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기도 - 우리가 잃어버린 하늘 권능을 되찾는 기도
손기철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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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주일학교에서 받은, 사무엘이 두 손을 예쁘게 모으고 그 초롱초롱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그림을 빼앗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기도에 대해서는 평생 해도 더 알기 어렵고 신비해서 피조물인 인간이 하는 말은 그다지 미덥지 않았다. 그래도 기도에 대한 책들은 꾸준히 <5만번 응답받은 조지뮬러의 기도비밀> <아내의 기도로 남편을 돕는다> <중보기도><4차원의 영적세계>  등 지금까지 수 십 권이 넘는 기도에 관한 크고 작은 책들을 읽어 왔다.

 

하지만 동생이 교회에서 받은 상을 강제로 빼앗아 내 것으로 간직하는 이런 모순된 인간성은 아직도 기도를 통해 그리 크게 변화된 것 같지 않다. 내가 기도를 하는 이유는 소원을 빌기 위해, 죄 사함을 받기 위해, 혹은 하나님의 뜻이 세상에 이루어지길 소망하기 때문에 하기도 하지만 더 주된 이유는 하나님께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는 어린아이가 장에 갔다 오시는 어머니 손에 맛있는 과자 한 봉지가 먹고 싶어서 어머니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딸의 이름을 사랑스럽게 부르시는 어머니 곁에서 그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고 편안해서 붙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기도가 피조물이 일방적으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향해서 더 강하고 높이 활을 쏘듯 쏘아 올리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성 앞에 서서 내 힘으로는 어림도 없지만 내가 왔으니까 그 닫혀 있는 성문을 열어달라고 아버지를 부르는 것과 같다. 기도를 시작한 처음엔 내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했다. 하지만 이 <왕의 기도>의 손기철장로가 경험한 것과 비슷한 일들, 내 의식이 만들어낸 문장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말들이 내 입에서 술술 나오는 신비한 일을 경험한 후로는 훨씬 더 듣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손기철장로는 치유의 은사를 받은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를 만나고 오신 어머니에 의한다면 확신에 가득 찬 사람이며 매우 매너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지 않은 사람을 치료해주겠다며 억지로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도 그가 사람들을 어떤 심정으로 치료하는지, 아니 하나님께 병인들의 나음을 위해 어떤 심정으로 구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저를 일으키시리라. 혹시 죄를 범하였을지라도 사하심을 얻으리라.(약 5:15) 그는 하나님께서 고치시리라는 믿음을 갖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도 책에 설명한 것보다 훨씬 더 깊고 크게 알고 있음을 느꼈다. 사실, 책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대한 설명이 다소 모호하면서 추상적인 것이라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직접 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긴, 어떻게 형이상학적 기도에 대해서 똑 부러지게 벽걸이 TV 매뉴얼 식으로 설명이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서 기도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왕의 기도는 종전의 ‘주시옵소서, 도와주시옵소서’ 신하가 왕에게 간청하는 식의 기도와 달리 왕이신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역시 그 왕권을 가지고 세상을 쥐고 흔드는 악의 세력에게 명령하는 기도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며 용기 있는 결단이다. 병마와 싸우고 있을 때에도 ‘고쳐주시옵소서’란 기도는 하나님께 드리지만 ‘나를 약하게 만들고 상하게 만드는 이 악한 세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물러가라!’ 라고 명령하는 것은 자연적인 질병이 아닌 악의 대장인 마귀에게 행하는 것이란 점에서 분명히 그 차이가 있다. 대개는 신자들이 병에 걸렸을 때 일차적으로 병원에 갔다가 그것도 별 효력이 없으면 다음으로 목사에게 가서 기도를 받기 원한다. 그런데 왕의 기도는 목사만 할 수 있거나 치유의 은사를 받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도이다.

 

다만 어려운 점은, 실제로 보이지도 않고 의식도 되지 않는 허공에 뜬 착각같은 악의 세력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나가라! 물러가라!’ 라는 식의 민망하고 쑥스러운 명령을 하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혼자서 기도할 때가 아니라 여럿이서 기도한다면 감히 입 밖으로 소리도 못 낼 신자가 태반일 것이다.

그런데 책에 손기철장로는 반드시 소리를 내어 외치라고 썼다. 이유가 무엇일까? 속으로 대적기도를 해도 마귀는 떠나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하나님의 능력에 반도 의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은 우리가 그 이름으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갈보리산에서 피 흘려 죽으신 십자가사건을 기억하신다. 예수그리스도의 핏 값으로 구원에 이른 우리가 그 이름으로 기도할 때 우리의 정성이 하늘에 닿아서가 아니라 그 아들의 이름 때문에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신다. 마찬가지로 마귀 역시 그 십자가사건의 패배를 기억하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권세 앞에 무릎을 끓는 것이지 우리의 믿음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사실, 많은 기도를 주제로 한 간증집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의 <4차원의 영적세계>인데 주로 응답받은 각 사례별로 되어 있어서 읽기도 쉽고 재미와 흥미까지 굉장한 책이다. 그에 반해 이 <왕의 기도>는 사례도 들어 있지만 인간의 입으로 기도를 설명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그래서 좀처럼 쉽지 않고 오히려 응답의 비결을 알려주겠다는 것인지 아닌지가 애매하게 들린다. 문제와 병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방법을 하나님으로 부터 이끌어 내겠다는 사람에겐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대신 하나님이 누구시고 왜 기도에 응답하시는 지, 그리고 에수 그리스도가 다만 2천년 전에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일만 하신 분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서 우리의 기도에 어떻게 역사하고 계신지, 그 기도시간을 통해 교회에서도 알려주지 않은 깊고 놀라운 내가 느끼는 은혜를 체험하고 싶은 이에게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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