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논어> (주대환, 나무나무)

필명 ‘김철순‘, 노동운동계의 브레인 주대환 씨가 쓴 논어 해설서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에 오래 몸담은 그는 고 노회찬과 80년대에 인민노련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활동을 했고 2000년대 들어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을 역임했다.

제목이 세다. 튀어서 눈에 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글쓴이의 이념 정체성에서 따온 것 같다. 주대환 씨는 지금은 사회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것 같던데 이걸 두고 좌파라고 이름 붙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하긴 대한민국에서는 자한당을 기준으로 왼쪽에 서있으면 모두 좌파, 북쪽으로 고개만 돌려도 다 종북이니 안될 건 없다고 본다.

주대환 씨는 논어의 가르침이 정계진출도 못하는 궁색한 정파 유가에 지침, 에너지 제공수단으로 활용되었으리라고 가정한다. 가까운 사람끼리 잘 지내기 위한 매뉴얼, 공부와 인격수양을 내려놓지 않도록 하는 신조였다는 것이다. 유가는 이를 지켜 제자백가 가운데 으뜸이 되었다.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사상으로 살아남았다.

˝논어는 연대다.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고 격려하는 연대의 언어다.

공자는 당을 만든 사람이다. 그 당의 강령은 인이고 전략은 예와 악이다.

그 당원은 군자다.˝

좌파논어는 논어라는 고전을 개성 있게 해석한 책이다. 그 해석은 주대환 씨의 과거 운동에 대한 회상, 옛 동지들과 맺었던 관계에 관한 성찰과 이어지기도 한다. 논어를 두고 흐리멍덩하게 해설하는 다른 대중교양서들에 비해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아쉽게도 절판되었다. 그래서 나도 도서관에서 겨우 빌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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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로 풀무질을 운영할 청년들이 앞으로 또 분투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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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여행에 대한 김영하의 사담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가 학생운동 하던 시절 ‘몇몇 기업가와 정치가가 구상했던 우스꽝스런 사회주의 제대로 알기 패키지여행‘ 참가대상이 되어 ‘중공‘에 다녀온 이야기, 유럽 배낭여행 중 백인여성 두 명이 밤기차 이등칸의 컴파트먼트에서 같이 자면서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에피소드, 군인인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 다니느라 초등학교 때 영호남을 거쳐 경기권까지 도합 여섯 번 전학 다닌 일...

여행과 소설(이야기)을 비교한 부분은 작법서처럼 읽혔다. 여행담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형식이며 주인공은 늘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난다, ‘추구의 플롯‘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플롯이라고 한다.

‘여행의 이유‘를 읽으니 여행 떠나고 싶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언젠가 상쾌하게 떠날 수 있도록 지금은 일상에 좀 더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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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김훈, 문학동네)

일흔 넘은 할배가 쓴 산문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얼마만큼 살고 싶은가? 얼마나 살다가 죽으면 딱 좋을까?

점자 포함하여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때까지만 살아도 괜찮겠다. 그 정도면 족하다. 읽기와 쓰기를 못하는데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일흔 먹어서도 내가 젊은이를 붙잡아 두는 글을 쓸 수 있길 소망했다. 김훈을 우러르며 발칙하게 낙관해보았다.

‘연필로 쓰기‘에 실린 산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밥과 똥‘이고 제일 마음을 움직인 글은 ‘아, 100원‘이다.

김훈은 ‘밥과 똥‘에서 자신이 밟은 개똥, 변기에 앉아 눈 똥, 목장 근처서 맡은 말똥 소똥 냄새, 예전 서울 골목에 넘쳐 흐르던 똥, 위생처리를 거쳐 강으로 흘러드는 똥폭포, 내리막에서 똥구루마를 밀다쓰러져 똥칠갑을 한 친구 등을 글로 불러 모은다. 그런데 이 글은 전혀 ‘구리지‘ 않다. 김훈은 똥으로 삶과 생활과 역사를 들여다본다.

‘아, 100원‘은 배달대행 오토바이 라이더의 고충을 보여주는 글이다. 중국음식을 실은 오토바이가 배달하러 가다가 쓰러져 짬뽕 국수, 탕수육 조각, 단무지, 양파, 나무 젓가락이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처참하다. 김훈은 길바닥에 쏟아진 국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라이더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제목에 나오는 100원은 눈비가 오면 배달노동자가 건당 받게 되는 추가수당이라고 한다. ‘아, 100원‘은 정치문건도, 신문사설도, 기고문도 아니지만 강력한 울림이 있다.

지난 두 주 동안 이 책이 있어서 즐거웠다. 한 주 잘 기다리면 이번에는 김영하의 신작 산문집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연이어 나오는 2019년 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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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베스트-호주>

론리플래닛 베스트 시리즈 ‘호주‘편을 읽으며 상상의 외국여행을 다녀왔다.

안락의자형 여행가(암체어 트래블러)로서 도서관에 앉아 편하게 시드니, 캔버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울룰루 에어스록을 둘러보았다.

잘라놓은 과일조각 모양의 오페라 하우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서 본 적 있는 바다 속 산호초 흰동가리 블루탱, 원시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주황빛 거암이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이따금 나 스스로 외로운 행성이 되어 자전과 공전을 하며 머릿속 세계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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