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고고 - Mamma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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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목이 mama go go 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이름이 고고 였다. 얼마전 남편을 하늘나라고 떠나 보낸 고고는 아들의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는다. 아들이 만든 '자연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는 노년을 다룬 작품으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어머니께 이 영화를 바친다는 말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어머니는 환한 미소로 응답한다. 품위있어 보이는 고고와 아들의 사이가 참 돈독해 보인다.  

그런데 혼자 살고있는 고고에게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과 달리 자꾸 깜빡하기 일쑤였는데, 주방에 물을 올린 채로 깜빡 잠들어 연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게 된다. 옆집 여자가 문을 두드려 고고를 깨우지 않았더라면 더 큰 사고로 번질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고, 물 잠그는걸 깜빡해 집안에 물이 차 오르고 이웃집에까지 피해를 준다.  

거기다 남편이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준 금팔찌와 보석을 딸들이 가져가 팔았다는 의심을 하며 거세게 비난한다. 또 며느리에게도 폭언을 하는데, 영화 초반에 나온 인자하고 품위있는 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고고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해 계속 앉아있게 되는데, 이 소식을 접한 아들과 딸은 상황이 심각하다는걸 인식하게 된다. 더 이상 어머니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되겠다며 양로원에 모시자는 결론을 내는데, 처음엔 이 결정에 크게 화를 냈던 고고도 계속되는 사건으로 인해 어쩔수없이 따르게 된다.

아들도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는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의 상황도 안 좋긴 마찬가지고 걱정할게 산더미였다. 사재를 털어 만든 '자연의 아이들'은 흥행에 참패했고, 은행의 빚독촉은 심해진데다 카드마저 중지됐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집에 있는 그림을 은행에 있는 친구에게 주는 대신 카드를 다시 쓸수 있게 됐지만 이마저도 잠깐뿐 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믿을 건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소식이 없고, 결국엔 패리스 힐튼이 주연으로 나오는 미국 영화를 군말없이 맡을수밖에 없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 일을 맡지 않으면 진짜로 위험한 상황이 될테니 말이다.  

스페인의 베니돔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아들은 한숨 돌리 됐다고 생각하며 방송국에 직접 전화해 토크쇼에 출연도 하지만, 아무도 베니돔 영화제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큰 도움을 받진 못했다. 더구나 미국 영화마저 못 찍게 되면서 아들의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어머니의 상태도 심각해져만 가는데 자식과 떨어져 홀로 양로원에 있는 그 모습이 참 외로워 보였다. 아들과 딸들은 어머니의 집과 그림,보석들을 팔아 나눠가지게 되는데 그들은 어머니가 다시 이 집으로 오지 못할거라는걸 잘 알고 있는듯 보인다. 입으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자식들은 어머니의 마지막이 오고 있다는 걸 직감했고, 유산을 배분하게 된 것이다. 아직 어머니는 살아있기 때문에 그런 자식들의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난할수도 없다. 어차피 나중에라도 해야 할 일이고, 살아야 할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니까. 

아들은 '자연의 아이들' 시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 문제에 대한 성찰과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라고 했는데, 그 영화에 나오는 노인들과 어머니 고고의 모습은 여러모로 닮아 보인다. 정처없이 헤매는 영화 속 노인들과 양로원을 계속 탈출하려는 고고의 모습이 겹친다. 병이 생긴 이후 고고에겐 죽은 남편이 보이는데, 살아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사랑이다.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도 흑백 화면으로 나오는데 처음엔 고고의 과거인지 모르고 무성영화 인줄 알았다. 젊었을때의 고고와 남편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는데, 고고가 가고자 하는 곳이 바로 그때 그 시절이 아닐까 싶다.

