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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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은 스웨덴의 오래된 시골마을로 세 개였던 학교가 하나가 될만큼 쇠퇴해가는
곳이다. 이 마을의 유일한 자부심은 전국 4강에 오를만큼 강력한 하키팀이다.
베어타운 하키팀의 단장인 페테르는 선수시절 준우승으로 이끈 주인공이었고 캐나다 하키팀에
스카웃되어 아내인 마리와 캐나다에 살다가 고향인 베어타운으로 귀환하여 열 다섯 딸 마야와
열 두살 아들 레오와 함께 살고 있다.
베어타운은 준결승을 앞두고 있는 주말 경기때문에 술렁이고 있었고 어린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베어타운 하키팀을 이끌고 있는 천재 소년 케빈이 우승으로 인도할거라고 믿고 있다.
케빈은 베어타운에서는 드문 부잣집 아들로 완벽주의자인 아버지와 바쁜 사업가 엄마때문에
독립된 삶을 살아왔고 오직 그의 절친 벤이가 그의 곁에서 의지가 되어주고 있다.

                


쇠락해가는 마을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희망인 하키팀에 대한 기대는 도를 넘어서 광기에
가까웠고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긴장감으로 폭발직전에 이른다.
할로출신으로 난민 출신의 소년 아맛은 하키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나라에서 태어난데다
자그마한 체구때문에 하키에 적합한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스링크를 청소부인 엄마와 함께 링크를 청소하고 하루 1시간 온전히 자신만의
링크에서 하키를 연습하는 열혈소년이다. 그의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직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지만 준결승을 앞둔 어느 날 수석코치인 수네에 의해
발탁되기에 이른다.

가족도 없이 오직 하키에만 인생을 바친 수네는 이제 퇴물취급을 받고 사퇴압박에 이른다.
수네의 지도로 뛰어난 선수가 되었던 페테르 단장은 구단의 압력으로 수네에게 사직 통보를
해야한다. 하키 결승전이 끝나는대로.

                


케빈의 부모와 몇몇 후원자들은 하키팀의 존폐여부가 이번 경기에 달렸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후원이 끊기면 베어타운의 곰들은 숲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결국 준결승에서 신예 아맛의 활약으로 결승진출에 성공한 베어타운의 하키팀은 케빈의 집에서
거나한 파티를 즐기게 되고 그 날 밤 사건은 일어난다.
발칙한 호르몬의 분출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렬한 시기에 케빈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마야를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아맛에게 들킨다.

이제 소설은 하키팀의 결승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에서 성폭행사건으로 전환되면서 진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실날하게 보여주게 된다.

베어타운의 영웅인 케빈이 절대 가해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마을 주민들은 피해자인 마야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부치고 마야의 집에 테러를 가하기까지 한다.
유능한 변호사인 마야의 엄마 미라는 쓰레기를 내놓으러 밖에 나갈 때 친절하게 커피를 권하던
이웃들이 문을 열지 않고 증오의 눈빛으로 바라보는것에 절망하게 된다.

지금 한창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투'운동이 겹쳐진다.
'혹시 니가 여지를 준거 아니야?'
용기를 갖고 진실을 말한 마야에게 쏟아지는 비난들은 열 다섯의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다.
페테르는 이제 하키팀의 단장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고 케빈을 법정에 세우려한 미라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케빈을 보고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우리보다 훨씬 공정할 것 이라고 믿었던 선진 국가에서도 이런일들이 일어나다니.

사건을 목격했던 아맛은 가난한 엄마를 치료해주고 새로운 직장을 얻게 해주겠다는 케빈의 아버지의
회유에 흔들리고 결승에 참가할 수 없게된 케빈의 부재로 우승이 죄절된 하키팀의 선수들과
마을사람들은 마야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서 마녀사냥에 나선다.

                


진실을 아는 몇 몇 사람들만이 분연히 일어난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겠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다.
첫 장면에서 등장한 쌍발 산탄총을 들고 등장한 십대 청소년이 누군가의 이마를 겨누는
장면이 끔직하게 느껴졌다면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 법으로 단죄되지 못한 벌은 어떻게
정리되어야 하는지 독자 스스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되묻게 된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글들은 늘 진실을 향한다. 그리고 유머스럽게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만은 긴 한숨이 남는다.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불행한 외톨이의 비겁한 모습과 그런 아이를 만들어낸
부모. 용기를 내어 진실을 말하지만 무수한 돌멩이에 상처받는 소녀.
분명 사건이 일어났지만 모두 제각기 이기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진실을 보려하지 않는 대중들.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의 깊은 상처들. 그나마 정신차리고 그들을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는 의인들.

세상은 진화해도 여전히 이런 사건과 인간들은 전멸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보고서처럼 글을 써서 알려야 한다. 프레드릭 베크만이라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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