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 멀쩡한 사람도 흡입하게 만드는 주당 부부의 술집 탐방기
오승훈 지음, 현이씨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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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서평]「주객전도」술맛 나는 세상의 해장 도서


 


 

주객전도 - 
오승훈 지음, 현이씨 그림/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는 술을 굉장히 못마시는데 술자리는 좋아하는 편이다. 술자리 특유의 흥청망청한 분위기와 알콜이 어느정도 들어 갔을 때 느껴지는 알딸딸한 기분이 좋아 불러주는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술자리에서 보여지는 내 모습은 또 다른 내 모습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평소에 안 좋았던 감정을 품고 있었던 사람이라도 술자리를 통해 감정을 회복하기도 한다. 술자리는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우발적이었던 계획적이었던 알콜의 인연으로 연인을 만들기도 하고 가족이 탄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자리를 고르려고 한다. 좋은 인연은 좋은 자리에서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좋은 자리란 좋은 술집이다. 「주객전도」​를 읽은 이유기도 하다.


 「주객전도」​는 <한겨례21>에서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라는 이름으로 연재된 술집 탐방기이며 자칭타칭 최고 인기 칼럼이었다. 소주 2잔이면 얼굴이 씨뻘개지는 내가 술집 탐방기를 읽은 이유는 바로 좋은 술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기자의 이름으로, 신문이라는 무대에서 연재한 최고 인기 칼럼에서 공인한 술집이라면 믿을만한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웹상에서는 블로거들을 통해 일정 보수를 주고 일명 '맛집'이라며 홍보를 부탁하는 사례가 무척 많아 진실된 고급 정보를 가려내기란 꽤 어려운 일이 되었기에 더욱 책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핵심을 잘못 짚었다. 책에서 제공하는 술집에 대한 정보는 그저 부가적인 옵션이었을 뿐, 이 책에서 정말 즐길만한 것은 기자의 훌륭한 글솜씨였다. 흔히 말하는 필력! 술집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다가 글솜씨에 반하고 가는 그야말로 주객전도였다.


 나는 평소에 기자의 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기자의 글은 대체적으로 정보 전달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글이 딱딱하고 표현이나 묘사에 있어서 인색한 모습을 보여줘 생동감을 느끼기 힘들다. 내가 잠시나마 기자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쓰면서도 느껴지는 의무적인 글쓰기에 대해 어느정도 진저리를 내고 있었다. 기자 출신이 쓴 문학 작품을 보면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주객전도」​의 오승훈 기자는 이 글의 핵심이 정보 전달이 아닌, 탐방기라는 점을 무척 잘 이해하고 글을 썼다. 문장 곳곳에서 유머가 느껴지고 단어 하나하나에서 재치가 느껴진다. 그의 아내가 벌이는 주사에 대한 표현과 묘사는 그야말로 절묘해 웃음이 절로 난다. 「주객전도」​의 글은 마치 술자리처럼 취기가 돌고 흥이 난다. 오랜만에 웃기는 도엔 형을 만나 듣기 전부터 빵! 터질 준비가 되어 있는 일명 술자리썰(?)을 듣는 느낌이다. 취기가 돌아야만 버틸 수 있는 이 벅찬 세상에서 가히 숙취를 해소해 줄 수 있는 해장 도서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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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맛 - 음식으로 탐사하는 중국 혁명의 풍경들
가쓰미 요이치 지음, 임정은 옮김 / 교양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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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평]「혁명의 맛」음식으로 알아보는 중국의 서사


 


 배가 넘치도록 가득 찬 느낌을 받을 때가 아니면 섣불리 책을 펼칠 수가 없었다. 「혁명의 맛」​에서 언급되는 음식과 요리의 과정에 대한 묘사가 무척 세심하고 뛰어나서 매번 읽을 때마다 침을 꼴깍, 하고 삼켜야 됐다. 음식의 이름도 낯설고 재료도 도대체 무슨 재료를 말하는 건지 알쏭달쏭한 요리를 보면서도 어디선가 그 요리의 향이 느껴지고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누군가 옆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이 선할 정도로 이 책은 무척 투명했다. 가쓰미 요이치의 오랜 중국 요리 연구는 이런 맛있는 책을 탄생시켰다. 


