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라비아 콜롬비아! - 커피 향을 따라간 호또리아 가족의 생활연극기
이재선 지음 / 효형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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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평]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왜 콜롬비아여만 했을까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 
이재선 지음/효형출판


 반복되는 일상이란 소소한 행복을 지탱하는 소중한 원동력이긴 하지만 낯선 곳이 주는 신선함과 일탈적 쾌감도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원동력이다. '콜롬비아'라는 낯선 곳은 어쩐지 활기가 느껴진다. 어렸을 때 기쁜 일이 있으면 목구멍에서 간혹 터져 나온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 이라는 정체모를 감탄사의 영향이었을까? 혹은 한때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손꼽히던 축구 선수 팔카오(지금은 박지성 선수가 활약했던 맨유에서 뛰고 있지만 성적이 부진하다)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콜롬비아=팔카오 혹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한 하메스 로드리게스(현재 호날두가 있는 레알에서 활약중)로 대변됐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풍경을 그려보면 활기차게 공을 차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나는데, 보통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아싸라비아 콜롬비아」​에서 커피향을 따라 콜롬비아로 향했던 이재선씨 가족처럼 향긋한 커피향을 떠올리는가보다. 이래서 사람과 여행은 재밌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나는 커피를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아마 해외 축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도 나처럼 축구 선수들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 좁은 나라 안에서도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저 먼 곳 콜롬비아의 사람들은 얼마나 낯선 느낌을 줄까? 콜롬비아와 그곳의 삶의 방식에 대해 기대가 생기는 책이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면 오늘과 똑같은 내일이 온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 때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P. 5 


 「아싸라비아 콜롬비아」​는 연극 배우로 일하던 이재선 씨가 가족과 함께 무작정 콜롬비아로 떠나 그곳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업이 연극 배우라서 그런지 생활 하나하나에 희극적인 요소가 있어 보는 재미가 있고, 문체 또한 딱히 나무랄 데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체다. 다만 정말 정말 아쉬운 점은 책에서 이렇다 할 방향성이 없다. 모든 책은 하나의 방향과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각 장은 무수히 많은 화살표로 최종적으로 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키고 있다. 하나의 책을 읽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그 화살표들이 가르키는 방향에 도착하는 일과 같다. ​왜 콜롬비아여야만 했을까? 커피향을 따라 갔다고는 하지만 이상하게 콜롬비아로 간 이유와 동기가 뭉뚱그려 흐지부지 넘어가는 기분이다. 아마 본인도 확실하고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그냥 떠난 듯한 느낌이다. 사람은 가끔 나중에야 알게 될 이유 모를 행동을 하곤 한다. 문제는 작가 본인도 모르는 콜롬비아행을 독자들이 알리 없다는 것이다. 독자는 이 책을 보며 무언가 선명한 목표를 찾기보다는 하루 하나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 시트콤을 보는 기분이다. 요즘은 시트콤에도 하나의 줄기가 있다. 과거 큰 인기를 모았던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살펴보면 하루하루 '재미'에 초점을 둔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야기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고 전개해 나갔다. 그 방향성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다. 


 방향성이니 주제의식이니 하는 생각은 떨쳐버리고 재밌는 연극을 본다는 기분으로 책을 바라본다면 「아싸라비아 콜롬비아」​는 꽤 즐거운 희극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며 내가 바라볼 수 없는 곳에서도 벅찬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격적이기 까지 하다. 내가 사는 삶의 방향만이 옳은 길이 아니라 그들이 가고 있는 삶의 방향도 또 다른 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나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주인공이 있다. 그 다양성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철학적인 교훈을 느낄 수 있는 책,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도전적인 여행의 즐거움을 주는 책 「아싸라비아 콜롬비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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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력 - 100세를 건강하게 사는 힘
시라사와 다쿠지 지음, 김춘석 옮김 / 부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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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서평] 「백수력」 올바른 건강 도미노 세우기



 

백수력 - 
시라사와 다쿠지 지음, 김춘석 옮김/부광


 가끔 책을 읽다 길을 잃을 때가 있다. 마치 여행지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새로운 재미와 특별한 경험,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가 생기듯이 책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때가 있다.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주제나 내용과는 걸맞지 않은 생각이 들 때가 그런 때다.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같은 독서도 긍정적인 독서라고 평가하는 전문가가 많다. 「백수력」​을 읽으면서 일본 서적은 역시 일본의 성향을 많이 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이 음식을 적게 먹고 담백하게 먹는 것처럼 책도 간결하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백수력」​도 그런 식이다. 건강 정보가 담긴 신문 기사를 읽는 것처럼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잘 차려진 식사 시간, 무얼 먼저 먹는 것이 좋을까. 먹는 순서에도 노화를 방지하는 비결이 있다.

