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콤한 상자/작은 집이 좋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나의 달콤한 상자 - 앤틱 샵에서 찾아낸 달콤한 베이킹 레시피
정재은 지음 / 소풍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그녀는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후 그래픽 디자이너로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일을 하며 우연히 어떤 남자를 알게 됐고, 그 남자와 결혼해 현재는 뉴욕 브루클린의 100살이 넘은 오래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의 그는 그녀에게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책을 선물한 첫 번째 남자친구였다. 게다가 그녀의 그는 요리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다. 단 거를 좋아해서 군것질 거리를 입에 달고 살던 그녀가, 그를 만나면서 맛있는 걸 먹는 즐거움에서 만드는 즐거움으로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녀가 그의 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미국의 깊은 곳까지 찾아갔을 때, 그의 아버님은 직접 만든 디저트를 식사 후 한 조각 건네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셨다.
 

 그녀는 그와 결혼한 후 미국에서 살며 앤틱 가게며 벼룩 시장을 자주 들리게 됐다. 중고 요리책만 파는 서점도 자주 들렸는데, 그런 방문을 통해 그녀는 오래된 베이킹 레시피를 접하게 됐다. 손으로 직접 쓴 레시피 카드며, 그런 레시피들이 가득 담긴 레시피 상자며, 오래된 베이킹 책까지. 그것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직접 구워내며 그녀에게도 자신만의 레시피 상자가 생겼다. 손으로 직접 쓴 레시피를 선물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사람들은 스스럼 없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레시피를 손으로 직접 써서 나눠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 역시 누군가에게 디저트를 선물하며 자신이 직접 쓴 레시피를 선물하게 됐다. 그녀가 그와 결혼해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얻게 된 습관인 셈이다.

 

 처음에는 영어 레시피를 읽는 게 쉽지 않았다. 그녀의 영어 실력은 평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어 사전을 옆에 두고 레시피에 나온 단어들을 하나하나씩 찾아가며 시작했다. 물론 이제는 도가 터서 한 눈에 슥 봐도 레시피를 읽어낼 수 있게 됐지만 말이다. 그녀는 새 레시피를 받으면 세 번 도전해본다고 한다. 첫 번째는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료나 분량을 조금씩 바꿔가며 만들어보고, 그렇게 만든 게 만약 맛이 없다면 마지막으로 다시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녀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녀는 책을 준비하는 동안, 만들어진 빵이나 과자, 케이크, 쿠키 등을 처리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그녀와 그로 구성된 그녀의 가정은 그 많은 것들을 다 먹어낼 수가 없었으니까. 물론 만들어진 건 사진 촬영이 끝난 후, 가까운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포장되어 선물됐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그래서 고민고민한 끝에 근처 요양소에 매일 만들어진 디저트들을 가져다 드렸고, 그것도 여의치 않아지자, 그녀가 사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했는데, 다행히도 그들이 매우 기쁘게 받아줬다는 거. 심지어 자신의 취향까지 밝히면서 요구사항을 덧붙였다고 하니, 그녀의 레시피가 가다듬어지는데는 그 분들의 공헌이 컸을 거란 생각이 든다.

 

 342쪽이나 되는 책에 가득한 레시피와 사진, 그녀가 얌전하게 풀어 놓는 이야기들을 읽고 보다보면 코 끝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나는 거 같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런 생각을 한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한 명 있었으면. 뭐, 어쩔 수 없지.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으면 내가 주변에 그런 사람이 될 수밖에. 그때 참고서는 이 책이 좋겠지. 두툼해서 골라 만드는 재미도 있을 테고. 뭔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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