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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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이 이름이 주는 힘이 이 책의 힘의 바탕인 것 같다. 항상 바쁘고 하루 저녁에도 스케줄을 몇 개씩 소화하는 사람.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넘쳐나는 사람. 시민사회단체에서 하는 일이면 어디든 짠하고 나타나는 사람. 그런 그가 언제 이렇게 발품을 파는 책을 만들었을까? 이 글은 온전히 방문하고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전국을 돌아 다녔을 텐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의문이 절로 나온다. 발품을 많이 판 만큼 내용도 알차다. 우리 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그는 ‘참여연대’ 활동과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에 이어 2006년 3월 ‘희망제작소’라는 조직을 만들면서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현장을 찾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소신인 “진리는 현장에 있다”를 직접 실천하는 방안으로 4년 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의미 있는 노력들을 찾았다. 그 결과 지역 경제, 친환경 농업, 마을 문화, 지역사회의 교육, 건강, 복지 등의 주제를 담은 ‘박원순의 희망 찾기 1’ -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를 펴냈고, 이번에는 교육과 관련한 사례만을 모은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 마을이 학교다 -를 내 놓은 것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다양한 대안학교나 공교육 학교를 새로운 학교로 탈바꿈한 사례들에 눈이 확 뜨일 것이다. 교육 정책이나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나 ‘참교육학부모회’ 같은 단체 탐방에 관심이 갈 것이다. 평생 교육의 성공 사례인 광명시평생학습원이나 삶과 공부의 공동체인 ‘코뮤넷 수유너머’를 소개받는 것도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대안학교 중에도 대표적인 사례를 담았다. 50년 전통의 원조인 풀무학교는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는 것이 교육 목표이다. 지역에 굳건히 뿌리 내린 풀무신협과 풀무생협 그리고 지역 언론인 홍성신문(지역신문의 대표 주자로 많이 들어 보셨죠?^^)도 이 학교에서 만들었다. 유기농은 1975년부터 도입해서 지금은 생산과 유통 체계가 잘 잡혀있다.


성장학교인 ‘별’학교를 이끄는 교장선생님은 같은 건물에서 병원 원장을 하는 의사이다.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 하나하나는 별과 같다고 해서 ‘별’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교과목이나 수업내용에 대해 1/3씩 결정권을 갖고 있다. 다양한 현장학습이 특징이고, 동네의 파출소, 빵집, 치과, 슈퍼 분들이 교사로 초청된다. 일주의 반은 외부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합기도, 서예, 도예, 탁구 등 동네 안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배운다. ‘별’학교는 교과서도 없다. 교재와 내용은 교사와 아이들, 동네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 ‘별’학교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은 교육청에서 나올 정도로 이미 유명해졌다.


도심 속 마을학교인 ‘성미산학교’는 마을학교, 생태학교, 도시학교를 추구한다. 조한혜정교수를 비상근 교장으로 모셨고, 동네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과 아이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마을학교의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정원의 10%가량은 특별 전형으로 장애인을 뽑아 장애인 통합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해 보는 미니숍 프로그램도 참신하고 재미있다.


대안학교가 대학까지 잘 보내 유명해진 ‘이우학교’의 현황과 고민도 잘 담았다. 2009년 한 해만 해도 다른 학교 교사 2천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이우학교는 명성이 자자하다. 야간 자율학습도 사교육도 안 한다. 농사도 짓고 여행도 다닌다. 수능 시험은 고3 1년만 집중한다. 그런데도 100대 수능 학교에 들었다. 입학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고민이고 이미 낡고 있는 교육과정을 넘어 서는 새로운 ‘이우’를 설계하는 것도 고민이라고 한다.


하자센터는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서울시의 민간위탁을 받아 연세대가 운영하는 일, 놀이, 자율의 청소년 문화 작업장이다. 초기에는 음악, 영상, 디자인, 웹, 시민 문화 다섯 개의 작업장을 만들고 도제식 교육을 했다. 프로그램이 좋아 아이들 성장이 빨랐고 상을 휩쓸기도 하고 좋은 대학에도 갔다. 그러다 보니 대학 갈려고 오는 아이들이 몰려서 방향을 조금 바꾸기도 했단다.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실험하고 있다. 창의력이 톡톡 튀는 즐거운 하자센터!!!


방송에도 집중 보도되어 유명해진 ‘남한산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교육의 꿈을 공교육에서 실현해 보자고 기획해서 만든 학교이다. 성남 지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학부모를 모집하고 교사를 모셔오고 방향과 커리큘럼을 논의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2000년 학생수 20명에 불과한 폐교 직전의 학교에 갑자기 90명 이상이 단체로 전입해서 새로운 학교를 만든 것이다. 이 실험은 대박을 터뜨렸다. 전입생이 쇄도했다. 숲 산책, 차 마시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80분 수업에 30분 휴식, 체험과 현장 수업이 대부분인 즐거운 학교.

