점진적으로 그 서술은 기존의 정형성을 탈피하여, 독특한 분위기와 의미를 창출해낸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줄거리는 기존의 이야기 소재와 구조를 거스르고,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는 마치 이리저리 흔들리는 심신처럼 기억과 현실이 혼재해 있으며, 인물들과의 대화는 관념과 냉소가 교차하며 가장 근본적인 사람의 속성을 내보인다. 
비평가라는 저자의 배경이 통상적인 소설들이 지닌 온갖 클리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고, 독보적인 작가의 개성이 작품에 깊이와 흥미를 더해준다. 

다음으로 인생과 사랑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준다. 
서로에게 기록되는 삶과 애정이 각자에게 얼마나 다른 형태를 지니는지, 사랑이라는 행위와 감정이 애틋함과 설렘과 헌신이 아닌 그것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것들로도 이뤄져 있다는 것, 육체에서 아름다움과 강점이 점점 사라지는 것처럼 인생과 사랑도 그 절정적 속성이 쇠락하여 소멸되는 것이 그 본질일 수 있다는 것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살아가는 흔적이 고스란히 육체에 그 흔적을 남기듯, 사랑의 증거들도 육체를 통해 그 존재의 여정을 남겨놓는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마치 우리가 몸으로 수행하고, 감당하는 노동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악적 경성 - 식민지 경성은 얼마나 음악적이었나
조윤영 지음 / 소명출판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곳곳에 포진한 필연적인 그 시대의 위트와 아이러니가 미소를 짓게 하고,
논문과 교양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 저자의 노력이 음악적 경성이라는 음악사적 의의를 전달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악적 경성 - 식민지 경성은 얼마나 음악적이었나
조윤영 지음 / 소명출판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는 우리 역사에 있어 거대한 공백이다. 
암울함과 치욕으로 인해 우리는 그 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직 일제의 수탈에 대한 기록만 있을 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진지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없다시피 하다. 
잘 된 것이 있으면 일제의 공적이 되고, 못 된 것 있으면 지지부진한 우리의 어두운 과거가 되는 딜레마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그런 한계를 극복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1920년부터 1935년까지의 경성이라는 공간의 근대화 모습을 전달해준다. 
방대한 시각 자료를 필두로 그 시대의 풍경을 생생하고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특히 그 분야를 음악이라는 특별하고 귀중한 분야로 한정하여 진행한 것도 신의 한 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시절의 많은 것들이 베일에 싸여 있는데, 음악은 그 중 가장 알려진 것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적인 전문성과 구체성을 높은 수준으로 달성하고 있는 본문의 퀄리티는 감탄을 자아낸다. 
아울러 상세한 레퍼런스를 밝히고 있는 점은 이 책의 필자가 얼마나 연구자적인 깊이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무엇보다 내용이 아주 재미 있는 동시에 시사적인 의미가 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인 경성이라는 곳은 그 자체로도 흥미 있는 장소이지만, 
창작자, 연주자, 대중이라는 주체들이 그 참여와 감상에 있어 제일 능동적인 특성을 지닌 음악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예컨대, 근대화라는 거대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내는지, 서양식 음악이 어떻게 도입되고 이식되며 적응하게 되는지, 지금의 모습과는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런 문화적 양상들이 현재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등등을 낱낱이 목격하며 즐길 수 있다. 
아울러 곳곳에 포진한 필연적인 그 시대의 위트와 아이러니가 미소를 짓게 하고, 
논문과 교양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 저자의 노력이 음악적 경성이라는 음악사적 의의를 전달해준다.   

#식민지경성 #경성음악 #이중도시경성 #음악적경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브 다산어린이문학
탁정은 지음, 이명애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아이들끼리 운동경기나 승패가 있는 놀이를 하는 경우, 진 아이는 대게 슬퍼하거나 울거나 좌절한다. 
이런 감정과 반응은 본능적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학습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경쟁과 승패에 대해 이분법적 생각을 하지 않게 하고, 결과에 관계 없이 그 이면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은 이런 생각에 가장 부합하는 이야기 전개를 제공하고, 그런 희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그림까지 선사한다. 

가장 큰 강점은 줄거리의 성숙도와 작품성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데 있어, 특히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다양한 관점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동화 같은 어린이 소설은 그것을 완벽히 구현한다. 
한 사건에 대해 한 사람의 시점에서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의 각각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다시 말해, 드라마틱한 경기의 모습을 '나와 적대적 상대'의 구도에서 묘사하지 않고, 두 등장인물 모두 주인공인 '나'가 된다. 
예컨대, 첫 챕터에서의 '나'는 다음 챕터에서는 '상대'가 되고, 처음 챕터의 '상대'는 당연히 다음 챕터에서는 '나'가 된다. 
즉 '나'와 나에게 맞서는 적으로서의 '상대'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고, 마치 선악의 구도처럼 '주인공과 적'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공존하는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경기를 하며 경합하고 최선을 다하는 1인칭 주체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성숙한 이야기 구도 덕분에 어린 독자는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고, 선악 및 승패처럼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그림의 퀄리티가 이야기 및 책 전체의 완성도를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성인들이 보아도 예술적 쾌감이나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고, 한 컷마다 들어간 공력의 양이 느껴질 만큼 디테일과 묘사력이 뛰어나다. 
특히 스토리상, 치열한 경기 중 그 간절함으로 인해 자기 성찰을 거쳐 각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중요한 순간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예컨대, 34, 68페이지의 장면이 압권인데, 
주인공이 테니스를 하는 도중, 공과 나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노란 테니스공이 어둠 속 해파리로 승화하는 장면과 
코트를 밝히는 환한 조명이 현재를 아주 평화로운 곳으로 바꾸는 장면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