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이야기 - 1992년 제3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가노 도모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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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스터리물을 좋아한다. 다양한 종류의 미스터리를 좋아하지만 '소소한 미스터리', 이른 바 '시체 없는 미스터리'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가사사키 중고매장이나 나미야 잡화점,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더 예전으로 가면 도쿄밴드왜건 등....

가노 도모코의 '일곱 가지 이야기'는 그런 미스터리의 뒤를 잇는 일상 미스터리이다.

주인공은 19세 소녀 이리에 고마코. 우연히 서점에서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하고 책 표지에 끌려 충동적으로 구입한다.

책을 읽고 난 후 고마코는 책의 작가에게 난생 처음으로 팬레터를 쓴다. 그런데 그녀가 쓰는 팬레터는 그냥 '사랑해요!' 가 아니라 자기 주변의 일상에서 일어난 조금 독특한 사건들을 책 속 에피소드에 연결시킨 것이다. 마치 작가에게 문제를 내듯이... 그리고 뜻밖에도 작가에게서 해결편에 해당하는 답장이 온다.


이 책에는 '수박주스의 눈물', '모야이의 쥐', '한장의 사진', ' 버스 정류장에서', ' 1만 2천 년 후의 직녀성', '하얀 민들레', '일곱 가지 이야기'. 총 일곱편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넘길 수 있는 사건들을 주인공 고마코는 어떤 '촉'을 가지고 바라보는 듯 하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작가. 독특하면서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케미다. 그리고 일곱 가지 에피소드가 끝난 뒤에 또 다른 재미를 덧붙여준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이 책에서처럼 뭔가 이상하다 싶은 수수께끼들이 하나 둘씩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볼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살인사건'이나 거창한 '트릭'이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다. 이야기 전개 도중에 만난 낯가림 심한 소녀 마후유나 친구들을 대하는 고마코의 태도에서 인간적인 매력도 느껴지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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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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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유키코 충격의 데뷔작'에 '에로틱 스릴러'라는 책소개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책은 가독성이 매우 좋았다. 사건의 흐름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갔다.

게다가 중간중간 나오는 19금 장면이 한 몫 했을지도 모른다ㅋ


책의 제목이자 사건의 중심에 있는 '고충증' 은 기생충인 촌충의 알을 사람이 먹게 되면서 피하조직이나 근육조직에 자리잡게 되어 일으키는 증상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기생충에 감염된 채 목숨을 잃은 사람들, 또는 주인공인 마미가 기생충 감염으로 의심되는 이상증상을 겪는 부분에서 그 묘사에 내 몸이 다 간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요즘은 기생충 감염이 거의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얼핏 여주인공의 불륜과 욕망에 사로잡힌 무분별한 성생활 때문에 기생충 감염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사건 전개가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해서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기생충 감염 증상으로 기이하게 죽어가는 남자들. 정신착란 증상을 보이다 사라진 마미.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의 딸. 그녀의 이복동생 나미와 남편의 관계. 마미의 어린시절에 관련된 경험. 그러더니 관계된 인물들이 더욱 확산된다. 마미와 같은 맨션 스카이헤븐에 사는 주민들. 나미의 남편과 그의 팬이라는 소녀... 그들 사이에 얽힌 관계들이 밝혀질 때마다 사람들의 추한 이면이 하나들씩 드러난다. 불륜, 무분별하고 비정상적인 성행위, 질투와 음모......  처음에는 그저 야하고 자극적이기만 한, 선정적인 책이 아닌가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졌다. 그럼에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것에 '네거티브 엔터테인먼트'라는 장르인건가 싶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영화 '연가시'를 떠올렸다. 딱 그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연가시보다는 더 무게감있고 인간 내면에 대해 깊이 들어가는 책인 것 같다. 어쨌든..... 한동안 '고충증' 후유증으로 온 몸이 가려운 것 같은 착각과 구충제를 사서 복용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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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뛰어넘기 5 - 강화도 조약부터 광복 이전까지 한국사 뛰어넘기 5
송영심 지음, 민소원.정인하 그림 / 열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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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그에 따라 불거지는 역사의식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각종 공무원시험이나 국가시험에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반드시 포함될 정도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사를 배우고 이해해 나가야 할 아이들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깉다. 초등한국사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아이들이 한국사에 관심을 갖지 않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역사는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초등한국사 교육과 관련된 책들, 혹은 만화들이 기존에도 많이 나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일단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그림책 같은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딱딱하다는 인상이 덜한 느낌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선생님, 또는 할아버지가 어린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 점 역시 아이들이 이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딱딱한 설명보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문체가 아이들에게 더 친근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 본문에는 연도별, 시대별 중요한 사건들마다 장을 나누어놓고 각 장을 연표 형식으로 나타내주어 각 장의 시작에 나와있는 연표만 보아도 전체적인 흐름은 잡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한국사 뛰어넘기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칠 일이 있으면 연표를 그려주고 설명해주는 편이다. 그렇다고 연표를 외우라고 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역사에 접근시키는데, 이 때 이야기를 길게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사건 간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한국사 공부를 할 때 그런 식으로 접근하도록 가르치는 편이어서 각 챕터마다 나와있는 이 연표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사건간의 인과관계를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중간중간 만화나 사진 등을 활용하여 중요하게 봐야 할 주제들을 자세하게 설명해놓은 점도 좋았다. 아무래도 글로만 읽는 것보다 그림, 사진, 만화 등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주제를 익히는 것이 아이들의 기억에도 더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나와있는 사진자료나 그림, 삽화들은 아이들이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혹시라도 역사 공부를 해야 할 초등학생 어린이들에게 초등한국사와 관련된 한국사책추천을 할 일이 있으면 이 책을 우선적으로 후보에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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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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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creepy): (공포로 인해) 온 몸의 털이 곤두설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

