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생태 분야의 고전 반열에 오른 도서. 대학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책을 이제야 읽었다. 몇 년 전 헌책으로 구했는데 한참 묵혔다가 드디어 펼쳤다. 아무래도 5월 초 풀무질 서점에 다녀온 영향 때문일 것이다. 풀무질서점은 90년대에 이 책이 널리 알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스웨덴 출신 여성학자인 지은이는 1975년 히말라야 고원에 자리잡은 ‘라다크‘를 방문했다. ‘작은 티베트‘로 불리는 이곳은 자급자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였다. 지은이는 16년 동안 라다크에서 지내며 평화롭고 깨끗한 곳이 서구식 산업주의의 개발 아래 파괴되고 오염되는 걸 지켜보았다.
˝내가 라다크에 온 첫해에는 전에 본 일도 없는 어린아이들이 내게 달려와서 살구를 손에 쥐여주곤 했다. 지금은 낡은 서양옷을 입은, 디킨스 소설에 나옴직한 초라한 어린아이들이 외국인들에게 빈 손을 내밀며 인사를 한다. 그들은 이제 라다크 아이들에게 새로운 주문처럼 된 ˝한닢만, 한닢만˝이라는 말을 하며 졸라댄다.˝
˝여기는 가난 같은 건 없어요. - 체왕 팔조르, 1975년
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나 가난해요. - 체왕 팔조르, 1983년˝
지은이는 라다크의 전통적 생활과 경제에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지혜가 있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현대 산업문명의 폭력성을 거부하고 자립경제, 소박한 소비, 태양에너지 같은 적정기술 사용 등을 대안으로 모색해 가는 운동을 벌인다. 책 제목처럼 ˝진정한 미래는 오랜 옛 지혜 속에 있다˝(옮긴이의 말 인용)는 관점을 견지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 돌아가고 싶어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올바른 미래를 찾는 우리의 노력은 불가피하게 자연-인간본성을 포함하는-과의 더 큰 조화를 이루는 어떤 근본적인 패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상 수천년 동안 존재해왔던 가치-자연 질서 속에서의 우리의 위치, 우리 서로서로의, 그리고 우리와 지구 사이의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알아보게 하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신음하는 지구와 초만원인 대한민국 수도권을 두고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당장할 수 있는 일이 욕심을 줄이고, 덜 쓰고, 일회용품 쓰지말고 다회용품 사용하기인 건 안다. 일단 가까운 곳부터 살피며 살겠다.
* 지은이가 한국어 번역본 출판을 녹색평론사에 다시 허락하지 않고 중앙일보 계열사로 갈아탄 건 정말 ‘깬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생각하자면 역대급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녹색평론사 출간본은 절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