양로원에 들어간 후 더 증상이 심각해진 어머니를 보면서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백한다. 어머니가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컸는지를, 내게 생명과 인생을 보는 법을 알려준 어머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지금은 어디 계신거냐며 운다. 그 고백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래본다. 어머니의 정신이 더 맑았을 때, 병에 걸리기 전에 더 잘해드렸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언제나 뒤늦게 행동하고 후회하는 것 말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만 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좋은건지 나쁜건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결국 아픔을 조금씩 잊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죽음의 길을 가는 건 혼자만의 몫이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또 자신만의 몫을 견뎌내며 살아가게 된다. 아들은 어머니를 그렇게 떠나보냈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토막 난 주식을 팔아버리자 곧 주가가 올라 괴로워하고, 언젠가는 자신의 영화를 또 만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고고는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만나며 그토록 가고싶어했던 곳으로 갈 것이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찬란하고 눈부셨던 그 시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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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으로, 한 뼘 더 - One Step More to the Se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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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 여고생 원우(김예리)는 희귀질환인 기면증을 앓고 있다. 언제 어디서 잠이 들지 모르는 병은 항상 불안을 달고 살게 했고 일상 생활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감정 변화가 생기면 증상이 즉각 나오기 때문에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시원하게 웃지도 못한다. 웃고 싶을 때 웃고, 슬퍼질 때 울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마저 원우에겐 허락되지 않는 셈이다.  친구들은 입시라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지만, 원우에겐 그 것마저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적어도 친구들은 원하지 않는 잠을 자지도, 길 가다 쓰러지는 위험한 상황도 겪지 않으니 말이다.

수업시간에도 스르르 잠이 들기 일쑤인 원우지만 그래도 학교에 가는 것만은 포기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원우의 마음도 모른 채, 아픈 애가 왜 학교에 있냐며 면박을 준다. 아마도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귀찮아하는 그 말투가 참 잔인하게 들린다. 비록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래도 원우가 학교에 오기 위해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응원은 못해줄망정 입시에 방해되는 장애물로 여기는 것 같아서 말이다.  

 

원우가 하고 싶은건 자전거를 타는 일이다. 엄마에게 자전거를 사 달라고 틈 날때마다 조르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NO 이다. 엄마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다. 잘 걷다가도 갑자기 쓰러져서 다치기 일쑤인데, 하물며 바퀴달린 자전거를 타고가다 쓰러지면 더 크게 다칠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쓰러진 장소가 횡단보도 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큰 사고로 연결될수 있다.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는 딸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학교에도 자주 찾아가고 차로 데리러 오는 엄마에게 원우는 과잉보호라며 핀잔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수없다. 딸이 안전할수만 있다면 더 심한 과잉보호도 할수있다. 원우 할머니의 말처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은 소리요, 가장 슬픈 소리는 내 새끼 눈물 흘리는 소리이다. 아픈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수 있는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투정을 부리고 싶은게 사춘기 딸의 행동이기도 하다.  

병 때문에 제약이 많은 원우는 친구도 없는데, 어느날 같은 반 친구인 준서(홍종현)가 슬며시 원우의 일상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둘은 그 나이 특유의 풋풋함을 보여주는데, 병을 앓고 난 후 한번도 타지 못했던 자전거를 같이 탈만큼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엄마 연희(박지영)의 일상에도 사랑이 찾아오는데 문화센터에서 만난 사진작가 선재(김영재)의 일방적인 구애로 시작된 거였다. 그동안 연희는 원우 엄마로서의 삶만 있었다. 그래서 선재라는 남자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관심이 있다는 걸 표하자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연하인데다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고, 처음엔 관심마저도 부담스러워 벽을 쌓기만 했다. 아줌마를 놀리는건가 싶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은근하게 스며드는 그의 진심어린 사랑에 마음을 조금씩 열게됐고, 오랜만에 자신이 여자라는걸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원우는 아빠의 기일도 잊은 채 데이트를 즐기는 엄마가 미웠고 배신감을 느꼈다. 엄마는..엄마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그러나 원우도 이제는 안다. 나에게 준서가 찾아오면서 세상에 한발짝 더 다가갔듯이, 엄마도 선재 아저씨를 통해 삶을 더 확장시킬수 있는 거라는걸..그렇게 원우는 세상에 한뼘 더 다가가기 시작한다. 기면증이라는 병 때문에 할수 없는 일이 더 많겠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럴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누구의 도움없이도 설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게 보고싶던 바다에 혼자 간 일이 그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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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쉬 - Fetish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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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통 얼굴을 못 보고있는 송혜교씨를 영화《페티쉬》에서 만나게 됐다. 외국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춘 첫 해외 진출작인데 큰 규모가 아닌 독립 영화였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무속인의 삶을 거부한 여성 이었는데, 이국적인 공간과 한국문화가 내뿜는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이야기의 흡입력은 형편없었는데, 무표정한 표정의 송혜교씨처럼 그 속을 알수 없게 만들어 시종일관 의아하게 만들었다다. 뭔가를 이야기 해주려는 시도는 눈에 보이지만 그걸 연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내가보기엔 감독이 의도하고자 하는 게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100을 표현해도 관객과 소통이 될까 말까 한데 반의 반도 못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고, 송혜교씨의 연기도 굳이 연기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역할이라 그런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예쁜 송혜교씨가 출연했다 뿐이지, 배우 송혜교로서의 능력은 거의 볼수가 없었다. 영어 대사도 간략하고 (대사 자체가 많이 없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역동성 있는 영화가 아니라서인지 점점 지루해졌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깊이 몰입하기 힘들었는데, 왜 주인공이 저런 행동을 했는지 완벽하게 이해가 안됐다. 어떤 내용인지는 알겠는데, 찜찜함이 계속 남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왜 청소년 관람불가 인지도 모르겠다. 
 