 

제목부터가 섬뜩한 소설 크리피. 일본 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기대와 함께 긴장감을 가지고 책을 열었다.

 

주인공인 다카쿠라는 범죄심리학자이다. 평범한 동네에서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던 그에게 고등학교 동창생이자 형사인 노가미가 찾아온다. 그 이후 그의 주변에서 무언가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옆집에 살고 있는 미오라는 소녀가 찾아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고백한다. 자신을 찾아왔던 고등학교 동창 노가미는 행방불명이 된다. 그러던 와중에 앞집에서 방화살인까지 일어난다. 평범하던 일상이 기이하게 틀어지기 시작한다. 미오라는 소녀의 말이 신경쓰여 옆집 남자를 주시하자 무언가 위화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방화살인이 난 앞집에서는 의문의 시체 1구가 더 나온다. 게다가 그 시체는 행방불명되었던 노가미이다. 점점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와중에 다카쿠라는 사건에 휘맒리면서 점차 배후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동창생의 행방불명, 방화살인, 옆집 소녀의 고백. 연관이 없어보이는 사건들이 옆집에 사는 남자를 중심으로 한 점으로 연결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어.' 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책을 읽으면서 내 옆집에 누가 살더라 생각을 떠올려보자 의외로 얼굴은 고사하고 어떤 사람인지조차 떠오르지 않아 오싹했다. 소설 속의 일이 내 주변 현실이 되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보는 눈이 몇이나 있는데. 이웃사람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일을 설마하니 눈치 못채겠어?' 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소설은 말 그대로 소설이라고 흘려넘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내용을 그냥 흘려넘기지 못하고 크리피(creepy)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사회로 변하고 이웃에 대한 관심들이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옆집에 범죄자가 살고 있다고 한들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 소설이 더욱 오싹하고 기이한 이유는 마지막 반전에 있다. 이 소설에서는 사람에 대한 증오와 악의가 사이코패스같은 변태범죄자에게만 있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우리 이웃에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뒷모습이 숨어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매일 마주하는, 혹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면이 어떨지 몰라 더욱 기분나쁜 것이다. 사람을 믿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나 크리피한 일이 많은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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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로 읽는 365일 오늘의 역사 : 상반기 일러스트로 읽는 365일 오늘의 역사
박상철 지음 / 북오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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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와 생일이 같거나, 나와 연관된 날짜를 공유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반갑다. 같은 날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친금함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매우 흥미로웠다. '365일 오늘의 역사'. 게다가 '일러스트'까지 친절하게 첨부되어 있다.

이 책은 역사적인 주요 사건을 날짜별로 수록해놓아서 몇 월 며칠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쉽게 해 놓았다. 작가가 어느 일간지에 4년간 연재했던 내용을 엮은 책이란다. 아마도 그래서 그 날짜에 맞는 사건들을 찾아 엮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한 일자에 1건에서 4견 정도 주요 사건이 실려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언제 일어났는지 그 날짜에는 전혀 무관심한 사건들이 실려있어 새삼  1863년 1월 1일, 링컨이 노예해방 선언을 한 것처럼.

'연도별'이 아니라 '날짜별'이라는 것이 참신했다. 보통 우리가 역사나 세계사를 배울 때에는 그 사건이 일어난 연도를 중심으로 공부하기 마련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임에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아...이게 이 날짜에 일어났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 느낌이랄까.

 

주로 인물에 관한 내용이 많이 실려 있다. 사망과 출생에 대한 내용과 함께 그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를 친절하게 적어놓아서 이해하기도 쉽고, 이름만 알고 있던 역사적 인물의 얼굴도 새삼 확인하게 되어 좋았다. 나같은 경우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작가들의 이름을 그의 작품을 통해 여럿 알고 있는데, 얼굴은 의외로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아, 그 책! 그 작가가 이런 얼굴이었구나.' 하면서 새삼 확인하고 감탄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어제 4월 1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펼쳐보았다. 아쉽게도 장국영 사망에 대한 내용은 실려있지 않았다. 4년 간의 작업의 결과물이라 모든 역사적 사건이 실려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내 생일은 8월이어서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내 생일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은 확인할 수 없었다. 기회가 될 때 하반기도 사서 읽어보고 내 생일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한 번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읽으면서 역사적 상식을 쌓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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