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제목에 끌려 읽고 싶은 책이었다. 두께가 있어서 계속 미뤄왔던 책이다. 이번 독서모임을 계기로 읽었다. 술술 읽히고 책장에 여백도 많기 때문에 500p에 가깝지만 그리 부담스러운 책은 아니었다. 




  파르메니데스와는 달리 베토벤은 무거움을 뭔가 긍정적인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 같다. "Der schwer gefasste Entschluss." 진중하게 내린 결정은 운명의 목소리와 결부되었다.("es muss sein!") 무거움, 필연성 그리고 가치는 내면적으로 연결된 세 개념이다. 필연적인 것만이 진중한 것이고, 묵직한 것만이 가치있는 것이다. -p5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 매력적인 제목이다. 역설적인 제목이라 매력적인 거 같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맛이 떨어진다. 무거운 것이 긍정적인 것일까 가벼운 것이 긍정적인 것일까? '참을 수 없는' 은 부정어다. '존재의 가벼움'은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참을 수 없는'과 '존재의 가벼움'이 합쳐져서 역설적인 느낌을 더욱 풍긴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사 자기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p56


 아마 살면서 여러 선택지 중에 고민을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 때면 우리는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다. 평행우주를 들여다볼 수 없는 한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확인해 볼 길이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오직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선택은 어렵다.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p81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이란 비유가 참 멋지다. 시각적인 비유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사비나 역시 배신의 욕망 뒤에 숨어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른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것이 목표일까? 제네바를 떠나온 이래 그녀는 이 목표에 부쩍 가까워졌다. -p192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려있다는 구절, 참 통찰력있는 구절이다.



 그가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그가 원하는 바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확실한 수 있었다. -p339


 올바른 행동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되지 않을까? 



 그것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테레자는 카레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인간 한 쌍을 괴롭히는 질문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가 나를 사랑할까? 나보다 다른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가 나를 더 사랑할까? 사랑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부터 파괴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사랑)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p462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p463

 

 카레닌은 테레자가 키우는 개다. 작가는 인간과 개의 사랑과 남녀간의 사랑을 비교해서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인간과 개의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보다 낫다고 이야기 한다. 어쩔 수 없다. 진화론, 진화심리학을 가져와서 이야기하면 남녀간의 사랑과 인간과 개의 사랑은 생존과 번식에 있어서 크게 다르다. 질투와 사랑의 확인은 인간은 본성이다. 



 드디어 읽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3-05-19 1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 읽을 때와 함께 토론할 때가 다르죠!
저는 혼자 한번 그 후에 토론을 위해 다시 한 번 두번 읽었습니다.
왜 인간은 가벼움을 못견뎌 할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5-19 18:23   좋아요 2 | URL
가벼움, 무거움. 참 생각할 거리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주제 같습니다^^

내일 독서모임이 기대가 되네요ㅎ 저도 진지, 무거운 편이라ㅠ 좀 가벼워지고 싶네요ㅎㅎ

물감 2023-05-19 2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술술 읽히셨다니... 쪼렙은 웁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5-20 01:55   좋아요 1 | URL
저보다 레벨 높으신 물감님이 그런 말씀하시면ㅠㅋ

쿤데라 책 두번째 책인데 괜찮긴 한데 제 스타일은 아니네요ㅎ

페크pek0501 2023-05-19 23: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독해야 할 책으로 꼽습니다. 크게 흥미를 느끼고 읽은 게 아니라서 제가 이해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어서 말이죠. 그래도 어떤 문장은 좋아서 밑줄을 치곤 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5-20 01:57   좋아요 1 | URL
흥미를 느끼지 못하신 거면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재미가 부족한 게 아닐까요ㅎ?

전 재독은 하고싶지 않은 책입니다ㅎ 쿤데라 책도 당분간 굳이 찾아읽진 않을듯하고요ㅎ

요즘은 로맹 가리 책 읽고 싶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