  

숙희(송혜교)는 중매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 피터(롭 양)와 결혼해 미국으로 오게 됐다.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살게 될 집으로 처음 온 숙희의 표정은 이제 막 결혼한 행복한 새댁이라기 보단, 낯선 공간에 오게 된 두려움과 낯설음으로 가득 차 있다. 옆집에 사는 피터의 친구인 존과 줄리 부부가 인사를 해 오는 것도, 줄리가 집으로 찾아 온 것도 아직은 쑥스럽고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하지만 점점 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숙희가 자신의 영어 이름을 줄리 로 지은것이 영 이상하다.그녀가 마음에 들어서 일수도 있겠지만,똑같이 줄리라 이름지은건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진 않다. 그녀의 표정에선 아무것도 읽을수가 없다. 어쨌든 이제 두 부부 사이엔 공통점이 생겼다. 아내의 이름이 '줄리'라는 것. 이름을 지은게 숙희의 기분을 바꿔놓은 것인지 그 후부터는 존의 집에 자주 들르며 와인도 마시고 수영도 한다. 편하게 아무때나 와서 수영하라고 했는데, 정말로 그런다. 마치 자신의 집 처럼..

 

존이 없는 사이 줄리와, 피터와 줄리(숙희)는 마약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피터가 의문사 하게 된다. 친정 어머니가 해준 배게에서 방울소리가 나는 장신구를 발견하게 줄리는 황급히 마당에 묻는데, 줄리의 과거가 밝혀지며 피터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려준다. 숙희가 쫒기듯이 한국을 떠난 것도, 결혼을 서두른것도 모두 무당이 되지 않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운명을 거스르면 주변 사람이 죽는 것처럼, 피터도 그에 따른 운명의 댓가를 치른게 아닐까 싶다. 졸지에 아들을 잃은 시어머니는 숙희를 한국에 돌려보내려 하지만 옆집 줄리가 준 마약때문이라는걸 알게되자 다시 며느리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아들이 없는 삶을 감당하지 못하고, 끝내는 숙희이자 줄리인 그녀만이 홀로 남게 된다.  

홀로 미국에 왔다 2명의 가족을 만나 셋이 됐지만 이제는 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줄리(숙희). 운명을 피하기 위해 이곳으로 도망쳤지만 그마저도 실패하자,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옆집 부부가 된다. 다소곳하고 순종적으로 보였던 숙희는 180도로 변신해 이들 부부를 갈라놓기 시작하는데, 존과 줄리에게 이보다 더 끔찍한 공포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끔찍하고 지루한 영화를 보았다. 기이한 마지막 장면도 영화의 한계를 보여주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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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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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감독이 4편의 이야기를 담은《미안해,고마워》는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영화이다. 송일곤 감독의 '고마워 미안해'에선 반려견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뒤늦은 화해를 하는 딸의 이야기를, 오점균 감독의 '쭈쭈'에선 밑바닥 삶을 살고있는 노숙자와 병에 걸린 강아지 쭈쭈와의 만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박흥식 감독은 '내 동생'을 통해 어린 시절의 반려견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임순례 감독의 '고양이 키스'에선 서로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부녀가 길고양이를 매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젠 애완동물 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 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쓸만큼, 우리 사회에서 동물이 갖는 의미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됐는데 또 다른 한켠에서는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길고양이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음에도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며 싫어하고 눈엣가시로 여긴다. 오래전부터 고양이는 영물이라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편견 때문에 길고양이가 살수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고양이 키스'의 딸 처럼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중절수술을 해주거나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지지 못하게끔 매일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노력도 눈총을 받고 있다. 길고양이가 집 주변에 있는 것도, 소리를 내는 것도 모두 사람들이 챙겨주어서 그런거라며 말이다. 사람들이 챙겨주지 않아도, 챙겨줘도 싫어한다. 아이들도 이런 편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길고양이를 해쳐도 되는 나쁜 동물로 여기기 일쑤이다. 정작 고양이를 길에 버린건 사람들인데 말이다.  