 프랑스 요리와 함께 세계 2대 요리로 꼽히는 중국 요리는, 중화 요리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무척 가까우면서도 실제로 중국의 요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오묘한 거리감이 있다. 이는 일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일본인 저자 가쓰미 요이치는 일본에서 흔히 알고 있는 중국 요리와 중국 본토에 있는 요리에 대해 자세히 술회하며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세상에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요리를 따라가다 보니 사람이 나오고 사람을 따라가다 보니 국가가 나온다. 「혁명의 맛」​은 음식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중국이라는 하나의 나라를 알아보는 흥미로운 문화사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오랜 연구 끝에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하며 역사서에 큰 획을 그은 시오노 나나미가 떠올랐다. 가쓰미 요이치의 글에서도 「혁명의 맛」​에서도 그정도의 역량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나의 분야에 미쳤다, 정도의 표현밖에 할 수 없을정도의 오랜 집중과 몰입이 아니었으면 고이지 않았을 그 지식의 수준에 감탄했다. 마치 무협지에

서 한 가지 기술을 극한까지 갈고 닦아 최고수의 자리에 오르는 지존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의 지식으로 요리된 중국의 서사, 그 역사의 흐름에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이 휩쓸려 나를 중국 한복판에 놓아버리고 왔다.


 책의 마지막 장, 추천사를 보면 '중국 요리의 미궁을 탐험하는 쾌락' 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중국 요리를 얘기할 때 미궁이라는 단어만큼 어울리는 단어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중국 요리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지만 미궁에는 그 속에는 빠져들만한 길이 있고 반드시 출구도 있다. 나도 수많은 중국어와 한자에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광대한 중국 요리의 범위는 길을 헤매는 일조차 즐거움으로 남겨뒀다. 중국 요리는 그렇게 나에게 혁명의 맛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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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가 그렸어
김진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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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서평]「딸바보가 그렸어」우리를 키우는 행복에 전염된다


 

딸바보가 그렸어 - 
김진형 지음/소담출판사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

 언젠가 반려자에게서 이런 질문을 듣는다면 나는 아무 거리낌없이 "딸이 최고!" 라고 외칠 수 있다. 혹시나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이 아닌지, 하고 의심하는 아내에게 나는 정말 딸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다가 아들이 태어나면 아내에게도 태어난 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걱정이라면 걱정이다. 아들도 좋고 딸도 좋지만 역시 딸이 최고다(?).

 대한민국 결혼한 남자, 그 중에서 딸을 가진 아빠의 숫자만큼 존재한다는 바로 그 딸바보 아빠들! 아직 결혼하지는 않았지만(여자 친구도 없지만...) 나도 예비 딸바보 중 한 명이다. 웹서핑을 하는 도중에도 '딸바보' 키워드와 관련된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놓치지 않고 전부 챙겨 본다. 그러니 어찌 「딸바보가 그렸어」​를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손가락, 발가락 모두 열 개씩 이상 없네요! 산모도 건강하세요! 축하드려요!

 바로 그날, 우리도 태어났다. 엄마로 그리고 아빠로

P. 67 

 

 「딸바보가 그렸어」​는 교육청과 굿네이버 등에서 연재한 딸바보 그림을 한데 묶어 출판한 포토에세이다. 나는 어떤 책을 보든지 간에 독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재미를 최우선으로 뽑는데 「딸바보가 그렸어」​는 태생부터 그 조건에 부합하여 태어난 책이다. 작가가 개인적인 기록과 기념의 의미를 담아다고 해도, 웹툰(이라기 보다는 그림이지만)의 특성상 재미가 없으면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에 웹에서 인기 있는 일상툰을 보는 것처럼 보는 내내 낄낄 거리며 웃을만큼 충분한 재미를 담고 있다. 특히 작가의 재치와 센스가 눈에 띈다. 표지만 봐도 익살스런 그림체와 딸, 아빠, 엄마의 개성이 잘 담긴 몸짓, 대화로 이 책이 어떤 느낌의 포토에세이인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아내의 몸은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나의 어깨도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등과 같은 부분은 작가의 세련된 감각과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이담에 커서 세상이 네게 등을 돌려도 혼자 힘으로 목 가누었던 것을 잊지마라. 힘내! 아가야.

P. 120 


 「딸바보가 그렸어」​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있지도 않은 내 딸과 나의 생활을 보는 것처럼 흐뭇한 일명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아내가 임신 했을 때, 출산할 때, 딸이 점점 성장할 때 등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당연하게 거치는 과정 하나하나가 특별함이 되고 행복이 되는 장면들에 새삼 감격한다. 행복한 시간이 너무 아쉬워 그 행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마음 속 어딘가에 항상 초조한 마음을 담아둘 때가 있다. 이 행복이 언젠가는 끝나겠지? 계속 잡아 둘 수 없을까? 어떻게든 행복을 간직하고 유지하고 싶어서, 어떤 행동이든 해야겠기에 그리고 그리다보니 이런 책이 탄생한 게 아닌가 싶다. 아이에게나 가족에게나 이런 책이 얼마나 특별한 기념이 될까? 우리들의 딸처럼 예쁜 책은 행복을 뿌리고 다닌다. 작가의 말대로 육아는 아이를 기르다, 라는 뜻도 되지만 나 아(我)자를 써서 나를 기른다, 라는 뜻으로도 통한다. 그런데 아(我)에는 또 다른 뜻도 있다. 바로 우리다. 육아는 아이를 기른다는 뜻도 되지만 우리를 기른다, 라는 뜻도 된다. 나도 우리의 행복을 기를 날을 기대하고 있다. 


