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 - 작가의 마음과 편집자의 눈으로
최은영 지음 / 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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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편집자로 오래 일하다 지금은 글을 쓰고 있는 작가님의 책이다. 아무래도 편집자와 작가의 입장을 모두 겪어봐서인지 실무에 쓸 수 있는 조언과 팁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림책이라고 하면 아동용 책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많은 독자를 품을 수 있는 책이다. 어른은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오래 전 읽었던 그림책을 다시 찾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사실상 아이만을 위한 그림책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그만큼 영향력이 커서일까, 그림책을 즐겨보지 않았던 나도 우리 나라의 그림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책 제목이 몇 권씩 있을 정도로 그림책의 위상이 커졌다. 그렇다면 이런 호기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림책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 것일까?



'그림책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제목처럼 작가님은 그림책이라는 장르 특징을 설명하는 것부터 영감을 얻고, 내용을 작성하거나 그린 이후 투고하고 출간하는 과정까지 다루고 있었다. 기능적인 방법론은 아니지만 그림책을 어떤 마음으로 쓰고, 어떻게 출간되어 세상으로 나오는지 알 수 있어서 그림책 쓰기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의 내용 중간중간에 있었던 편집 노트와 창작 노트는 이미 출간되어 있는 그림책의 편집과 구상과정 등이 나와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 밖에 작가님이 추천하고 있는 그림책도 상당히 많아서 궁금한 책들은 하나씩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시로 든 그림책이나 추천하고 있는 그림책들은 대부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니 더더욱.



책 속에서 말하는 '그림책'이란 그림 없이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니 그림과 글과 유기적 관계로 절대 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그림책이다. 그렇다면 그림책 작가는 글만 혹은 그림만 그릴 수는 없을까? 이것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고 작가님은 말한다. 의외로 그림책을 투고하는 데 글만으로도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글에 가능성이 있다면 그림 작가를 출판사에서 찾아줘서 출간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때문에 그림책 페이지수를 따져 페이지를 전략적으로 구성하고, 말과 글 느낌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 제일 궁금했던 것이 그림책의 소재는 어디서 구할까였는데 이것 또한 자신의 주변 경험에서, 혹은 주변사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설정하고 구상할 수 있다고 한다. 배경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살아있는 그림책이 되면 훨씬 더 생동감 있어진다. 거기에 더해 독자층을 세부적으로 쪼개서 타깃도 잘 설정해야 그 타깃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기 좀 더 쉬워진다고 하니 그림책이라고 쉽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어도 최대한 압축해서 표현하고, 그림과 잘 어우러질만하게 써야하며, 뒷 내용이 궁금하게끔 해야하기도 한다. 게다가 하나의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아무리 짧아도 1,2년 길게는 10년도 걸린다고 하니 만만치않은 작업인 셈이다.



원래 그림책을 잘 읽지 않는 편이었지만 종종 눈에 띄면 읽고 있는 요즘, 그림책의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내용전달력에 새삼 놀랐었다. 내가 어렸을 때 보던 동화들은 안데르센이나 그림형제 같이 많은 사람들이 알던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기상천외하면서도 상상력이 가득한 창작 그림책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어른의 눈으로 봐도 재밌는 내용,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혹은 아이디어가 재밌다라는 그림책이 눈에 많이 띈다. 책 속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떤 한 문장이나 어떤 한 장면의 묘사가 마음에 들어 들여다 본 경험이 있기도 했고 말이다. 이런 그림책들을 읽고 자랐다면 좀 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어쨌든간에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림책, 그런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가 된다는 사실은 분명 매력적임이 틀림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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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 자부심을 가져요. 당신은 특별해요
신시아 L. 코플랜드 지음, 김선영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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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 사진이 가득했던 책이었다. 고양이가 삶을 살아가는 걸 보면서 고양이와 인간이 삶을 바라보는 차이를 인간관점으로 풀어놓은 책이라고 해야할까.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를 고양이의 모습부터 귀여운 모습까지 고양이에 푹 빠져있는 저자의 시선이 책에서 잔뜩 느껴졌다. 제목부터 '고양이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인 만큼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이상해 보이는 고양이의 행동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끔 유도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때문에 짧지만 기억에 남는 문구들 덕분에 독일, 일본 등 5개국어로 번역되어 2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이해되었다. 무엇보다 사진이 대부분이라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서 힐링되는 점도 좋았고, 다음엔 어떤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되기도 했다.