딸 과는 달리 아버지는 보통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즉 '고양이는 왠지 주는것 없이 싫다' 라는 입장이다 . 아버지는 도통 시집 갈 생각은 하지 않고 고양이에 홀린 딸이 영 마뜩찮다. 퇴임하기전에 딸이 결혼하지 않는 것도 잔소리중 하나인데, 그동안 낸 축의금을 재임기간 내에 다 돌려받지 못한게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모양이다. 아버지와 딸이 투닥투닥 다투다가도 고양이를 매개로 화해하는 모습은 천상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서로 불만을 쏟아내고 싫어한다고 해도 결국 언제 그랬냐 싶게 가까워지는 모습 말이다.  

4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건 '내 동생' 이었다. 귀여운 꼬마 아이 둘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엄마미소를 한 채 감상했는데, 정말로 예뻤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귀여운 보은이는 집까지 뛰어가서 혼자 문을 여는데 아마도 부모님이 집에 안계신 모양이다. 그런데 집엔 여동생 보리가 있었다. 아직 어린 보리가 혼자 집을 지키는게 의아하긴 했는데, 더 이상했던건 보리가 보인이보고 계속 '형'이라고 부르는 거였다. 왜 '언니'가 아닐까 싶었지만 두 아이의 노는 모습에 금세 잊혀졌다. 아마도 둘 사이의 특별한 호칭이겠지 하면서 말이다.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놀이에 푹 빠진 자매는 같이 욕조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게 되는데, 때마침 집에 들어온 엄마가 발견하게 된다. 엄마는 놀라면서 보은이를 욕조에서 꺼냈고, 보리와 같이 목욕하지 말라며 꾸중한다. 대체 뭣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왜 보리는 욕조에 계속 놔두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그때 보은이가 훌쩍이며 말한다. "엄마,보리가 자꾸 나보고 형이래."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은 욕조에 있는 강아지 한마리 였다. 부모님이 강아지 보리를 데려오며 동생 삼으라고 했는데, 진짜로 보은이는 보리를 여동생이라 여긴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임신을 해 진짜 동생이 생길거라고 하자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럼 보리는 가짜 동생이란 말인가?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어른들은 알리 없다. 그래서 보은이와 보리가 어쩔수없이 떨어져 있을 때, 보은이가 느낀 슬픔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랬다면 둘은 갈라놓지 않았을텐데, 보리가 영영 사라지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처음엔 너무 귀여운 이야기라 기분 좋게 봤다가 나중에는 한없이 슬퍼지게 만드는 '내 사랑'. 그래도 둘이 아름다운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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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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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가슴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도는 단어가 바로 '엄마'이지 않을까. 각자 생각하는 엄마의 이미지는 다르겠지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등을 돌려도 엄마만은 날 믿어주고 이해해 줄 것 같다. 아마 눈을 감을때까지 자신보다는 자식 걱정을 더 많이 하게 될 엄마라는 존재. 나도 세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나의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됐다. 어렸을 땐 큰 울타리를 쳐준 보호자로, 나이가 들면서 친구로, 이제는 아이처럼 돌봐주고 싶고 내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드리고 싶은 어머니.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다보니 더욱 더 엄마가 생각났다.   