 우선 야채부터 먹도록 하자. 당분이 많은 밥부터 먹게 되면 혈액속의 당이 급격하게 불어난다. 그 때문에 인슐린이 대량으로 분비되는데 인슐린을 잘못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노화를 막는 데도 중요하다. 야채는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지방의 과다 섭취를 막아 준다. (…)

P. 117 

 신체 능력이 꺽이는 나이가 되니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분명 몇년 전과 활동량은 비슷한데 배가 더 나오는 것 같고 주량은 비슷하지만 후유증이 더 가혹하기도 하다. 먹을 거 가리지 않고, 잘 곳 가리지 않던 나이를 지나니 경각심이 생긴다. 절대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담배도 끊었다(아니 쉬고 있다...). 지금부터 일상적인 습관을 개선해 건강을 축적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핵심은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으면 오래 사는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백수력」​에 나오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그런 식이다. 이들은 전부 100세를 넘겼는대도 왕성하게 취미 생활을 하며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래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백수력」​의 장점이다. 


 그녀는 고령이 되었어도 자원봉사나 지역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매일 꼼꼼하게 신문을 읽으며 세상사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녀는 늘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은퇴할 때는 밤에 잠을 자고 있을 때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P. 017 


 처음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백수력이라 하길래, 백수가 생활하는 힘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정말 연관이 없지는 않았다. 책의 제목 백수력(百壽力)은 100세를 사는 힘을 말하는데 이는 백수처럼 나태한 삶의 정반대에 위치한 삶의 태도를 말하기도 한다. 모든 백수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집에서 뒹걸거리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백수는 절대 100살까지 살 수 없다. 100살까지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바로 몸과 정신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일이다. 부지런한 정신과 건강이 바로 백수력(百壽力)을 키워주는 것이다.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관심을 행동으로 바꾸는 일은 올바른 건강 도미노를 세우는 일과 같다. 언젠가 쓰러질테지만 그 과정이 아름다움으로 남는가, 아쉬운 실패로 남는가 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 「백수력」​은 도미노를 세울 부지런함을 가르친다. 


 여러 가지 자극을 받아들이는 인푸트(input)와 거기에 반응해 정보를 발산하는 아웃푸트(output)가 더욱 중요하다. 신문이나 잡지,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인푸트다. 이들로부터 자극을 받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받아들인 지식을 정리하고 생각해 표현하는 아웃푸트가 중요하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치매와 같은 질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인생을 보다 즐겁게 한다.

 하나의 취미를 가지고 몰두해 보자. 그것이 뇌에 자극을 주게 되고 뇌의 노화를 방지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갖는 것도 뇌의 젊음을 유지하게 한다.

P.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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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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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평]「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육감 만족 호주 여행 가이드



 

 21살 때 잠깐 휴학을 하고 애버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꽤 많은 손님이 애버랜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거 같아 개인적인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애버랜드에는 가족끼리 즐길만한 화려한 서커스도 있고, 친구끼리 즐길만한 신 나는 이벤트도 있고, 연인끼리 즐길만한 낭만적인 공연도 있었다. 대부분 시간과 장소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동선으로 어트랙션(놀이기구)를 왔다갔다 하다 넓은 애버랜드를 헤매고, 집에 돌아가는 차 시간에 쫓겨 내가 오늘 어떤 즐거움을 놓친지도 모른 체 집으로 가게 된다.

 그때 내가 알고 있던 정보는 애버랜드가 특별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랫동안(이라고 해봤자 3개월이지만) 일 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정보였다. 이처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어야 알고 있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무척 발달해서 많은 사람이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지만 그만큼 바다처럼 다양한 정보 때문에 질 낮은 정보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마련이고 블로거와의 불건전한 거래를 통해 조작된 가짜 정보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어 신빙성을 의심할만하다.

 그에 반해 책이라는 텍스트의 모음은 한번 인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고유의 특성상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은 데다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를 배출해낸 저자의 12년 호주 생활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호주의 진수임이 틀림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곳 호주에서 새롭게 시작되었듯, 여러분에게도 호주가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불어넣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밝아올 새해는 한여름 아웃백만큼이나 뜨거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

P. 9 


 일상의 반복에 지루함을 느꼈을 땐 여행만한 일탈이 없다. 낯섦과 만나고 새로움에 익숙해지는 여행이야말로 탄력적인 일상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각자만의 색깔을 지닌 매력적인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며 좋으련만, 물리적인 시간의 부담과 경제적인 압박에 자유롭지 못해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이가 대다수다. 이 역시 책이 활약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다. 책은 본래 간접 체험을 위해 태어난 콘텐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있다 해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인물과 책을 통해 간접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인문이라는 무대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우리의 일상과 닮은 가슴 먹먹한 세상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여행 장르는 간접 체험이라는 책의 소중한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장르일지도 모른다. 호주를 찾아가 직접 체험하는 것 외에 가장 근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책밖에 없을 것이다. '상상력'이라는 부분을 포함한다면 오히려 책이 우위에 있기도 하다.


