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이숲 지음 / 예옥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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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런 책을 썼어야했다.그것이 당시대,혹은 그 직후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들이 학교에서 역사수업을 듣고 나면,혹은 티비에서라도 듣고 나면 꼭 질문을 한다. "왜 우리는 당하고만 살아야 하며,스스로 무언가를 해보지 못한 국민이냐고?" 게다가 한마디 꼭 덧붙인다."우리나라가 힘이 세져서 일본을 식민지화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아들의 푸념과 흥분에 역사를 공부한 나지만 같이 한숨쉬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아들의 논리와 분노를 잠재워 줄 딱히 마땅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이제는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면 되겠다싶어 다행이다.

 

그동안 구한말 우리나라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는 패망한 나라,미개하고 더럽고 게으른 종족이었다. 누가 우리에게 이런 편파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을까? 이런 부정적인 인상만을 남긴 메커니즘을 저자는 찾아본다. 유럽의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이방인의 눈으로 1세기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스웨덴인,영국인,독일인,프랑스인,러시아인,미국인의 시선으로.


그녀가 찾아낸 텍스트들은 꼭 부정적인 것들로만 되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호탕한 민족''선량하고 관대하며 머리가 명석한''상당히 지적이며 놀라운 이해력'을 가진 '일본인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사람''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민족이라는 글도 있었다.


인종론과 사회진화론이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원하던 시절 덧씌워진 이미지를 그들의 말로 다시 환기시켜주는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자의식에 경종을 울리며 마음속 깊은 곳에 박혀있던 자부심이 눈뜨게 한다.


특히 메켄지의 눈을 통해서 본 한국인과 당시 상황은 아무리 서구인이라도 눈감고 귀먹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압박민족보다 더 열등한 민족이 4천년 역사를 가진 민족을 동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과업이다.일본인은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반면에 한국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을 동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니라,한국인의 민족성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메켄지의 말

 

이숲은 책표지에 이 책을 쓰는 동안 우리의 정체성의 미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가슴이 뿌듯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굴욕적인 태도를 보이며 한국인의 자존심을 팔아먹는 정치인들과 정부고위관계자들에게는 걱정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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