영화엔 총 3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억척 엄마 동숙(엄정화)과 철부지 엄마 옥주(김해숙), 그리고 프리마돈나 엄마 희경(전수경)이다. 동숙이 억척 엄마로 살수밖에 없는 건 5년 밖에 못사는 아들 원재와 세계여행을 꿈꾸기 때문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동숙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요구르트 배달도 하고 가정집 냉장고 청소 일도 하면서 한푼 두푼 소중히 모으는데, 이 모두가 아들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동숙의 밝은 모습마저 안쓰러움을 자아내는건 왜 일까. 아마도 엄마인 내가 삶을 포기하고 힘들어하면 원재의 건강이 더 나빠질수도 있고 슬퍼하기 때문에 없는 용기마저 쥐어짜며 버티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미소 뒤엔 슬픔이 자리하고 있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오늘도 아들 앞에선 웃고 또 웃는다. 그런 엄마덕에 원재는 아픈 아이라고는 믿을수 없을만큼 구김살없이 잘 자라주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예쁜 아이로 컸다. 

하지만 아들과의 짧은 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동숙의 바람도 너무 큰 욕심이었던 걸까. 동숙마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청천벽력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왜 불행은 지나치지 않고 또 찾아오는 것일까. 아들보다 먼저 눈을 감아야만 하는 동숙의 애처로운 상황과 사실을 알게된 원재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이 예쁜 가정에 다시 밝은 웃음이 울려 퍼질수 있을까? 하지만 자신의 몸이 아픔에도 아들을 먼저 생각하는 엄마의 큰 사랑은 계속 된다. 아들로 인해 다시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얻은 엄마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아들의 애절한 바람이 슬프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원재의 이야기로 슬퍼졌다면 옥주엄마와 아들의 즐거운 생활 속으로 얼른 들어가보자. 어머니 역할의 표본인 김해숙씨는 이번엔 귀여운 엄마 역할로 나오는데 구수한 사투리와 애교있는 말투, 소녀감성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엄마 옥주는 잘 나가는 영어 학원 선생에다 자신을 지극히 잘 모시는 아들 승철(유해진) 때문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은 승철이 보호자 같고 옥주가 자식 같은데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갓 결혼한 신혼부부 저리 가라다. 그런데 효자 승철에겐 한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그의 실제 직업은 조폭 이었던 것. 엄마가 남편에게 매맞고 살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차마 자신이 폭력을 행사하는 조폭이라는 걸 밝힐수 없었고 아마 평생 말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줄은 꿈에도 모르는 옥주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한데, 유방암 선고로 한쪽 가슴을 도려내야 하는 큰 시련을 맞게 된다.  

이제 여자로서 살수없다며 크게 실망하고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니 승철로선 속이 타들어가고, 엄마의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약속까지 하며 수술받도록 하기위해 노력한다. 엄마를 어르고 달래며 안절부절 못하는 승철에게 엄마 옥주는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생각만큼 순탄하게 흐르진 않는다. 그래도 엄마의 아름다운 만남을 위해 열심히 뛰는 승철의 노력이 과연 좋은 결실을 맺게 될까? 유쾌하고 귀여운 모자 관계이다.

 

그에 반해 엄마 희경과 딸 은성의 관계는 모난 구석이 많다. 잘 나가는 교수에다 프리마돈나인 엄마 희경은 천박한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언제나 고고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스타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있기에 언제나 여주인공은 자신의 몫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으면 괴로워한다.그런 엄마의 매니저 역할을 겸하고 있는 주부 은성은 그런 엄마와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녀가 먼저 다가가려고 해도 언제나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 딸이 뭘 원하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마지막엔 말다툼으로 끝났는데 이번엔 냉기류가 더 오래갈 것 같다. 유명한 엄마를 두었기에, 자기 중심적인 엄마를 두었기에 은성이 감당했을 마음고생이 눈앞에 선하게 보인다. 딸이 감기걸렸는데도 몸걱정을 해주기는 커녕, 자신의 목 상태를 먼저 걱정하는 엄마라니. 하지만 결국 엄마이기 때문에, 딸이기 때문에 서로를 응원하게 되고 마음이 풀리게 되는 것 같다. 비록 좋을 때보다 미운적이 더 많은 엄마이지만 결국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건 엄마이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은 은성의 미소가 참으로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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