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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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하게 예지가 가능하다..." (p.387)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가 이런 가설을 이야기했단다. 라플라스가 수학자였는지도 몰랐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때문에 그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초능력자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을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제목에 라플라스가 들어가 있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니 어렵게 다가오다가, 번잡했던 머릿속을 한방을 풀어 헤쳐준다. 초능력자는 아니고 천재라고 이야기 하면 될듯하다. 천재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되는 걸까? 아니, 천재들의 이야기를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모녀를 덮친 토네이도가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살아남은 어린 소녀 마도카와 뇌의학계의 권위자인 아빠, 우하라 박사. 갑자기 건너 뛴 시간은 첫장에 나왔던 마도카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8년이라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온천지가 많은 일본의 D 현에서 황화수소 중독 사건이 일어나면서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무서워서 어디 온천욕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사건은 단순 사건인것이 확실한데, 의심을 표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경찰인 나카오카와 지구화학 교수인 아오에가 그 사건으로 얽히기 시작한다. D현만의 일이라면 그냥 묻혔을 것이 또 다른 온천지에서도 유사한 황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가 일어나면서 이 말도 안되는 사건 현장을 찾은 아오에는 두 현장에서 만난 마도카를 만나게 된다.


토네이도에서 살아났던 소녀의 재등장이다. 소녀가 찾고 있는것은 무엇일까? 아오에가 가능곳마다 나타나는 소녀와 소녀 앞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는 인물. 곁가지처럼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아오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다가 뜬금없게도 젊은 아내와 결혼을 한 나이 많은 영화프로듀서를 이야기하고 식물인간처럼 있던 아마카스 겐토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 나고 있는걸까? 온천이 많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에 맞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을때, 종횡무진하면서 움직이는 마도카가 보이는 행동은 일반적인 사람에 관점에서는 보통의 행동이라고 말할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 아이에게 뭔가 있는데, 그게 뭘까?


"투시를 한다거나 손대지 않고 뭔가를 움직이는 게 가능한 건 아니니까. 순간이동도 못해. 가능한 건 예측뿐이지. 그것도 물리 현상에 한정되어 있어. 당연한 일이지만 생물이 개입되는 경우에는 예측이 어려워. 길고양이는 어디로 사라졌는냐 같은 건 전혀 몰라." (p.384)


아마카스 겐토의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다. 이 소년이 이야기하는 라플라스의 악마. 초능력하고는 다른 그 무엇. 일반인들의 눈에는 초능력이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것들. 소년이 엄마와 누나를 잃고 혼자 누워있을때 일어났던 일들은 소년만 알고 있다. 소년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진실이었을까? 영화감독이었던 아마카스 사이세이. 그의 블로그를 통해서 보여지는 완벽한 삶. 그 삶은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블로그 속 삶이었다. 완벽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기쁨만 가득할 것 같은 블로그 속 삶. 그런 삶이 정말 가능할까? 이야기들을 한다. 카스와 블로그의 모습을 믿지 말라고. 누군가 동경하는 그 삶이 거젓일수도 있다고 말이다. 완벽한 가족의 모습은 사고로 인해 아버지인 사이세이를 제외하고는 죽음을 맞이하고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의탁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곳에 토네이도를 비껴간 우하라 박사가 함께 한다. 어느 삶이든 연결이 되지 않는 삶은 없어 보인다. 모든 삶은 그렇게 연결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인물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다. 열여덟 소녀를 경호하는 다케오. 마도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을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신의 장난쯤으로 치부해 버려야 할까? 자신들만의 의미가 있기에 『라플라스의 마녀』속 모든 인물들은 움직인다. 어느 한명도 그냥 움직이는 인물들은 없지만, 그 모든것은 책장이 넘겨져야만 알 수가 있다. 소녀와 소년의 삶의 의미. 어떤 삶이 더 중하고 덜 중하다고 이야기 할수는 없다. 하지만 아마카스 사이세이를 보면서 오로지 나만을 보여주기 위한 삶이 나를 위한 삶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서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히가시노 게이코는 라플라스의 악마와 마녀를 탄생시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p.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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