137개의 고양이 사진과 함께 수록된 문구들은 고양이처럼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잘 알려주고 있다. 뻔히 예측되는 것보다 일부러 특이한 것을 선택하는 모습에서는 발전이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이 익숙한 패턴을 깰 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쌀쌀맞아보이는 모습에서는 고독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신나게 노는 모습에서는 우리가 뭔가를 하는 이유 중 가장 좋은 것은 그냥 재밌어서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사진과 함께 수록된 부분의 문구를 보면 미소가 지어지고, 귀여운 사진이 많아서 책도 즐겁게 볼 수 있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물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간간히 특별한 고양이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책의 영감을 준 작가의 고양이 '피비'부터,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 다람쥐원숭이의 엄마가 되어준 고양이 '로진카',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곰을 나무위로 쫓아보낸 고양이 '잭', 알래스카 탈키트나 시에 명예시장으로 일하고 있는 고양이 '스텁스' 등 흥미진진한 고양이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 밖에 고양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여행 Tip이나 반려동물 치료를 위한 훈련을 시킬 수 있는 고양이의 조건 같은 것들도 있어서 쏠쏠한 재미도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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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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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과 형사가 한 지붕 밑에서 산다? 이 믿기 힘든 일이 소설 ‘철수 삼촌’에서 일어났다. 기러기 아빠로 가족들과의 영상통화만이 낙이며 교육비를 대느라 사채까지 손을 대 수십억 빚을 지게 된 형사 두일. 그러던 어느날 두일은 자신에게 빚독촉을 온 사채업자 사장을 밀어 넘어뜨려 죽이게 된다. 실수 한번에 감옥에 가게되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한 두일은 갓 형사로 부임했을 때 해결하지 못한 연쇄살인사건을 떠올린다. 사채업자 사장의 시신을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처럼 꾸며 유기한 두일. 하지만 고비를 넘겼다는 두일의 생각과 다르게  수사망이 좁혀오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간 사채업자 사무실에 진짜 연쇄 살인범 철수가 나타나며 일이 꼬인다. 철수는 자신이 머물 곳이 필요하다며 두일에게 함께 살 것을 요구하고, 두일은 어쩔 수 없이 철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28살이라는 철수는 두일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다. 자신의 살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철수가 두일의 가족을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불러들인 것도 그렇고, 언제 태도가 돌변해 두일을 협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한 점도 있다. 스스로 연쇄살인범이라곤 하나 깔끔한 살림솜씨를 가지고 가족들과의 여행을 주선하기도 하며 제법 아이도 잘 구슬린다. 두일은 가족들 곁에 철수가 가는 것을 질색하면서도 철수의 엄청난 프로파일링 솜씨를 보고 철수를 이용해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도 한다. 처음엔 그런 부분을 보며 가족들을 위해서라는 자기합리화로 조금씩 양심을 팔다가 자신을 잃어버린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읽다보니 좀 더 복잡미묘하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주인공격인 두일보다 철수가 더 호감형이었다. 저런 모습인데 정말로 연쇄살인범일까? 그렇다면 두일과 철수의 결말은 어떻게될까?라는 궁금함에 책을 쭉쭉 읽어나갔다. 결말은 스포일러라서 입을 다물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설의 내용은 어디로 튈 지 잘 모를 정도로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뜻밖의 일들이 나타난다. 사장의 죽음과 함께 사라져버린 사채 장부를 찾기 위해 두일을 쫓는 사채업자, 갑자기 연쇄살인범을 잡겠다고 추리하며 다니는 두일의 어린 아들 민기, 긴 유학생활에 지쳐버린 두일의 아내 수진과 딸 예지. 그들간에 얽힌 이야기들은 진지하고 무거운 것 뿐만이 아니라 개그포인트도 있어서 한번씩 톡톡 튀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어수선해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어수선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기도 하다. 사건이 결말부로 가면서 뜻밖의 진실이 밝혀지고, 두일의 캐릭터는 앞에서 쌓아왔던 것과 다르게 흐지부지해진다. 그렇다고 갑자기 몰랐던 가족애를 느끼게 된 것 같지도 않고, 부부 사이에 계속 싸우면서 정든다라는 분위기를 내는 것도 취향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때문인지 오히려 철수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더 풀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만화 속 주인공 코난도 아닌데 범인을 잡겠다고 조사하며 다니는 두일의 아들 민기 이야기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의 인물들의 뒷 이야기도 궁금했는데 먼 훗날 철수의 이야기만을 다룰 뿐 그런 부분은 더 다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간에 몰입감도 있었고 덕분에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형사와 살인범이 한 집에 산다는 독특한 소재가 궁금했던 소설이었는데 풀어가는 과정도 재밌었고, 어디로 튈 지 모르겠단 분위기도 좋았다. 읽히기도 잘 읽혔던 소설에 적당한 스릴감도 있었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모든 이야기가 시원스럽게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여름에 술술 읽어가기 좋았던 소설이었다.


