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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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과 형사가 한 지붕 밑에서 산다? 이 믿기 힘든 일이 소설 ‘철수 삼촌’에서 일어났다. 기러기 아빠로 가족들과의 영상통화만이 낙이며 교육비를 대느라 사채까지 손을 대 수십억 빚을 지게 된 형사 두일. 그러던 어느날 두일은 자신에게 빚독촉을 온 사채업자 사장을 밀어 넘어뜨려 죽이게 된다. 실수 한번에 감옥에 가게되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한 두일은 갓 형사로 부임했을 때 해결하지 못한 연쇄살인사건을 떠올린다. 사채업자 사장의 시신을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처럼 꾸며 유기한 두일. 하지만 고비를 넘겼다는 두일의 생각과 다르게  수사망이 좁혀오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간 사채업자 사무실에 진짜 연쇄 살인범 철수가 나타나며 일이 꼬인다. 철수는 자신이 머물 곳이 필요하다며 두일에게 함께 살 것을 요구하고, 두일은 어쩔 수 없이 철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28살이라는 철수는 두일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다. 자신의 살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철수가 두일의 가족을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불러들인 것도 그렇고, 언제 태도가 돌변해 두일을 협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한 점도 있다. 스스로 연쇄살인범이라곤 하나 깔끔한 살림솜씨를 가지고 가족들과의 여행을 주선하기도 하며 제법 아이도 잘 구슬린다. 두일은 가족들 곁에 철수가 가는 것을 질색하면서도 철수의 엄청난 프로파일링 솜씨를 보고 철수를 이용해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도 한다. 처음엔 그런 부분을 보며 가족들을 위해서라는 자기합리화로 조금씩 양심을 팔다가 자신을 잃어버린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읽다보니 좀 더 복잡미묘하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주인공격인 두일보다 철수가 더 호감형이었다. 저런 모습인데 정말로 연쇄살인범일까? 그렇다면 두일과 철수의 결말은 어떻게될까?라는 궁금함에 책을 쭉쭉 읽어나갔다. 결말은 스포일러라서 입을 다물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설의 내용은 어디로 튈 지 잘 모를 정도로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뜻밖의 일들이 나타난다. 사장의 죽음과 함께 사라져버린 사채 장부를 찾기 위해 두일을 쫓는 사채업자, 갑자기 연쇄살인범을 잡겠다고 추리하며 다니는 두일의 어린 아들 민기, 긴 유학생활에 지쳐버린 두일의 아내 수진과 딸 예지. 그들간에 얽힌 이야기들은 진지하고 무거운 것 뿐만이 아니라 개그포인트도 있어서 한번씩 톡톡 튀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어수선해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어수선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기도 하다. 사건이 결말부로 가면서 뜻밖의 진실이 밝혀지고, 두일의 캐릭터는 앞에서 쌓아왔던 것과 다르게 흐지부지해진다. 그렇다고 갑자기 몰랐던 가족애를 느끼게 된 것 같지도 않고, 부부 사이에 계속 싸우면서 정든다라는 분위기를 내는 것도 취향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때문인지 오히려 철수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더 풀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만화 속 주인공 코난도 아닌데 범인을 잡겠다고 조사하며 다니는 두일의 아들 민기 이야기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의 인물들의 뒷 이야기도 궁금했는데 먼 훗날 철수의 이야기만을 다룰 뿐 그런 부분은 더 다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간에 몰입감도 있었고 덕분에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형사와 살인범이 한 집에 산다는 독특한 소재가 궁금했던 소설이었는데 풀어가는 과정도 재밌었고, 어디로 튈 지 모르겠단 분위기도 좋았다. 읽히기도 잘 읽혔던 소설에 적당한 스릴감도 있었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모든 이야기가 시원스럽게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여름에 술술 읽어가기 좋았던 소설이었다.


어쩌면 네가 보고 싶은 것에만 의미를 부여했을지도 모르지.-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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