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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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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한 장 한 장에 저자의 시적인 에세이가 곁들여진다. 아마도 저자의 에세이가 시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오감을 표현하는 의성어 의태어들과 아름다운 우리 옛말들이 함께여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시를 쓰듯 저자는 그림을 읽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라 자연과 사람과 현 세계와 다른 세계를 오가며 짤막짤막한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의 이야기가 그림에 대한 심도있는 해석의 성격이 아니라서인지, 아니면 감각적인 우리말들때문인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옛 그림과 어울려 옛 구전노래처럼 리드미컬하게 들리는 듯 할 것이다. 내게 저자의 우리말들은 매우 이미지적이면서도 노래와 같았다. 그래서 그림 안의 소리와는 또 다른 오감의 그림읽기가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괘꽝스럽다’일지, ‘사랑옵다’와 같은 순 우리말들을 읽는 즐거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대어에 익숙해지다 못해 자고 나면 늘어나는 신조어들 사이에서 우리의 옛말들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듣기에도 재미난 옛말들은 우리에게 우리 옛말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 교육에도 일말의 힌트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된다. 한자어를 넘어서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과 신조 줄임말 등을 사용하는 우리에게 감각적인 순 우리말 표현들은 그저 언어가 아닌 그 자체로 오감을 자극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림 읽기로 유명한 저자인 만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거나 혹은 숨은 작가의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긴 하지만 전작과 그의 강연에 비해서라면 이 저서만큼은 읽는 이의 다양한 그림 읽는 감각을 일깨우는 데 자극을 주는 데서 멈추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그림을 읽고 생각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모처럼의 휴가들을 앞두고 휴식을 함께 할 책을 찾는다면 추천하고픈 책이다. 조영석의 <탁족>과 같은 옛 그림들과 상큼한 우리말이 가득한 동화 같은 에세이들을 읽노라면 휴식의 시간을 더 편안하게 이끌어줄 듯 하다. 요사이 몇몇의 옛그림이 등장하는 책을 만나면서 오래된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은 빛바랜 종이처럼 내 시야를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휴가를 기대하고 있어서일까. 책 속의 그림들을 실물로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즐거워진다. 저자가 잘 메모해준 그림 목록의 소장처를 찾아 도시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에서 휴식을 옛그림을 직접 만나보는 기회로 삼아도 좋겠다. 저자가 알려주는 이름 몰랐던 옛 그림의 작가 소개를 읽으며 말이다.  

사진 혹은 영화 속의 이미지들처럼 과거의 시공간, 그 순간의 박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를 재현하지 않고 해석되거나 온전히 작가의 역량으로 해석되는 그림들 속의 모두는 나이 들어버리거나 이미 박제된 과거일 뿐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아마도 그림 속의 모델이 된 자연과 인물들은 대를 거듭해가며 대체되고 변화한 모습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겠지만 사진처럼 그림 속 인물과 자연은 그때 그대로의 순수성을 가지고 있다. 때로 상상의 세계가 그림 속에 등장하더라도 당시의 세계관의 바탕이 되었을 그 시공간의 모습을 닮아 있고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현재를 사는 우리의 희노애락과 삶과 피안에 대한 상상을 보게 된다. 
 옛 그림 하면 수수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떠올리기 쉽지만 때로 익살스럽고 때로 힘이 넘친다. 18세기 이인상의 그림 <소용돌이 구름>은 마치 현대미술가 김중섭의 ‘소’들처럼 역동적이어서 감정분출의 대리만족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내가 옛그림에서 매번 가장 감동하는 것은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묘한 기운을 느껴진다는 것인데 저자 또한 <계산포무도>의 글에서 ‘소리가 들리는 그림’이라고 소개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인간의 속기마저 털고’ 가는 바람, 그 바람의 소리가 들리는 그림은 눈 뿐 만 아니라 귀마저 개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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