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닿음 Touch
양세은(Zipcy)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인들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책
연인의 일상을 은밀하게 그려낸 양세은 작가의 <닿음>은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느낀 책이다. 어렸을 때 한창 즐겨 읽던 만화처럼 남자와 여자의 사랑스러움과 그들이 서로 살을 맞대고, 함께 온기를 품어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누군가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그들이 서로 온기를 품어내는 과정은 살짝 야하기도 하고, 연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몸짓의 언어들이 들어가 있었다. 추운 겨울 날 옆구리가 시릴 정도로 그들의 뜨거운 온기와 은밀하게 건네지는 눈빛과 손길들이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글이 많은 책은 아니지만 그림 속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눈빛과 자그마한 행동들이 서로의 연애의 온도를 측정해주는 것 같다. 때로는 설레이게,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작은 손길 하나까지도 위로가 되어준다. 때때로 그것이 잠시 지나가는 바람일 수 있으나 <닿음>에서는 현재 연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살포시 오가고 있다. 그래서 더 자극적이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연애를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연인들의 표정, 버릇, 애꿎은 장난, 웃음, 위로, 몸의 표현들이 세밀하게 묻어나 있다. 연인이 함께 책을 본다면 함께 해보고 싶은 포즈들과 그들의 마음이 서로 묻어나 있다. 서로를 어루만지는 장면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한 사람이 쇼파에 앉고, 한 사람이 기대듯 누워 있는 장면이었다. 한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라 가장 눈길을 사로 잡았던 그림이었다. 책의 말미에는 양세은 작가가 어떻게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지 과정에 대해 수록해 놓아 작품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하나하나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기 전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그녀의 그림을 보았을 때 참 예쁘게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책을 받아들고 보니 컴퓨터에서 본 것 만큼이나 더 인물이 살아있다.
요즘은 웹툰이 발달되다 보니 예전만큼 펜화로 그린 만화를 보기 어려운데 <닿음>에서는 컴퓨터로 작업을 했어도 펜으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 더 반가웠다. 우리나라 독자 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스페인등 해외 언론에서 조명하고 있는 작가라 그런지 그림과 함께 설명된 짧은 문구 뒤에 영어 번역이 함께 되어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할 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가 가장 따스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색감이나 선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