 아빠, 달팽이는 왜 저렇게 느려요? 등에 항상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잖아...

 그럼, 저 짐을 버리고 가면 되잖아요. 살다 보면 크든 작든 짐 하나씩은 짊어지고 살 수밖에 없거든...

 느리게 가도 괜찮아요? 그럼... 달팽이는 느리지만 자기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

 달팽이처럼 느려도 꾸준히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됐으면 해

 - 아이의 질문에서 배웠어

P.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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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 : 병든 두피와 모발이 되살아난다!
우츠기 류이치 / 끌레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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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서평]「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살랑살랑한 머리결이 안 좋다고 합니다(e-book)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 - 
우츠기 류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끌레마


 나는 지금 일명 '피부 단식' 중이다. 반년 전에 읽은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라는 책을 보고 난 후(서평 :http://blog.naver.com/fje0978b/220120060810) 그 내용에 큰 자극을 받아 가능한 피부에 바르는 모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기초 화장품은 전혀 바르지 않고 햇빛이 강할 때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세안을 할 때도 폼 클렌징을 쓰지 않고 물로만 닦으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날에는 순비누로 최대한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며 닦아낸다. 작년 8월부터 '단식'을 시작했으니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간다. 기초 화장품을 쓰지 않으니 겨울철이라 피부가 많이 트긴 하지만 화장품을 썼을 때와 지금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돈을 들이나 안 들이나 결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화장품을 안 쓸 생각이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에는 샴푸도 피부에 안 좋다는 내용이 있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내용이 아니라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 가고 샴푸를 쓰지 않는다던가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을 통해 샴푸에 관한 새로운 경각심이 생겼다. 화장품과 샴푸는 피부와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현대인은 불청결한 것을 적대시하고 철저하게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청결 지향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사람을 허약하게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도 비누를 쓰지 않고 가볍게 헹구는 정도로, 물로만 몸을 씻는 것은 오히려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더러움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자녀와 자신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 본문 중에서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이든, 머리에 바르는 샴푸든 가장 큰 문제는 계면활성제였다.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를 읽을 때도 계면활성제에 대한 내용이 매 챕터마다 언급이 됐었는데,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계면활성제는 쉽게 말해 피부나 두피에 상처를 입히는 강력한 세정 기능을 지닌 유해 성분이다. 폼 클렌징을 쓰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도 바로 계면활성제였는데 샴푸와 트리트먼트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가 더욱 강력하다는 얘기는 무척 충격적이었다. 피부 좋아져야지! 하며 폼 클렌징도 멀리 하고 있었는데 더 안 좋은 샴푸와 린스(트리트먼트)를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었다니...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에는 이밖에도 놀라운 상식을 벗어난 진실이 담겨있다.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상식을 계면활성제가 피부의 방어 기능을 용해 하듯이 녹여버린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언젠가부터 아무렇지 않게 손에 뿌리던 알코올 소독액이 그 강력한 세정 효과 때문에 오히려 피부에 상처를 내고 피부에 이로운 상재균을 죽여 손에 정체 모를 균이 가득 붙는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사실! 인플루엔자나 사스(SARS), 노로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행 중이 아니라면 알코올 소독액은 피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도움 된다. 또한 최근 청결적인 삶의 일상이 된 비데 사용이 오히려 잡균이 쉽게 붙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균을 씻어내어 건강상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우리가 몰랐던 진실들이다. 


 클렌징크림만 쓰지 않아도 피부 상태가 틀림없이 좋아질 것이다.

 순비누만 사용하면 피부에 다소 잔여물이 남을 수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날 아침에 세안할 때 함께 씻어 떨어뜨리면 된다. 어떤 잔여물이든 3~4일이 정도 지나면 때와 함께 완전히 떨어져 나온다. 미량의 파운데이션마저 남김없이 지우겠다고 클렌징크림을 사용해서 지나치게 꼼꼼하게 씻는 것이 오히려 피부에 훨씬 큰 손상을 준다.

- 본문 중에서 


 


 오늘 처음으로 자발적인 노푸(No Shampoo)를 하고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샴푸가 사실은 오히려 피부에 안 좋다고 하더라고! 책에서 봤어! 이런 말도 함께 했더니, 그런 책 너무 믿지 말라, 는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가 진실을 볼 줄 모르는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다. 아! 그렇지! 엄마가 나에게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이라고 알려준 유익한 정보에 대해 내가 되돌려줬던 말이다. 그런 거 너무 믿지마! 

