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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갈대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3
사쿠라기 시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일본 홋카이도 남동부에 있는 구시로에서 좀 더 동쪽에 있는 네무로방면에 있는 앗케시라는 마을에 있는 스낵바 ‘바비아나’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던 고다 세쓰코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회계 사무소를 경영하는 세무사인 사와키와 함께 친정을 방문한 후 세츠코는 놓고 온 물건이 있다고 사와키를 차에서 기다리게 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가죠.
그 직후에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고 세쓰코라고 간주되는 심각한 상태의 소사체를 발견하게 되고, 세쓰코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 과연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의문을 남기게 된 상태에서 이야기는 진행이 되는데, 거기에서 과거로 되감아져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구시로에서 러브호텔을 경영하는 세쓰코의 남편 고다 키이치로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의식불명인 중태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키이치로가 마치 자살사고처럼 보인 그 사고현장은 세쓰코의 친정과 매우 가까운 장소이죠. 어머니 리츠코는 한때 키이치로와 연인관계였던 사이로 그 사이에서 세츠코가 태어나게 되고, 나이차가 나는 남자와 또다른 살림을 차린 모난 인과관계가 두드러진 모녀들이죠. 키이치로와 리츠코의 관계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듯 하고, 세쓰코도 세쓰코 나름대로 한때 근무했던 회계법인사무소에서 만난 사와키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교재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한편, 세츠코는 첫 시집 ‘유리 갈대’가 출판된 시점을 계기로 같은 음악교실을 다니는 사노와 딸인 마유미를 알게 되고, 결국 마유미가 학대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노리코의 부탁으로 마유미를 맡게 되고, 딸의 부탁을 들은 키이치로는 아파트의 옥상에 그들을 숨겨 주게 되는데, 그 일을 기점으로 세쓰코의 일상은 점점 꼬여들어가기 시작하게 되죠.
마유미에게 학대한 가해자가 아버지인 사노와 그 사노가 짜내서 계획한 유괴사건의 전말과 세쓰코의 어머니인 리츠코의 실종을 예감케 하는 전화 등...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정없이 휘몰아치고, 그로 인해서 세쓰코는 일상에서 비일상의 삶의 연속속에서 꼬여가는 일상을 겪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하게 됩니다.
키이치로와의 부부관계와 사와키와의 만남 등 그리고 노래교실에서 주변인들의 토모코에게 보이는 심한 행동들속에서 세쓰코는 점점 지쳐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노리코의 남편에 대해 조용히 모종의 계획을 실행해 나가는 모습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고 살아가려는 세쓰코의 강한 의지와 각오가 옆보이게 됩니다.
타산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세쓰코이지만 내심 속은 살아가려는 삶에 대한 집착이 있고, 그럼에도 어디에도 자리를 잡거나 기대지 못하고 마음한구석에 뻥 뚫린 구멍을 매꾸지 못한 체 공허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또한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육체적인 관계를 이어나간다고 그렇다고 다 사람과 마음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것은 없고, 얻는다해도 다 부질없고 그리 많은 것을 얻을 수 없음은 이미 그녀자신이 오래전부터 알고 깨닫고있었던 부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엔 파국으로 끝을 맺게 된 이 상황들 속에서 그럼에도 끝까지 그녀의 곁에서 동행을 했던 사와키는 결국 그녀에게서 보답받지 못하는 주변인으로 남고 그렇게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고 가까이 곁에 있고 싶었지만 끝내 접근할 수 없었던 그가 가장 큰 슬픈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야기의 주 무대와 배경은 저자인 사쿠라기 시노의 경험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으로 앗케시의 쇠퇴하고 황량한 느낌이 이야기와 잘 일치하고, 읽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나름 크라임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괜찮은 작품으로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깜짝 놀랄정도의 뒤집어지는 경악스러운 라스트 결말은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는 부분으로 간만에 읽은 훌륭한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으로 이 작품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영이 되었다는데 한번 드라마도 찾아서 봐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