공교육 학교인 거산초, 삼우초, 세월초, 송산분교, 조현초... 공교육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우리 교육에도 희망이 있지 않나요?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 공간인 ‘품’이나 대전에서 “공부하지 말고 놀아”라고 외치는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청춘’도 눈여겨 볼 의미 있고 즐거운 공간이다.


고산산촌유학센터는 참 애정이 가는 곳이다. 지금은 이런 산촌유학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무작정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과잉행동장애, 아토피, 비만, 컴 중독 아이들이었고 정말 무지 힘들었단다. 낮에는 인근 공교육학교로 보내고 이곳에서는 자연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고 노는 역할을 한다. 4년 째 되었는데 벌써 입학 경쟁률이 5:1이고 방학 중 캠프도 인기란다. 일본은 100군데가 넘는 지자체에서 산촌유학을 시행하고 있고, 법과 보험제도 정비까지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와 연계해서 보편화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은평구 대조동의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은 우연히 엄마들이 뭉쳐 도서관 하나 만들자고 나섰다가 눈덩이 굴리듯 일이 커져간 경우이다. 20명의 자원봉사 엄마들이 도서관 운영과 ‘도서관 학교’ ‘책잔치한마당’ 같은 의미있는 활동과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평생학습도시 프로젝트 일환으로 광명에서 진행한 광명시평생학습원‘도 지역운동이나 지방자치제도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다. 지역 내에서의 다양한 인문학 강좌나, 노인 프로그램,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교육, 대안화폐 ‘그루’의 사용 등 참고할 만한 시도들이 많다.

시민운동가이자 학자인 이신행 교수가 만든 신촌의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대안대학이다.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을 다 가지고 있다. 학생은 ‘배울이’이고 교수는 ‘가르칠이’인데 가르칠이를 자청하는 전문가와 형벗들이 100여명에 이른다. 캠퍼스 이름은 ‘카페 체화당’인데 카페이고 도서관이자 마을 문화 중심지의 역할을 한다.


새로운 교육모델과 정책을 찾는 장에서 사교육 불패신화에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새로운 밀착형 교육운동을 고민하고 있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 하나. 그러면 박원순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면 우리 교육이 달라질 수 있을까? 박원순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에게 던진 질문이다. “송대표가 교과부 장관이 된다면?” 답변은 “장관이 뭐 힘이 있나요? 아무것도 못합니다.” 결국 정권과 정책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해당사자인 학교, 학부모, 기업 등이 사회적으로 대타협하는 방식으로 가야 해결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시민의 힘이 뭉쳐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지기학교의 인기 강사 이범 씨가 이번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밑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한 번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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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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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박원순

박원순!!! 이 이름이 주는 힘이 이 책의 힘의 바탕인 것 같다. 항상 바쁘고 하루 저녁에도 스케줄을 몇 개씩 소화하는 사람. 여기저기 강연 요청이 넘쳐나는 사람.  그가 언제 이렇게 발품을 파는 책을 만들었을까? 이 글은 온전히 방문하고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전국을 돌아 다녔을 텐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의문이 절로 나온다. 발품을 많이 판  만큼 내용도 알차다. 우리 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그는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에 이어 ‘희망제작소’라는 조직을 만들더니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현장을 찾기로 했나보다. 그의 말 대로 희망이 철철 넘쳐흐르는 교육 현장들과 단체들을 담았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다양한 대안학교나 공교육 학교를 새로운 학교로 탈바꿈한 사례들에 눈이 확 뜨일 것이다. 교육 정책이나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나 ‘참교육학부모회’ 같은 단체 탐방에 관심이 갈 것이다. 특이한 삶과 공부의 공동체인 ‘수유너머’를 소개하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그러면 박원순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면 우리 교육이 달라질 수 있을까? 박원순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에게 던진 질문이다. “송대표가 교과부 장관이 된다면?” 답변은 “장관이 뭐 힘이 있나요? 아무것도 못합니다.” 결국 정권과 정책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해당사자인 학교, 학부모, 기업 등이 사회적으로 대타협하는 방식으로 가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무엇보다 시민의 힘이 뭉쳐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지기학교의 인기 강사 이범 씨가 이번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밑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한 번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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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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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태희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서울시립아동병원에서 의국장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신생아 병동에 가는 길에 어떤 남자가 병실에다 주머니 하나를 놓고 사라지는 걸 보았다. 한 달에도 몇 번씩 경험하는 일이라 주머니를 열어보니 예상대로 피투성이 갓난아이가 있었다. 탯줄과 태반까지 그대로 단채로... 체온도 낮고 호흡도 불안정한 아이를 응급처치를 해서 살려낸 후 규정대로 부모를 찾기 위한 기간으로 2주간 이름도 없이 병원에 대기시켰다. 2주가 지난 후 수속을 하면서 의사나 간호사들이 이름을 지어주는데 워낙 바쁘고 일이 많다보니, 통상 병원장 성에 가나다 순으로 이름 첫 자를 붙이고 여자는 ‘순’, 남자는 ‘석’을 붙이는 식으로 지어주곤 했다. 그런데 이 아이, 태어나 엄마 품에 한 번도 안겨보지 못한 아이에게 이름만은 제대로 지어주고 싶어서 ‘태를 달고 온 여자아이’라는 뜻으로 ‘태희’라고 붙여 주었다.