어쩌면 네가 보고 싶은 것에만 의미를 부여했을지도 모르지.-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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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프로세스
칼 애스펠룬드 지음, 한정현 옮김 / CIR(씨아이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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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있다면 답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인 칼 에스펠룬드는 디자인 과정을 7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흡사 대학교재와도 같은 크기와 두께인데,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거나 디자인 과정이 궁금하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런 방식으로 굴러가는구나를 볼 수 있어서 참고하며 보기 좋았다. 중간중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야기도 있었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실전실습과 연습과제가 있어서 실무에서 각 과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볼 수도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디자이너가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 조언해주는 책이었다. 책에서 나눠둔 과정 7가지는 영감, 판별, 콘셉트 구성, 검토와 개선, 확정과 모델링, 소통, 생산이다. 이 중 소통은 어느 과정에서나 필요한 것이지만 따로 장을 구성해두었다고 했으니 실제로 디자인 과정은 6개나 마찬가지였다. 이외에 부록도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다. 디자인의 구성요소과 기본 원칙, 디자인 전공자들을 위한 참고 서적 목록,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을 1834년 이후 연대순으로 기록, 디자인 트렌드와 포스트 모더니즘, 디자인 분야에 영향을 미친 중대 사건의 연대표가 목록으로 부록도 흥미로웠다.


사실 이 책은 개정판이다. 저자는 디자인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고 2000년대 이후 온라인 기술과 모바일 기기의 급속한 발전과 다른문화의 생성, 디자인 업계에서 윤리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아졌다는 이유 때문에 개정판을 출간했다고 한다. 때문인지 이 책이 10년의 세월을 따라잡지 못한다라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오히려 디자인 실전사례 부분에서 의류, 가구와 더불어 컴퓨터 그래픽 부문인 GUI도 다루고 있어서 현대와 잘 맞는 느낌이었다.


하나의 장이 끝나면 이어지는 연습과제 부분에서는 자신만의 디자인 저널을 만들어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게 디자인 과정을 따라오길 권하고 있었다.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실전 사례를 봐도 좋고, 앞의 내용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 디자인 과정이라고 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기까지만을 다루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영감부분부터 차근차근 다루고 있어 의외이기도 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접해 흥미를 너무 느낄 수 있으므로 마감시한을 두고 적당히 진행하는 것을 권하는 부분도 재밌었다.


