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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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월 전에 '디데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이 드라마는 지진에 관한 재난 의료 드라마였는데, 지진으로 인해 전기가 끊어지는 사태들 보여주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의료기기에 의지해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고 있던 사람들이 정전으로 인해 속속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만약에 실제 생활에서 전기가 끊어진다면 우리는 얼마나 큰 타격을 입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비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도시 전체의 교통상황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의 대부분에서 컴퓨터가 사용되는 시대이다. 사이버 테러가 한 번 일어나버리면 도시 전체, 아니 나라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밀레니엄 사태 때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공포에 떨었던 것이 아닐까.

 

 

 

'블랙아웃'은 그런 발상에서 시작되는 소설이다. 2월의 어느 날, 이탈리아 북부에서 예고도 없이 시작된 블랙아웃은 전력망 네트워크를 통하여 순식간에 전 유럽을 암흑 속으로 빠뜨린다. IT 전문가인 피에로 만자노 역시 갑자기 꺼져버린 신호등 때문에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게 된다. 로마 뿐 아니라 유럽 곳곳의 블랙아웃 사태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만자노는 스마트 계량기를 살펴보고 단서를 찾아낸다. 러나 만자노는 오히려 사건을 일으킨 테러리스트로 의심을 받아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전기가 끊기면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만다.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가스, 물조차 원활히 공급되지 못한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 사고들이 잇달아 발생한다. 블랙아웃을 경험하며 공포에 빠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현실적으로 일어날 법한 모습들이어서 더욱 충격적이고 공포스럽다. 농장의 피해나 온라인상에서의 업무가 불가한 것은 그렇다 치고, 전산 마비로 교통마비는 물론이거니와 은행에서조차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해 카드 사용 불가에다 현금 인출을 제한하는 장면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진다. 요즘 수중에 현금을 쥐고 사는 사람이 얼나마 되겠는가.

 

 

"그들은 몇 시간 또는 며칠밖에 살지 못해요.

최선의 치료를 받더라도 달라질 게 없어요.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도 이 중 살아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뜻이에요.

돌봐줄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침대에 그냥 방치해놓는다는 것은 불필요한 삶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자신의 배설물에 파묻혀서 굶어 죽거나, 목말라 죽거나, 얼어 죽을 운명이에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거에요? (p. 294)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끔찍한 현실이 이 책에도 나온다. 전기의 유무로 사람의 목숨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상황. 전기가 없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일상적이고 당연하던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소설 자체의 구성도 매우 탄탄하다는 생각이 든다.

IT전문가인 만자노를 비롯하여 그의 옆집에 사는 본도니나 그의 딸, 유로폴 고위직 블라드와 그의 옆집에 사는 여기자, 전력회사 사장 등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어지지 않을 것 같던 관계가 블랙아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퍼즐처럼 짜맞춰지고 연결된다.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사건의 흐름이 매우 흥미진진하면서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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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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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작가의 전작인 '오베라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하지만 무언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베'라는 고집스럽고 특별한 남자의 이야기도 매우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엘사와 엄마, 할머니 3대의 이야기 또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7살 소녀 엘사. 학교 친구들에게는 괴롭힘을 당하고 선생님에게는 집중장애라는 소리를 듣지만 엘사는 밝고 특별한 소녀이다. 남들과 조금 다를 뿐. 그런 그녀에게 할머니는 내 편이 되어주는 특별한 히어로이다. 늘 일때문에 바쁜 어머니를 대신하여 곁에 있어주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이 소설은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엘사가 전달해주면서 진행된다. 할머니에게 깰락말락 나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엘사는 현실과 환상 사이를 여행한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롧힘을 당하면서도 엘사가 당당하고 밝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내 편이 되어주는 할머니의 존재 덕분이 아니었을까.

 

 

"기다리는 사람더러 편지를 전해줘. 받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이 할미가 보낸 거라고 하면 돼. 할머니가 미안하다면서 안부 전해달라 했다고."

 

어느 날 할머니는 엘사에게 보물찾기 임무를 주고는 그녀의 곁에서 사라진다. 엘사는 숨겨진 편지를 찾아서 그 주인공들을 찾아가 할머니의 편지를 전해주고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같은 빌라에 살면서도 자주 교류할 없는 게 현대인들의 생활이 아닐까 싶다. 엘사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입주민들을 찾아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듣는 과정에서 나는 엘사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사연들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서 듣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더욱 특별해지는 게 아닐까.

