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하라트 1~2 세트 - 전2권 - 공주와 구세주
김영지 지음 / 마음지기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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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이트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장르는 ‘로맨스’다. 상대적으로 ‘판타지’ 작품의 수는 적다. 그 중에서 보석과 같은 작품이다. 유일하게 완결까지 연재를 보고 출판된 책으로도 만났다. 물론 이전의 판타지에서의 단골 소재인 ‘차원이동’과 ‘영웅’이 등장하긴 한다. 그러나 완전히 다르다. 마냥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있지 않다. 실제 현실과 흡사한 장면도 여럿 등장한다. 그럼에도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물론 세상에 사랑과 평화가 쉽게 금방 오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희생과 의지가 바탕이 되어서 이뤄낸 것이다. 평범한 주인공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깨닫는다. 그녀가 이세계가 찾던 진정한 구세주였음을. 수많은 위험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세상을 구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인간 군상과 세계의 빛과 그림자와 같은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던 작품이었다. 다음 이야기가 무척 기대가 된다.


<1권>

90

“지켜 드리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킬 수 있는 건 몸뿐입니다. 마음을 지키는 건 공주님 본인의 몫입니다.”


128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외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니야. 내가 할 일은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이 세계에 왜 남았지? 나는 구하겠다고 남았지 구해지려고 남은 게 아니다.


224

지나간 자리라는 말이 있어요.”

“지나간 자리요?”

“네. 지나간 자리를 보면 거기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해요. 물이 지나가면 물기가 남고 불이 지나가면 그을음이 남는 것처럼요. 그런데 세상 모든 것을 통틀어 사람만큼 지나간 자리가 선명한 건 없다고 해요.”


<2권>

60

잘못된 것을 깨닫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멍청이인 걸까? 다들 일그러진 세계에 순응하는데 거기서 각성을 주장하는 건 멍청이인 걸까? 고통이 난무하는 세계가 크고 강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덤벼 보려 하는 게, 정말 멍청이인 걸까?

그렇게 따지면 우린 정말 말도 못할 멍청이들이다. 졸지에 멍청이가 됐으니, 이 싸움에서 절대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멍청이들이 끝내 세상을 이기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85

“우린 오늘 밤 싸울 거예요. 그리고 반드시 이길 거예요. 오빠가 우리를 돕든 돕지 않든 간에요. 도와준다면 더 쉽게 이길 수 있겠죠. 그리고 우릴 도와준다면, 오빠가 지금 하는 그 고민도 끝날 거예요. 그러니까 도와줘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견딜 수 없이 싫다면 이제 참지 말고 같이 싸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레 포기하지 말아줘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많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줘요. 그럼 분명히, 우리가 예상 못 한 놀라운 일이 벌어질 거예요.


212

“스스로 죽어야 하는 그 도시가 자유주의를 채택했다고 하셨는데, 그 도시에 정말 자유가 있을까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밤낮으로 일한다고 들었습니다. 괴롭지만 쉴 수 없죠. 그러면 일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니까. 좋은 자리일수록 사람들이 몰리고 경쟁은 치열해지죠. 그 경쟁의 까닭은, 앞서 얘기한 빈부의 격차 때문에, 좋지 않은 자리에 들어가면 빈곤해지고 이후의 삶도 비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의 목숨을 걸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듭니다. 살아남기 위해 한시도 쉬지 못하고 발버둥 쳐야 하는 그런 사회에 진짜 자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나요? 서열, 직업, 학벌, 소득을 비롯한 온갖 것으로 사람을 옭아맨 그곳에 과연 자유가 있나요? 그곳은 정말, 단 한 사람이라도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늘을 상쾌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곳인가요?”


215-216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우리에겐 한 사람이 세계입니다. 그 한 사람을 포기하는 건 한 세계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한 사람도 포기할 수 없다니, 지나친 이상입니다.”

“아니요, 그게 진짜 현실이죠. 세상 모든 사람이 배부를 때 나만 굶주리고 있다면, 어쨌든 내게 그건 가난한 세상입니다. 이 세계는 결코 다수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나’라는 각 개인에게 투영되는 모든 것이 세계입니다. 아흔아홉 명이 행복하고 한 명이 불행하다면, 그곳엔 분명 하나의 불행한 세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불행한 세계는 그 한 사람에게 전부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때문에 소수를 희생하고 다수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것을 효율이자 최선으로 여기시겠죠. 하지만 희생당해야 하는 그 한 사람을 제대로 볼 때, 그 수학적 사고가 부조리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250

“하늘이 말해요. 단 한 사람도 쓸모없지 않고 단 한 삶도 의미 없지 않다고. 그러니 여러분, 부디 서로를 사랑하세요. 우릴 지켜보는 이를, 여러분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네, 지금처럼 그렇게, 서로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세요.

“그러면 그때 이곳은 정말 낙원이 될 거예요.”


<3권>

196

“공주님은 이미 세상의 절반을 구했어요. 그러니 그쯤에서 만족하고 그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건 어때요? 할 만큼 했으니 굳이 더 깊은 곳에 들어가 상처받을 필요는 없어요.”

“남은 절반이 날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죠?”

내가 이 길에서 내려올 수 없다.

“절반이 아니라 마지막 한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4권>

212-214

“사람의 진정한 자유는 더불어 사는 법을 알 때 찾아옵니다. 그러기 위해 사람은 먼저 자신에게 성실하고 이웃에게 정중해야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마땅히 감당하면서 이웃과 거리낌이 없을 때, 삶에 억압되지 않고 고독에 몸부림치지 않을 때, 사람의 자유가 시작됩니다.”


