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듣기만 해도 가슴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도는 단어가 바로 '엄마'이지 않을까. 각자 생각하는 엄마의 이미지는 다르겠지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등을 돌려도 엄마만은 날 믿어주고 이해해 줄 것 같다. 아마 눈을 감을때까지 자신보다는 자식 걱정을 더 많이 하게 될 엄마라는 존재. 나도 세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나의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됐다. 어렸을 땐 큰 울타리를 쳐준 보호자로, 나이가 들면서 친구로, 이제는 아이처럼 돌봐주고 싶고 내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드리고 싶은 어머니.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다보니 더욱 더 엄마가 생각났다.   

영화엔 총 3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억척 엄마 동숙(엄정화)과 철부지 엄마 옥주(김해숙), 그리고 프리마돈나 엄마 희경(전수경)이다. 동숙이 억척 엄마로 살수밖에 없는 건 5년 밖에 못사는 아들 원재와 세계여행을 꿈꾸기 때문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동숙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요구르트 배달도 하고 가정집 냉장고 청소 일도 하면서 한푼 두푼 소중히 모으는데, 이 모두가 아들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동숙의 밝은 모습마저 안쓰러움을 자아내는건 왜 일까. 아마도 엄마인 내가 삶을 포기하고 힘들어하면 원재의 건강이 더 나빠질수도 있고 슬퍼하기 때문에 없는 용기마저 쥐어짜며 버티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미소 뒤엔 슬픔이 자리하고 있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오늘도 아들 앞에선 웃고 또 웃는다. 그런 엄마덕에 원재는 아픈 아이라고는 믿을수 없을만큼 구김살없이 잘 자라주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예쁜 아이로 컸다. 

하지만 아들과의 짧은 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동숙의 바람도 너무 큰 욕심이었던 걸까. 동숙마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청천벽력같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왜 불행은 지나치지 않고 또 찾아오는 것일까. 아들보다 먼저 눈을 감아야만 하는 동숙의 애처로운 상황과 사실을 알게된 원재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이 예쁜 가정에 다시 밝은 웃음이 울려 퍼질수 있을까? 하지만 자신의 몸이 아픔에도 아들을 먼저 생각하는 엄마의 큰 사랑은 계속 된다. 아들로 인해 다시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얻은 엄마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아들의 애절한 바람이 슬프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원재의 이야기로 슬퍼졌다면 옥주엄마와 아들의 즐거운 생활 속으로 얼른 들어가보자. 어머니 역할의 표본인 김해숙씨는 이번엔 귀여운 엄마 역할로 나오는데 구수한 사투리와 애교있는 말투, 소녀감성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엄마 옥주는 잘 나가는 영어 학원 선생에다 자신을 지극히 잘 모시는 아들 승철(유해진) 때문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은 승철이 보호자 같고 옥주가 자식 같은데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갓 결혼한 신혼부부 저리 가라다. 그런데 효자 승철에겐 한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그의 실제 직업은 조폭 이었던 것. 엄마가 남편에게 매맞고 살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차마 자신이 폭력을 행사하는 조폭이라는 걸 밝힐수 없었고 아마 평생 말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줄은 꿈에도 모르는 옥주는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한데, 유방암 선고로 한쪽 가슴을 도려내야 하는 큰 시련을 맞게 된다.  

이제 여자로서 살수없다며 크게 실망하고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니 승철로선 속이 타들어가고, 엄마의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약속까지 하며 수술받도록 하기위해 노력한다. 엄마를 어르고 달래며 안절부절 못하는 승철에게 엄마 옥주는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생각만큼 순탄하게 흐르진 않는다. 그래도 엄마의 아름다운 만남을 위해 열심히 뛰는 승철의 노력이 과연 좋은 결실을 맺게 될까? 유쾌하고 귀여운 모자 관계이다.

 

그에 반해 엄마 희경과 딸 은성의 관계는 모난 구석이 많다. 잘 나가는 교수에다 프리마돈나인 엄마 희경은 천박한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언제나 고고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스타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있기에 언제나 여주인공은 자신의 몫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으면 괴로워한다.그런 엄마의 매니저 역할을 겸하고 있는 주부 은성은 그런 엄마와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녀가 먼저 다가가려고 해도 언제나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 딸이 뭘 원하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마지막엔 말다툼으로 끝났는데 이번엔 냉기류가 더 오래갈 것 같다. 유명한 엄마를 두었기에, 자기 중심적인 엄마를 두었기에 은성이 감당했을 마음고생이 눈앞에 선하게 보인다. 딸이 감기걸렸는데도 몸걱정을 해주기는 커녕, 자신의 목 상태를 먼저 걱정하는 엄마라니. 하지만 결국 엄마이기 때문에, 딸이기 때문에 서로를 응원하게 되고 마음이 풀리게 되는 것 같다. 비록 좋을 때보다 미운적이 더 많은 엄마이지만 결국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건 엄마이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은 은성의 미소가 참으로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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