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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ㅣ 다산어린이문학
탁정은 지음, 이명애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4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아이들끼리 운동경기나 승패가 있는 놀이를 하는 경우, 진 아이는 대게 슬퍼하거나 울거나 좌절한다.
이런 감정과 반응은 본능적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학습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경쟁과 승패에 대해 이분법적 생각을 하지 않게 하고, 결과에 관계 없이 그 이면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은 이런 생각에 가장 부합하는 이야기 전개를 제공하고, 그런 희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그림까지 선사한다.
가장 큰 강점은 줄거리의 성숙도와 작품성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데 있어, 특히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다양한 관점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동화 같은 어린이 소설은 그것을 완벽히 구현한다.
한 사건에 대해 한 사람의 시점에서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의 각각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다시 말해, 드라마틱한 경기의 모습을 '나와 적대적 상대'의 구도에서 묘사하지 않고, 두 등장인물 모두 주인공인 '나'가 된다.
예컨대, 첫 챕터에서의 '나'는 다음 챕터에서는 '상대'가 되고, 처음 챕터의 '상대'는 당연히 다음 챕터에서는 '나'가 된다.
즉 '나'와 나에게 맞서는 적으로서의 '상대'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고, 마치 선악의 구도처럼 '주인공과 적'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공존하는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경기를 하며 경합하고 최선을 다하는 1인칭 주체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성숙한 이야기 구도 덕분에 어린 독자는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고, 선악 및 승패처럼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그림의 퀄리티가 이야기 및 책 전체의 완성도를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성인들이 보아도 예술적 쾌감이나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고, 한 컷마다 들어간 공력의 양이 느껴질 만큼 디테일과 묘사력이 뛰어나다.
특히 스토리상, 치열한 경기 중 그 간절함으로 인해 자기 성찰을 거쳐 각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중요한 순간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예컨대, 34, 68페이지의 장면이 압권인데,
주인공이 테니스를 하는 도중, 공과 나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노란 테니스공이 어둠 속 해파리로 승화하는 장면과
코트를 밝히는 환한 조명이 현재를 아주 평화로운 곳으로 바꾸는 장면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