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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뒤에서
사라 델 주디체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제 2차 세계대전 :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태평양 등지에서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과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 사이에 벌어진 세계 규모의 전쟁.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전쟁.
홀로코스트 :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주도하고 그 협력자들이 동참하여 벌인 유대인에 대한 대학살.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유대인 민간인과 포로들은 가스실, 총살, 강제 노동, 계획된 영양실조, 생체실험 등의 방법을 통해 조직적으로 살해. 이로 인해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되어 당시 유럽 내 약 900만 명의 유대인 중 3분의 2가 사망.
제 2차 세계대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전쟁 속에 자행되었던 홀로코스트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는 역사다. 그렇기에 결코 잊어선 안되는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 바로 전운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할 무렵인 1937년부터 전쟁 중인 1942년까지의 5년이다. 평범했던 한 가정이 전쟁에 휘말리며 겪게되는 혼돈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그래픽노블로, 평화로웠던 일상에 배고픔과 공포가 당연하게 끼어들게 된 아이들의 삶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자연스럽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 두 자매가 포함된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 있다. 야엘과 에밀리 자매는 엄마가 유태인, 아빠가 비유태인인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매는 자신들을 만나주지 않는 아빠의 부모님과 아빠를 ‘비유태인’을 가리키는 ‘고이’라 부르며 조롱하는 듯한 엄마의 부모님이 이해되지 않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이들 눈엔 어른들의 잣대가 이상해 보일 뿐이다. 가족간에 문제가 조금 있었을 뿐, 이때만해도 평화로웠던 시기였다.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 그런 엄마 몰래 아빠와 만나고 있는 금발의 여자.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재혼. 아이들은 순식간에 바뀐 삶에 적응해나가기 바빴다. 그래도 다행인건 새엄마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 엄마의 자리를 새로 차지한 여자어른이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런 자매의 마음을 안다는듯 새엄마는 자매의 짓궂은 장난에도 조용히 웃음 지으며 받아줄 뿐이었다.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얼마 후, 전쟁이 터졌다. 치과의사였던 아빠는 의사가운을 벗고 군복을 입어야 했고, 그 때문에 가족의 재정상황은 악화되었다. 아빠를 전쟁터에 빼앗겨야 했던 아이들은 배고픔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했다. 그래도 기다림 끝에 자매의 아빠는 비록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전쟁보다 더한 공포와 위협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아빠가 돌아오고 얼마 뒤, 거대한 위협이 가족을 찾아온다.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을 아이들. 하지만 전쟁은 아이들의 삶을 무너뜨렸다. 게다가 유태인을 향한 칼날은 아이들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아직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히틀러의 만행. 그때 벌어진 참상을 누가 이해할까. 그런데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해는 전쟁이 벌어지면 안되는 이유로 세계 모두에 각인된게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전쟁통에 벌어지면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 아닌가. 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전쟁이 사라진, 그래서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다시는 세계대전과 같은 끔찍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