 이처럼 아름답고 큰 동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날, 바다는 내게 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게다가 그 어떤 조급함도, 근심 걱정도 없이 유유히 노니는 고래까지, 드넓은 바다에 안겨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P. 74 


 호주라는 공간은 간접 체험을 통해 직접 체험의 욕구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한 매력적인 장소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의 주된 역할은 그곳의 모습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첫 번째인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은 그 역할을 무척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글과 사진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고, 맡고, 맛 보는 등 오감을 완벽하게 자극하고 있고, 만약 여행을 간다면 왜 남태평양으로 가야 하는지, 왜 호주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제주도로 수학 여행을 가본 것을 시작으로 국내 여행은 꽤 많이 다녀 봤지만 해외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내 첫 해외 여행이 호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책을 통해 생긴 육감이었다. 없던 육감마저 자극하는 육감 만족 호주 가이드,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이다. 


 기승전결, 로맨스와 스릴러, 모험과 아름다운 엔딩까지. 자연이 만들어준 멋진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그날, 로열 국립공원의 코스탈 워크가 선물해주었다.

P.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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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 - 사고의 틀을 바꾸는 유쾌한 지적 훈련 인문 사고
최원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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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서평]「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생각을 훈련하는 상식에 대한 물음 



 

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 - 8점
최원석 지음/북클라우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은 하늘하늘하고 투명하게 빛나는 하얀 옷을 입고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무저항주의로 인도 독립의 상징적 인물인 간디는 평소 행동거지나 말투 모두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인물일 거라 생각했다. 내가 몰랐던 실제에서는 어땠을까? 여성적이고 상냥한 이미지가 강했던 나이팅게일은 오히려 강인함과 거친 비난을 일삼는 주무기로한 행정가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흰색'이 아니라 짙은 색의 검소한 옷을 입어 천사 같은 겉모습은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간디의 모습은 더 충격적이다. 무언가 금욕적인 이미지가 강한 간디는 오히려 67세에 몽정을 했다고 대중 앞에서 고백할 정도로 성 에너지가 넘쳤고, 항상 10여 명의 여성을 주위에 두고 성생활을 했다고 한다. 아내에게 독신주의자로 살겠다고 뜬금없는 선전포고(?)를 한 후에 자신의 금욕을 실험하기 위해 여성과 나체로 한 침대에서 잤다는 변명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을 통해 알게 된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은 인식과 사고가 상식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얼마나 편협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하지만 에디슨이 이 말을 한 의도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반대다. 노력은 그다음 문제고, 가장 앞세워야 할 부분은 '영감'이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이 격언을 다시 풀이하면 이렇게 된다. 1%의 영감이 없으면 노력해봐야 별 소용없다.

P. 68 


 지금은 상식으로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지동설'이 오랫동안 존재하지도 않았던 상식이었으며 가까웠던 과거에 미친 소리로 취급했는지만 보더라도 상식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 수 있다. 지금의 상식이 과거나 미래에는 비상식이 될 수 있고 지금의 비상식이 미래에는 상식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비상식적인 인물들이 세상에 얼마나 상식적인 일들을 만들어내는지 지켜보고 있다. 도대체 상식이란 뭘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의 정의는 당연히 알아야 할, 모르면 부끄러운 정보와 무척 가깝다. 정보와 상식은 시간 경과에 따라 그 가치가 무척 흔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속적인 가치가 있는 '지식'을 찾고 있다. 그게 바로 인문학을 읽는 이유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정말 상식일까? 혹시라도 천동설처럼 우리가 굳건히 믿고 있는 상식 중에 틀린 것은 없을까? 사실 인류가 발전해온 과정을 생각하면 세상은 정해진 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으레 그러려니 했던 것들은 대부분 틀렸었다. 모범생보다는 괴짜가 세상을 바꾸고, 세상살이에는 필연보다는 우연이 더 많이 작요해왔다. 법칙은 있으나 예외 없는 법칙이 없듯이 돌연변이가 새로운 종의 출현을 예고했다. 사물은 늘 일관성이 없고, 변칙이 성행했다. 결국 기존의 사고 틀을 깨거나 거부하는 방식으로 비상식적이거나 몰상식하지 않으면 변화도 창출할 수 없다.

