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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이라는 야심찬 부제를 보면서 처음엔 냉소했다. 인류 역사를 만든 책 50권을 고르고 그 책들을 모두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개의 경우 장르와 시대를 넘어 50권, 100권의 책을 고를 경우 다수의 전문가들이 선정하고 집필하기 마련이다. 깊이와 넓이는 함께 가기 어려운 법이니까. 하지만 이 책, 단 두 명이 만든 책 치고는 의외로 다양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뭔가가 있었다.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소개하면서는 “그에게는 인류 전체나 계급보다는 언제나 한 인간, 즉 개인이 중요했기 때문이다.”고 쓰고 있다. 시대에 맞서 싸운 니체의 고독과 디오니소스로의 영원 회귀, 군중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초인이 되는 것을 설파한 니체의 생각이 짧은 글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대해서도 이드, 자아, 초자아의 관계와 유아기에 형성되는 초자아와 이드의 불균형이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정신병리 현상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프로이드 하면 궁금하게 여겼던 칼 융과의 관계와 견해의 차이를 따로 박스로 처리해서 정리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책들에 대한 구체적 내용 소개는 간결하게 핵심만을 짚으면서 그 책이 탄생된 시대적 배경과 사상사적인 의미가 비교적 잘 설명되어 있다. 또한 풍부한 칼라 사진과 다양한 박스 처리를 통해 어른이 읽는 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장점이다.
신약성서를 소개하는 내용만 보더라도 성서를 잘 알고 있는 기독교인들이라도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베드로의 제자인 마가와 바울의 제자인 누가가 스승들과 함께 복음서를 집필한 배경, 누가가 복음서의 후속편인 사도행전을 집필한 배경 등이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롤링의 ‘해리포터’까지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작가는 해리포터에 대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꿈, 자아실현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동양보다는 서양 중심, 종교로는 기독교 중심에 독일 작가다 보니 독일인이나 독일어 책에 대한 편향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전체주의를 싫어해서 인지 ‘공산당 선언’ 등 사회주의적인 색깔의 견해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 일변도인 점도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