“그 자유는 자신의 욕심에 묶이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매이지 않으며, 세상의 협박에 무릎 꿇지 않을 때에 비로소 완전해집니다. 그러니 여러분, 우리에게 허락된 자유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매일의 하루를 기쁘게 시작할 수 있게, 또한 주어진 삶을 티 없이 누릴 수 있게.”


“제가 청하고 싶은 것은 그것입니다. 자유하십시오. 우리에게 비참한 노예의 삶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십시오. 여러분이 그것을 약속할 때에 저 또한 여러분께 자유를 약속하겠습니다. 그 무엇도 우리의 자유를 빼앗지 못하도록, 여러분과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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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음 오늘의 젊은 작가 14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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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에서부터 카운트다운이 된다. 처음에는 숫자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 읽다보니 하나씩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시작은 이러하다.


 

그게 온다고 한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가. 끝까지 보다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나름대로 ‘그것’에 대한 정의를 이미 내렸다. 상당히 잔잔한 재난 소설이다. 사건이 난무하지도 않고, 두 사람은 그저 일상을 살아간다. 이들이 사랑하는 방식이 무척 따뜻하다. 차가운 도시와 대비된다. ‘회색인’이 등장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그들이 무엇을 따라가는데 거기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더욱 좋았다. 사람은 이러한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항상 무언가를 따라 가니까. 쫓겨서 가든 스스로 가든…….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의 작가가 이 분이라는 것을 소개글을 보면서 깨달았다. 역시 작품이 마음에 든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174

사람이란 결국 해결로 태어나 해골이랑 살다 해골을 간직하며 죽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지 삶이라는 얇고 불안한 표피를 덧입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93 미국 드라마 「환상특급」

내게 마법의 목걸이가 있다면 그 움직임만은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들의 불안이 아니라 그들의 불안을 지켜봐야만 하는 나의 불안을 위해서.

151

"그때의 연애는 ‘작가의 말’을 읽지 않고 덮어 버린 소설책 같았어요."

152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의 끝은 뭘까요?"

흘러넘치는 촛농을 보며 내가 물었다.

"……"

"이별일까요?"

"아니요."

"결혼일까요?"

"아니요."

"그럼요?"

"상대방을 위해 죽어도 좋은 거요."

"죽어도 좋은 것."

"네, 그거요."

166

그것은 떠난 자보다 남겨진 자가 크게 느끼게 되는 부재의 병폐였다.

173

우리는 최소한 ‘도망갈 데’가 서로에게는 있는 것이다.

180

"……옷을 볼 때마다 내가 꿰매 준 거란 걸 잊지 말아 달라고요."

"네?"

"그러니까 눈에 자꾸 거슬리면 자연스럽게 생각날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이 셔츠를 보고 단추가 떨어졌었나 봐요? 하고 물으면 내가 생각날 거고, 스웨터 어깨선을 보고 맞는 실이 없었나 봐요? 하고 사람들이 놀리면 내 존재를 잠깐이라도 떠올리지 않을까……"

202

"나, 나랑, 여, 연애, 하, 할래요?"

대답한 건 엉뚱하게도 그 옆에 앉아 있던 반이었다.

"멍, 멍."

하고.

221

"세상에는 굳이 안 물어도 아는 게 있어요. 그리고 누구에게나 지나간 사람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리운 사람이든 증오하는 사람이든."

224

동물이 아리기만 한 건 사람과 달리 상처를 줘도 모진 말을 할 줄 몰라서다.

"미안해할 일이 있는 건 나쁜 게 아니에요."

"왜요?"

"그런 게 있어야 애틋해지잖아요. 하나도 없다면 생각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을 거예요. 더 이상 빚진 게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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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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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중에 전에 나온 <산산이 부서진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교수)다. 그런데 뭔가 사건이 계속 진행되고 얽히긴 하는데 영 시원하지 않다. 잘 따라가고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인물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 사람이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은 저 사람인지 자꾸 섞인다. 마지막에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몇 장 남지 않았는데) 그냥 끝난다. 그래서 도대체 이 일은 왜 일어난 거고, 누가 그런 거야? 다들 자기가 아니라고만 한다.

+ 비슷한 추리 소설을 연달아 3권 째 읽어서 다시 좀 시들해졌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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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여름 스토리콜렉터 4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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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은 첫 작품 이후에 읽지 않았다. 되게 강렬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작품부터는 화력이 좀 덜하다는 느낌이었다. 몇 명의 가족을 그 집의 또 다른 아들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살아남은 소녀는 방황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상처를 받는다. 안식처가 없어서 안쓰러운 느낌이었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는 이들과 또 어떠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그 느낌’을 가졌던 거였다. 마지막 부분은 읽고 나서 '소녀는 이제 행복할까?‘ (이번에는 진짜 사랑일지) 궁금해졌다. 그러길 바란다.

 

+ 좀 쉬운 책 독일어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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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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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가 흥미로워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나오는 “범인은 이 안에 있다!”라는 문장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과거에 친했던 (진짜 친했다고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친구의 결혼 전 파티에 갔다. 일단 장소부터 일어나는 일들까지 모두 괴이했다. 마치 ‘무엇’을 위해 그곳을 손수 마련하기라도 한 듯이. 주인공은 일말의 호기심으로 파티에 참석하지만 계속 후회할 일이 생긴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 또한 발생한다. 왜 그랬는지는 읽으면 나오니 궁금하시다면 만나보시길.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심리묘사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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