 태희는 건강하게 잘 자라는 듯 보였다. 그런데 4개월 무렵 피부색이 푸르스름한 게 이상해서 검사를 해보니 선천성 심장 기형이었다. 국내에서는 여러 여건상 수술이 불가능해서 홀트로 옮기고 수술을 해 줄 수 있는 양부모를 찾았다. 다행히 미국인 양부모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고, 보통은 홀트아동복지회가 호송을 맡는데, 태희는 너무 어리고 심장병까지 있어 직접 뉴욕까지 데리고 갔다. 비행 중 태희의 상태가 급작스럽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울다 지쳐 잠들다 깨다를 반복했다. 지옥같은 비행이 끝나고 대기 중인 구급차에 태희를 실어 보냈다. 이후 태희는 심장수술을 받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았고 결국 한 달 뒤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에도 다른 아이의 사망진단서를 쓰고 있었다. 이 아이들의 이토록 짧은 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태희 이후에도 엄마의 태반을 단 채 병원으로 실려오는 핏덩이들에게는 ‘태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제발 좋은 양부모 만나 불행한 출생을 보상받기를 바라면서....  탤런트 김태희를 볼 때마다 그 많은 ‘태희’들의 안부를 대신 전해주는 듯 해서 그 어여쁜 미소를 보고 또 본다.”

 의사치곤 박봉의 자리라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정년을 15년이나 넘겨가며 75세 나이까지 진료에서 손을 놓지 못한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장 조병국씨(여). 그녀가 50년 세월 동안 울고 웃고 가슴 저리고 감동했던 순간들을 추려서 엮어낸 사연 중 “그 시절 태희들을 추억하다”를 요약한 내용이다.    

 한 편 한 편이 다 드라마요 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사연들로 가득하다. 다 죽어가던 아이가 곶감 달인 물을 먹고 기적같이 살아난 이야기, 노래할 때만은 너무도 당당한 정신지체아 현균이 이야기, 의사가 된 뇌성마비 영수 이야기, 동반자살한 엄마를 두고 두 다리가 절단된 채 살아난 두 살배기 아이가 당당하게 커가는 이야기, 재래식화장실 변기통에 버려진 아이 이야기, 입양아들이 다 커서 친부모를 찾아나서는 이야기 등등.

 입양제도 문제, 입양에 대한 편견 문제, 아동복지 문제 등을 논하기 전에 인간을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비참한 타인의 얼굴과 호소에 응답할 수밖에 없고 응답해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많은 사람들, 봉사자들, 협력자들이 있다. 조원장과 이런 분들이 있기에 그래도 우리 사회가 이렇게 유지되고 있구나하는 고마운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경험은 처음이다. 아예 한 손에 휴지를 든 채로 책을 읽었다. 삶의 진실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는 없다. 모든 의료인과 환자들과 잠재적 환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조병국, 삼성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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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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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이라는 야심찬 부제를 보면서 처음엔 냉소했다. 인류 역사를 만든 책 50권을 고르고 그 책들을 모두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개의 경우 장르와 시대를 넘어 50권, 100권의 책을 고를 경우 다수의 전문가들이 선정하고 집필하기 마련이다. 깊이와 넓이는 함께 가기 어려운 법이니까. 하지만 이 책, 단 두 명이 만든 책 치고는 의외로 다양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뭔가가 있었다.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소개하면서는 “그에게는 인류 전체나 계급보다는 언제나 한 인간, 즉 개인이 중요했기 때문이다.”고 쓰고 있다. 시대에 맞서 싸운 니체의 고독과 디오니소스로의 영원 회귀, 군중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초인이 되는 것을 설파한 니체의 생각이 짧은 글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대해서도 이드, 자아, 초자아의 관계와 유아기에 형성되는 초자아와 이드의 불균형이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정신병리 현상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프로이드 하면 궁금하게 여겼던 칼 융과의 관계와 견해의 차이를 따로 박스로 처리해서 정리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책들에 대한 구체적 내용 소개는 간결하게 핵심만을 짚으면서 그 책이 탄생된 시대적 배경과 사상사적인 의미가 비교적 잘 설명되어 있다. 또한 풍부한 칼라 사진과 다양한 박스 처리를 통해 어른이 읽는 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장점이다.

