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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평점 :
크리피(creepy): (공포로 인해) 온 몸의 털이 곤두설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
제목부터가 섬뜩한 소설 크리피. 일본 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기대와 함께 긴장감을 가지고 책을 열었다.
주인공인 다카쿠라는 범죄심리학자이다. 평범한 동네에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던 그에게 고등학교 동창생이자 형사인 노가미가
찾아온다. 그 이후 그의 주변에서 무언가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옆집에 살고 있는 미오라는 소녀가 찾아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고백한다. 자신을 찾아왔던 고등학교 동창 노가미는 행방불명이 된다. 그러던 와중에 앞집에서 방화살인까지 일어난다.
평범하던 일상이 기이하게 틀어지기 시작한다. 미오라는 소녀의 말이 신경쓰여 옆집 남자를 주시하자 무언가 위화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방화살인이 난
앞집에서는 의문의 시체 1구가 더 나온다. 게다가 그 시체는 행방불명되었던 노가미이다. 점점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와중에 다카쿠라는
사건에 휘맒리면서 점차 배후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동창생의 행방불명, 방화살인, 옆집 소녀의 고백. 연관이 없어보이는 사건들이 옆집에 사는 남자를 중심으로 한 점으로 연결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어.' 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책을 읽으면서 내 옆집에 누가 살더라 생각을 떠올려보자 의외로 얼굴은 고사하고 어떤
사람인지조차 떠오르지 않아 오싹했다. 소설 속의 일이 내 주변 현실이 되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보는 눈이 몇이나 있는데. 이웃사람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일을 설마하니 눈치 못채겠어?' 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소설은 말 그대로 소설이라고 흘려넘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내용을 그냥 흘려넘기지 못하고 크리피(creepy)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사회로 변하고 이웃에 대한 관심들이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옆집에 범죄자가
살고 있다고 한들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 소설이 더욱 오싹하고 기이한 이유는 마지막 반전에 있다. 이 소설에서는 사람에 대한 증오와 악의가 사이코패스같은 변태범죄자에게만 있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우리 이웃에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뒷모습이 숨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매일 마주하는, 혹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면이 어떨지 몰라 더욱 기분나쁜 것이다. 사람을 믿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나 크리피한 일이 많은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