나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아주 어릴 적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만약에 할머니가 살아계셔서 엘사와 같은 기억을 만들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유년시절의 추억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할머니와의 추억, 할머니의 환상적인 이야기들. 그런 것들이 추억으로 남아있다면 각박한 세상을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따뜻하고 동화같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운 곳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고 찡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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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 -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각의 모든 과학
문동현.이재구.안지은 지음 / 생각의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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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늘 자기 몸에 대해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우리 몸이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움직이는지, 과학적으로 우리의 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지, '감각의 제국'은 이러한 궁금증을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살아있는 모든 것은 감각한다>에서는 우리가 외부 세계를 느끼개 하고 살아가게 하는 모든 감각을 주제로 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통각을 갖지 못하여 자신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 채 서서히 몸이 망가져가는 '무통각증' 환자의 이야기나, 유전적 질환에 의해 살아가면서 서서히 청각과 시각을 잃어 어둠 속에 갇히게 되고 마는 어셔증후군 환자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몸의 감각이 진화해 온 과정 등을 다룬다. 특히 눈이 생기게 되면서 생명체의 급격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부분은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2부에서는 <감각의 우주, 뇌>에 대해서 다룬다.

우리의 뇌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부분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작동하게 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외부의 감각을 느끼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 장에서는 청각 장애인이 예민한 시각으로 사람의 입술로 말을 읽을 수 있게 되거나, 시각장애인이 남들보다 뛰어난 청각을 갖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준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뇌의 세계이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3부에서는 <사피엔스만의 감각, 공감>에 대해 다룬다.  

사실 이 부분은 생물학적인 부분보다 심리학적인 영역이 아닌가 해서 살짝 고개를 갸웃했는데, 이 장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교감을 나누는 것이 성장과 발달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태아와 산모의 교감, 어머니와 아이의 정서적 공감이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고 대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과학적으로 우리는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세계를 느끼는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유익하고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적인 부분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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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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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해 깊이 공부하려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늘 과학에 대해 궁금하게 한다. 전문가들처럼 깊이있고 어려운 내용을 알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과학적 상식과 교양은 갖추고 싶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쉽고 간단하게 기본적인 현대 물리학에 대해 알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미드 '빅뱅이론'을 즐겨보는 나로서는 그들이 내뱉는 온갖 과학이론들이 궁금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양자중력을 전공하는 저자 카를로 로벨리가 행한 일반 강연을 묶은 책으로 현대 입자물리학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이론들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페이지수도 그리 두껍지 않고 간간히 이론에 대한 알기 쉬운 사진들도 함께 실려있어 과학의 초보자들이 물리학에 입문하기 좋게 만들어진 책이다.

 

강연의 시작은 아무래도 현대 과학의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시간과 공간이 휘어질 수 있다는 것, 시간이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서 밝혀내었다.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우리 주변의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 즉 양자에 대한 이론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는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서 의견충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 이 두 가지가 현대물리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론이라고 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참 복잡하면서도 아직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는 우주의 탄생인 빅뱅이론과 우주의 팽창, 블랙홀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주고 있다. 우주의 신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데, 이 책에서는 그런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가볍게나마 풀어주고 있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열역학, 빅뱅이론, 블랙홀.....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것들 투성이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알고 싶은 부분들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이 이론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는 보장하지 못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은 뒤에도 더욱 궁금해지고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확실히 세상을 이해하고 과학을 보는 눈이 한층 성장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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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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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점차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소외되고 고립되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소설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은 그런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예전에 보았던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를 다시 한 번 떠오르게 만든 그런 소설이다.

 

이 글의 주인공 빌리는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로, 광장공포증으로 10년이 넘도록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신경쓰이는 일이 생긴다. 그는 매일같이 아파트 현관 앞에 나와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전까지 계단에 앉아있는, 위태로워 보이는 소녀 그레이스에게 말을 걸게 된다. 소녀는 '엄마가 집에 있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뜻밖의 말을 한다. 약물중독에 빠져 집밖에서 나오지 않는 엄마. 보호자의 보살핌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이의 어린 소녀는 자신의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소녀는 왜,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내가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예요."

 

사실 뉴스를 보면 이웃에 사람들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은채 극단의 상황까지 가는 가정이 많다. 아동학대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뉴스가 그렇고,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했다는 기사가 그렇다. 그레이스 역시 그런 것을 알기에, 스스로 용기를 내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소녀의 용기는 점차 아파트 주민들을 바꾸어나간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킨 채 고독하게 살아가던 아파트 주민들은 그레이스로 인해 점차 스스로를 이웃에게 내보이게 된다. 어린 소녀의 눈을 빌어 외면해오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데에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희망적이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뉴스가 TV에 나올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까, 저 지경이 될 때까지 이웃들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나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나 알고 있나 하는 반성도 생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외롭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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