 책의 내용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간다. 저자가 현직 의사일 뿐만 아니라 노푸를 실행하고 있고 후기를 남겨준 이들 또한 의사로서, 전문적인 의학 내용을 바탕으로 근거를 더해줬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역시 샴푸를 하지 않는 건 사회의 일반적인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일이다. 보통의 용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저자는 우리가 미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살랑살랑 거리는 머리결이 사실은 매우 건강하지 않은 모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비추천하지만, 건강하지 않다하더라도 그런 머리결을 가지고 싶은 게 청춘남녀들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의 미의 기준이 바뀐다면 모를까... 노푸를 하면서도 머리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더러워 보이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역시 이것도 독자의 판단이다. 저자의 말을 믿어보고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하며 노푸를 해볼 것이냐, 아니면 이대로 건강을 해칠 위험을 감수하며 살랑살랑 거리는 머리결을 바랄 것이냐! 중요한 건 이거다. 우리는 샴푸가 건강에 안 좋다는 사실을 알았고 선택의 수가 생겼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모발이라고 하면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는 머릿결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이것은 모발이 피지를 빼앗겨 건조하고 바싹 말라버린 상태이다. 큐티클이 여기저기 벗어졌음에도 트리트먼트라는 풀로 붙여서 임시방편으로 모발이 뻣뻣해지는 것을 막고 윤기 있어 보이게 한 것일 뿐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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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한비자의 가르침
하야시 히데오미 지음, 이지현 옮김 / 전략시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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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서평]「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의, 인, 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 - 
하야시 히데오미 지음, 이지현 옮김/전략시티


 책을 읽으며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생각이 많이 났다. 「몬스터」는 '사람은 뭐든지 될 수 있어' 라는 주제로 구동독의 인간개조 실험에 휘말려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남매의 모습을 그린 만화다. 만화이기는 하지만 그 구성과 연출, 전개가 무척이나 훌륭해 많은 사람에게 인정 받은 작품이다. 「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도 이와 비슷한 주제 의식을 가졌다. 사람은 이(利)를 취하기 위해 들키지 않으면 악마라도 될 수 있는 이런 본성을 잘 통제하고 활용하여 경영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 방법이 적힌 책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런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는 의(義)나 인(仁)을 중요시하는 요즘 추세에서 특히 색다른 빛을 발하고 있다.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에 오히려 귀가 솔깃하다.


 그러므로 현실은 나쁜 놈들이 득세하는 세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으로 위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힐링의 숲으로 도피하려 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당신도 나쁜 살마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현실을 냉청하게 바라보며 누가 나쁜 놈들인지 간파하여 그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이들을 장악하여 내 편으로 만들라는 얘기다.

P. 7 

 

 인간의 본성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경영에 활용하는 전략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하나였던 한비자에게서 시초를 찾는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현대 경영에 맞춰 이를 적용 하고 그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책에는 한비자의 삶을 추적하고 거기서 힌트를 얻는 등의 전개를 가지는데, 한비자의 삶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된다. 왕의 아들이지만 서자로 태어나는 바람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처하고, 왕의 아들이라는 점을 노리고 그에게 접근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이가 많으니 그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겉마음과 속마음을 구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떤 사상가라든지 시인, 화가와 같은 예술가가 타고 자란 고향의 풍토와 불우하거나 풍족했던 가정 환경에 따라 후에 펼치는 예술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사람에게 있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재밌는 단상이 되었다. 사람을 믿지 말고 이해 관계에 충실해야 된다고 주장한 한비자가 친구를 잘못 믿어 최후를 맞이하는 부분도 무척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였다(사람이 죽은 걸 재미있어 하디니...).


 '군주의 우환은 사람을 믿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주장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라는 끈을 과감히 버릴 것을 충고했던 한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최후를 맞았다.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니,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P. 60 


 인간의 본성에 관해 책의 내용이 꼭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과 악의 경계에서 본인의 주체성을 결정짓지 못하기 때문에 이 사람을 잘 통제 하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이득을 위해 움직일 때 가장 큰 효율이 나오는 것일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다. '관을 만드는 장인은 사람이 죽기를 바란다' 라는 대목은 특히 마음이 아팠고 그게 사람의 본성이니 관 만드는 장인을 욕할 수 없다는 생각에 또 마음이 아팠다. 

 현실에서 모든 사람이 이득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 눈앞에서 명백하게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사람은 의나 인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그게 바로 사람의 다양성이다. 그리고 그 일이 훗날 더 큰 이득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이 가장 발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는 들키지 않았을 때 악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자비한 악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이미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 또한 들키지 않았을 때 악마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의를 따를지, 인을 따를지, 이를 따를지 그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도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감했다. 인간은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선과 악을 규정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선한 사람만이 아니라 악한 사람과도 사귈 수 있는 도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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