신약성서를 소개하는 내용만 보더라도 성서를 잘 알고 있는 기독교인들이라도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베드로의 제자인 마가와 바울의 제자인 누가가 스승들과 함께 복음서를 집필한 배경, 누가가 복음서의 후속편인 사도행전을 집필한 배경 등이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롤링의 ‘해리포터’까지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작가는 해리포터에 대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꿈, 자아실현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동양보다는 서양 중심, 종교로는 기독교 중심에 독일 작가다 보니 독일인이나 독일어 책에 대한 편향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전체주의를 싫어해서 인지 ‘공산당 선언’ 등 사회주의적인 색깔의 견해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 일변도인 점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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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박동천 지음 / 모티브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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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가 세운 샨티니케탄(평화학당)에 간디가 방문했다. 한 여인이 간디에게 휘호를 부탁했다. 간디는 “절대로 성급하게 약속하지 마라. 한번 약속하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니까”라고 썼다. 나중에 타고르가 그 글을 보고 그 아래에 “잘못으로 판명되면 약속일랑 내던져버려라” 라고 썼다.

그대는 간디와 타고르의 말 중 누구의 말에 더 솔깃하는가?

박동천 교수는 타고르의 입장이 더 진보적이라고 보고 논의를 전개한다. 초지일관이나 신념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교조주의에 빠지거나 폐쇄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일화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이란 것도 끊임없는 해석과 적용 그리고 정치적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상황을 뛰어넘어 지켜야 할 원칙 따위는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이야말로 철저한 원칙과 변함없는 신념을 가진 진짜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곱씹어 봐야 할 내용들이다.


   
 
  ▲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박동천, 모티브북  
 
박동천 교수의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은 나 같은 얼치기 진보 뿐 아니라 자칭 진보주의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주옥같은 관점과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는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노전대통령을 지지했던 표 중 약 16%정도가 자유주의에서 보수주의로 이동했는데, 이들이 이렇게 갑자기 우경화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젠더를 상실해버린 진보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쓰고 있다.

자연과학의 합리성으로 사회도 합리적으로 해석, 계몽, 진보시킬 수 있다고 본 생각은 근본적으로 한계에 부닥쳤고, 특히 우리나라의 진보파는 정치, 사회, 도덕, 가치 등에 대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 가짜문제와 진짜문제를 분별하지 못하고 헛발질만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표적인 고정관념으로 합리주의, 선험주의, 민족주의를 다루고 가짜 문제로는 지역주의를 중심으로 주장을 전개한다.

그는 자유와 평등은 상호모순이 아닌데도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을 비판한다. 즉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이 ‘법 앞에 평등’이고, “평등한 자유 아니면 자유일 수 없고, 자유 없으면 평등도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는 진보파가 모든 종류의 자유 즉,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자유주의 모두를 더 철저하게 자신들의 아젠다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고정 보수층을 30%, 무관심층은 30%, 나머지 40% 중 부동층을 20%, 고정진보층을 20%로 볼 때, 그는 진보진영의 정치적 활로는 연합 특히 선거연합 아니면 길이 없다고 본다.

그는 자칭 진보인사들 중 지사나 열사를 흉내 내거나 스스로가 우월한 지성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엉터리 진보가 많다고 본다.

그는 정치와 종교 뿐 아니라 정치와 도덕을 분리(crime과 sin을 구분해야하고 sin이 사법적 대상이 되면 안됨)해야 하고, 특히 진보인사들에 대해서만 도덕성을 가혹하게 적용하는 풍조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황석영이 노벨상을 타려고 무엇을 했다던지 하는 식의 의도와 동기를 문제 삼는 풍조도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든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되 그 경쟁만은 평화롭게 하면 되며, 따라서 이기심에 대한 관인과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을 괴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북한을 무조건 증오하는 극우적 시각과 유사한 것이며, 2008년 연간무역액이 8500억불(GDP의 67% 상황)인 나라가 한미FTA같은 무역을 겁내는 건 제노포비아이며 미국을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 미국 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을 모두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수적인 태도와 진보적인 태도를 나눌 때 폐쇄적이냐 개방적이냐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 즉 경직적이고 전투적인 태도는 보수, 유연하고 타협적인 태도는 진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정치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려면 사법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며 우리나라의 유럽식 대륙법체계를 버리고 영미식 보통법체계로 바꾸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라면 선의, 평화, 아량이 인류 사회 개선의 유일한 열쇠라는 강력한 신념을 보여줘야 하고 진보란 바로 이웃을 신뢰하는 세상을 향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또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의 결합이 현실적인 진보적 이상의 최대치라는 것이다.

워낙 많은 내용을 거칠게 요약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다. 꼭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박 교수가 정리한 4개의 잘못된 생각틀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를 더 개명된 사회로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면 꼭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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