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모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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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나서야 알았다. [하루 100엔 보관가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이었음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내가 이미 2015년도에 읽은 책임을 말이다. 읽는 내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을 단 한번도 못 받았으니..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 이 몹쓸 기억력 같으니라고. 진짜 깜짝 놀랐다. 암튼, 이번에도 역시 전과 다름없이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이후 두번째 책도 출간되었던 모양이다. 전혀 몰랐다. 이번에 세번째 이야기가 출간될 예정이라 한다. 일본에서는 5권까지 출간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5권까지 차차 출간되지 않을까? 이번에 재출간이 되면서 전에는 없던 이야기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고양이 '사장님'의 시점의 이야기가 바로 그 추가본이다.

버리자니 안될 것 같고, 가지고 있자니 애매한 물건에 담긴 추억까지 고스란히 보관을 해주는 보관가게가 있다. 물건을 맡기러 오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어려주는 성실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매일 같은 자리에서 손님들을 맞이해 주는 도오루의 보관가게가 바로 그곳이다. 에필로그까지 총 6가지의 이야기들은 독특하게도 도오루의 주변에 있는 물건과 고양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인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따뜻하고 감성적인 내용이 충분하게 전달된다. 내가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 인간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꽤 신선한 전개다.

사람들마다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도오루의 보관가게를 찾았고, 도오루는 이유불문, 원하는 기간만큼 어떠한 물건이라도 하루 100엔이라는 금액에 맡겨주었다. 어렸을 때 사고로 앞을 보지 못하는 도오루였기에 손님들은 더 안심하게 맞겼던 걸지도 모른다. 기억력이 좋아 목소리와 이름을 들으면 언제 어떤 물건을 맡겼는지 바로 알았다. 물건을 맡기러 온 사람들은 마법처럼 닫혀있던 마음까지 풀어냈고, 자신이 왜 물건을 맡기려 했는지를 되돌아보고 각자 해결책을 찾아냈다. 이런 보관가게였기에 고양이까지 자신의 아이를 맡기러 왔던 것 같다. 이 고양이가 '사장님'이라 불리게 되는, 보관가게의 마스코트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아무래도 도오루의 '첫사랑' 에피소드다. 첫사랑..은 너무 거창한가?! 어쨌든 도오루가 처음으로 이성에게 호감을 보였던.. 그 에피소드. 하필 결혼을 앞둔 여인이라는 점이 참 안타까웠다. '사장님'으로 인해 뭔가 달라졌을 것 같은데 그 뒷 이야기를 알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다음 시리즈에 뒷 이야기가 있을까? 몇년 후 보관가게를 다시 찾은 그녀. 어떻게 되는걸까?! 하나같이 예쁜 이야기들이라 금새 읽어버렸다. 물건에 새긴 소중함..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잊혀질만한 기억이 아님에도 어느덧 잊히고 만다. 그걸 깨우쳐주는 듯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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