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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기다려줄게 - 아이의 닫힌 방문 앞에서 8년, 엄마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
박성은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어느날 갑자기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린 아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책. 책 제목과 소개글을 보자마자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생각지도 않게 지금 내 아이가 학교에 입학 한지 한주가 지나고서부터 학교에 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보니 더 눈이 갔고 마음이 가서 읽어본 책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때만해도 즐겁고 신나게 잘 다니고 잘 생활했던 아이가 학교에 가선 적응이 안되는 듯 보인다. 아무래도 기관의 성격이 많이 달라진 탓이리라.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공부 해야 하는 시간도 늘어났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으니 처음엔 어리둥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러 일들로 아이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았고 그뒤로 학교 가는걸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혼이 나야 하는 상황이면 혼이 나야하고, 단체생활의 규칙도 배워야 하니 아이가 이겨내야 하는 상황들임은 분명하다. 친구들과의 원활하지 못한 관계 역시도. 엄마로서 옆에서 아무리 속이 타고 문드러져도 도와줄 수 있는게 많지 않음을 안다. 솔직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개입을 하는게 맞는지 헤매는 중이다. 아이가 툭 건드리면 대성통곡을 할 정도로 감정이 너무 예민해졌다보니 생각도 마음도 헝크러져 든든하게 아이의 힘이 되어줘야할 내가 자꾸 갈피를 못잡고 흔들린다.
학교 상담시간에 얘기를 해봤지만, 아직 적응기간이니 아이에게 시간을 주라는 원론적인 얘기 뿐이었다. 맞다. 안다. 하지만 그저 기다리기만 하기엔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한다는게 문제다. 무조건 기다려 주는게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다고 뭘 해야 하는지 방법도 안 떠오르니.. 그저 답답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저자의 이야기가 속속 눈에 들어왔다. 내 마음을 먼저 다스리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어아의 생각을 물어보는게 우선이라는 것, 엄마의 도움을 원하는지 혼자 해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기다림이라는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건지.. 정말 매 순간 아니, 매 시간 피가 마르는 것 같다. 지금쯤 아이가 어찌 하고 있는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어쩔땐 아이를 데리고 멀리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너무 착하고 순해서 오히려 막 대해도 괜찮고 무시해도 괜찮은 아이가 되버린건 아닌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독하게 키웠어야 했는데.. 더 강하게 키울것을.. 자꾸 후회하게 된다. 저자가 가장 내려놓기 힘든게 '내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 말이 너무나 공감이 됐다.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아이와 관련된 일이다보니 더 그렇다. 이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지금의 내 상황과 맞물려 순식간에 읽어나갔던 책. 답답한 마음이 가신것은 아니나 그래도 들끓던 마음은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한발자국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며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엄마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다스리기를 먼저 해야겠다. 될지 모르겠지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지금의 이 난관을 아이가 잘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힘들어 하는 많은 아이들이 동굴 속에서 나올 수 있기를.. 세상의 빛이 그 아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바꿔주기를.. 진심을 다해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