디자인 프로세스의 마지막 과정 '생산'에서 말하는 것처럼 프로젝트가 계획한 대로 아무 이슈 없이 순탄하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챙겨야 할 디테일은 매순간 늘어나며 하나의 솔루션에 몇 가지 새로운 의문점을 맞이하게 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 과정을 넘어가며 프로젝트의 진행 내역을 정리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프로젝트의 종결로 끝이 아니라 종결이 새로운 배움이라는 저자의 말이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디자인의 과정이 동시에 성장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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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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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을 위해 화려한 길을 걸어왔던 패션의 숨겨진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었다. 초록색을 내기 위해 비소를 사용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 이외에 툭하면 불이 붙은 크리놀린, 수은이 든 모자, 길거리에 가득한 세균을 옮기는 치렁치렁한 옷, 한 번 불이 붙으면 엄청난 고온으로 타버리는 플라스틱 빗 등등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보호의 목적보다 멋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의상들이 결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빈번했던 시대의 현실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을 위한 뒤틀린 욕망'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았던 셈이다.


책은 7가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앞서 말한 치렁치렁한 치맛자락으로 집에 세균을 끌고 들어오는 병든 옷, 수은이 든 모자를 생산하는 유독성 기술, 비소로 낸 녹색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던 독이 든 염료, 보다 나은 색을 찾기 위해 화학적인 염색을 해 건강을 해치는 위험한 염색, 늘어뜨린 스카프가 기계나 자동차에 딸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던 일, 불이 잘 붙는 소재의 옷을 입고 일을 하다가 불똥이 튀면 순식간에 사망에 이르렀던 크리놀린과 무용수가 입었던 튀튀, 마찬가지로 화염에 취약한 플라스틱 빗과 인조 실크. 책을 보면서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입고 죽을때까지 입는 옷에 이렇게 많은 위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특히 초록색을 내기 위해 비소가 사용된 것 외에도 다음으로 유행했던 보라색 염료에도 비소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자본주의 앞에 기업들은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에 눈을 돌렸다. 노동자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무시했고, 이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움직이다가 규제가 생기면 규제가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는 부분에선 진절머리가 났다. 그렇게 유독물질로 생산한 것들을 본인은 착용할 수 있었을까. 책에 수록된 사진을 통해 각종 후유증들을 앓고 있는 노동자, 실제로 착용했던 폭이 심각하게 좁은 치마, 권력층들이 꿈꾸던 패션을 보며 노동자와 권력층 사이의 격차를 더 실감나게 볼 수 있어 더 그런생각이 들었다. 분명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일임이 틀림없었다.


이렇게까지 패션을 위해 이상한 짓을 해야할까 혹은 저걸 진심으로 패셔너블하다고 생각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독한 화학적 처리를 해서 박제한 새를 모자에 붙이고, 보폭이 너무 좁아 열차에도 올라탈 수 없고 달릴 수도 없어서 마차에 치여죽고,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방화원단 대신 불이 잘 붙는 드레스를 고집하는 모습들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비단 과거의 일 뿐만이 아니라는 점 또한 놀랍긴 마찬가지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장에서 현대의 옷에 관해 말한다. 향균성 은이 함유된 소재, 즉 나노실버 입자는 피부를 통해 몸으로 침투할 수 있으며 이는 생태계에 은 함량을 높여 특히 수중 생태계에 독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이외에 '말라카이트 그린'이라고 불리는 염료가 몸에 들어오면 더 유독한 성분으로 바뀔 수 있다는데 이런 색상이 직물과 벽지에 사용되는 건 온전히 합법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 이런 류의 문제가 분명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유독성이 밝혀진 수많은 물질들처럼,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그런 물건들이 생활 깊숙히 관여하고 있을지 모른다. 때문에 비단 패션사업만 흑역사가 있을까 묻게되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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