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어지러이 나는 섬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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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작가의 작품은 <여왕국의 성>이었다. 그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이곳에서도 흐른다.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장소도 의미심장하다. 외딴 곳에 동떨어진 섬이라니.

이번 작품에서도 우연한 계기로 뜻밖의 곳에 머무르게 된 추리소설 작가와 사회학자 콤비다. (다른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들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사건이 일어난다. 모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사실 사건이 일어나는 것보다도 주변 상황 묘사와 대화가 더 많다. 아마도 범인 등을 암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사실 마지막의 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얼추 알 것 같긴 한데 되게 애매하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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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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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정신없이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술술 넘어간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모방범>이었다. 여전히 가장 놀라운 추리 소설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작가는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서술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순간순간마다 저런 느낌 무엇인지 알 것 같다거나, 이런 유형의 사람을 본 적 있다고 끄덕이는 지점이 있다.

또 다른 생각은 법이 정당한 판결을 내리지 못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제다. 애초에 정당한 판결이 있긴 할까 싶다. 희생당한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데. 더 쓰게 되면 스포일러가 될지 몰라 이만 줄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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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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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이 전체적으로 다 어두운 분위기라 읽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이 작품은 눈에 들어왔다.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서 마침내 읽게 되었다.

 

묘하다. 이 단어가 떠오른다. 뭔가 느낌이 색다르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 찾아오는 무언가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분위기가 한없이 가라앉아 있다.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삶을 지속해나간다. 한 권으로 묶여 있는 각각의 단편에서 사람의 마음속에 침잠해있는 감정을 하나씩 혹은 그 이상 느낄 수 있다.

 

기억나는 문장은 이것이다.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비교적 담담하게 서술하는데 이토록 마음이 시리다.

살려내고 싶어도 살릴 수 없는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고통으로 괴로워하는데 진통조차 해줄 수 없는 형편이라면 그 마음은 뭐가 되겠습니까. 짐승 아니겠습니까. 짐승이 되어버린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돈을 벌어. 그 짐승이 되지 않으려고 돈을 법니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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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컬렉터 링컨 라임 시리즈 1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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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읽었다. 확실히 잘 읽힌다. 속도감이 있다.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상상력이 대단하다. 이 작가의 작품 중에서 맨 처음 마난 게 아마도 <본 컬렉터>이지 싶다. 다시 읽고 싶게 만들었다. 반갑다. 어느 정도 사건의 진행과 함께 숨겨진 인물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했다. 다음 권은 언제 나올 지 궁금해진다. 지적이면서도 어딘가 까칠한 주인공도 오랜만에 보니까 좋다. 많은 주인공을 만나본 결과 이런 종류의 사람에게 끌린다.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이면서도 뭔가 빈틈이 있는 존재 말이다. 뭔가 끝을 보아하니 또다시 (조만간) 머리싸움이 시작될 듯하다. 얼른 한국어로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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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 -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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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이 멀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사실 좋아하는 게 맞는 것인지, 그런 ‘척’ 있는지조차 분명하지도 않다. 게다가 자주 바뀐다. 드라마가 시작하고 끝나는 것에 따라서. 그리고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잖아.”


그렇지만 순간의 공허를 감출 수가 없다. 이토록 열렬한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진짜 평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감정이니까?

11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취하는 행동―말이 많아지고 늘 반쯤은 공상에 잠긴 그 상태를 이해하면서도 우리의 수다스러움은 참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일수록 더 절실하다는 걸 알면서요. 원래 타인의 사랑은 웃음거리가 되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거기에 더해 비난의 대상이 돼요. 단지 특수 직업군에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말예요. (……) 방송국 앞에서, 사람들이 경멸에 찬 눈으로 보거나 욕을 하고 지나갈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당신은 평생 이 정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알지 못할 거야, 라구요.

23-24
(……) 사람들은 소중한 것일수록 기록을 통해 남기려고 하죠. 그러나 어떤 기록도 순간의 모방일 수밖에 없다면 도대체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남겨져야 합니까?

26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끔은 나도 어떤 순간을 기록하려 합니다. 사진을 모으고, 때로는 글도 쓰지요. 그렇지만 그것이 불충분하고 불완전하다는 걸 알고 있고, 내가 그걸 안다는 걸 다행으로 여깁니다. 만일 내가 어떤 순간을 기록했는데 그것이 매우 정확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면, 그때가 나의 사랑이 떠나는 순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38
(……) 그러나 내가 느낀 것은 뭔가, ‘뭔가’가 부족하다는 데서 오는 갈증과—심지어는—부당함이었다. 예를 들어 ‘아름답다’는 표현은 이미 수백 년 동안 ‘아름다운 것’을 위해 봉사한 언어였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그 점, 이미 많은 이들이 가장 정확하다고 판단하여 사용한 탓에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이가 상대방을 수식하기에는 너무 닳아버린 언어였다.

70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어째서 나는 사랑하길 포기한 걸까. 기다림에 지쳐서? 아니다. 나는 기다림이 좋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곧 기다림이었으므로 그것은 언제나 달콤했다. 아니, 그렇게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나는 그들을 알게 된 이후 매 순간이 기다림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문장을 쓰며 그 순간을 간신히 버티던 것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나는 고통 때문에 사랑하는 것을 포기했던 걸까?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 나는 고통이 좋았고, 어떤 면에선 그것을 자발적으로 원한 사람이었다. 불확실한 고통이 아무것도 아닌 시간보다 낫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86
(……) 저는 열아홉이 좋아요. 정말 제일 아름다워. 나도 그 나이를 지나왔고, 그 나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데도 그래요. 피부는 더럽고, 생각은 많고 몸은 무겁고. 우울해서 움직이기 싫고, 안 움직이니까 우울해지고. 그때만큼 볼품없는 때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민규를 보면, 아, 쟤는 정말 찬란한 순간을 통과하고 있구나. 너무 찬란해서 저 스스로는 눈멀어 보지 못하는 순간을 지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141-142
(……) 나는 그들로 인해 기록하는 것이 나의, 아니 망각하는 모든 인간이 해야 할 저항이라는 걸 알았고, 설령 망각에 패배하더라도 우리의 의무라는 걸 알았거든요. 또 복잡한 세상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한철과 그 시절 팬의 일상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야 한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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