P. 7 


 인문학에는 '왜?' 라는 물음이 담겨 있고 「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본문을 읽다 보면 당연스레 받아들이던 일반적인 현상과 상식에 대해 왜? 라는 물음의 자세를 갖게 된다. '왜?' 는 곧 생각을 뜻하고 생각은 데카르트의 말처럼 우리의 존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라고 물어봤을 때 많은 사람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을 꼽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책은 생각으로 태어난 소통의 도구이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항상 '왜?'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생각은 발전한다. 실제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들이 경우 답을 말하는 학생보다 질문하는 학생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만큼 '왜?' 는 중요하다. 기존의 틀에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왜?'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잇는 한 뼘의 자세를 갖는 책, 「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이다.


 특정 인물과 사물의 정확한 실체 혹은 진실을 알고 싶다면 그것을 뒤집어 이면을 살펴보자. 상식이라고 사람을 배신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P.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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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룸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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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서평]「독학」세상에서 가장 외롭지 않은 공부


 


 

독학 - 8점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이룸북


 나는 무언가를 배울 때 주로 독학을 하는 편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무엇을 배우거나 하는 일은 잘 하지 않는다. 대인 관계를 무척 귀찮아 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와 만났을 때 그 사이에 큰 물결처럼 솟구치는 어색한 공기와 억지 웃음, 가식적인 행동 등에 질린다. 타인 앞에서 드러나는 외적 인격인 나의 페르소나에 역겨움을 느낄 때도 있다. 혼자 즐기는 취미가 좋아 독서를 하고 혼자 배우고 익히는 게 좋아 필연적으로 독학의 길을 가고 있다. 앞으로도 삶의 한 방식으로 계속될 독학이기에 「독학」​의 내용에 궁금증을 가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독서로 어휘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또 다양한 논리나 논술의 살아 있는 형식을 책에서 배우기 때문에 현실에서 부딪히는 일의 구조나 짜임을 통찰하기 쉬워진다. 이는 동시에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침착하게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P. 100 


 

 따지고 보면 모든 공부가 독학이기는 하다. 스승이나 선생을 두어 가르침을 받아도 분명 혼자 이해하고 생각해야 될 때가 있다. 하다못해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연습이라도 혼자 해야 한다. 낚시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스스로 낚시를 해봐야 한다. 그래서 독학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책상이나 서재를 정리한다든지 통근 시간을 이용한다든지 어떤 특정 음악을 듣는다든지 하는 기술론이나 방법론 보다는 주로 독학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서술했는데, 이게 누구나 거치는 평생 공부에 큰 기반이 될만하다.


 만약 근처에 제대로 된 도서관이 없다면 얼른 이사를 가야 한다. 그건 그 지역의 행정이 비인간적이라는 증거다.

재정이 파탄 난 유바리 시는 도서관을 폐관하려고 했는데, 시 운영자들이 그런 비인간적인 감성을 갖고 있기에 하찮은 유원지를 만들어 재정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가건물을 시청으로 쓰는 한이 있더라도 도서관과 병원, 학교만큼은 충실하게 운영하는 것이 비인간적인 행정이다.

P. 196 




 공부라는 말에 벌써부터 진저리가 날 수도 있다. 우리는 학습과 공부를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책의 내용 중 가장 공감 했던 내용은 학습과 공부의 구분이다. 학습은 '흉내 내는 일' 이다. 아직 글을 쓰지 못하는 아이가 교본의 글자를 흉내 내어 쓸 때 그것을 학습이라고 한다. 우리가 일평생 공부라고 생각했던 일들 거의 전부가 학습이다. 빛나는 청춘의 대부분 시간을 투자한 수능 공부도 학습의 일종이다. 「독학」​에서 추구하는 공부는 바로 모든 일에 탐구하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자기 변혁이다. 억지로 하는 학습이 아니고,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는 주도적인 공부다. 세상 모든 책이 스승이 되고 또 다른 내가 나를 가르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지 않은 공부가 바로 「독학」​이다.


 '독학'이라는 말은 너무 고독한 느낌을 준다. 혼자 묵묵히 책상을 마주하고 있는 음침한 인상까지 갖게 한다. 하지만 독학의 독이란 고독하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정한 스승은 두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것들을 스승으로 삼는다. 게다가 근방에 있는 시원찮은 교사를 스승으로 삼는 게 아니라 진짜 최고 수준의 스승을 두는 게 독학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고 수준의 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다.

P.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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